미 동남부 허브 도시 애틀란타로 향하는 끝없는 행렬
미 동남부 허브 도시 애틀란타로 향하는 끝없는 행렬
  • 홍성종
  • 승인 2007.04.09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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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한인 사회 팽창 따라 신부흥 시대 꿈꾸는 한인 교회들의 명암

▲ 메트로 애틀란타 지역의 인구 분포. 2000년-2006년까지 높은 인구 증가가 이루어진 지역은 붉은색으로 나타나 있다. 왼편 그림의 노란색으로 둘러싸인 북동쪽 지역에 한인들의 생활 터전과 한인 교회들이 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자료: Atlanta Regional Commission(2006). ©홍성종
[한인사회] 3–4년부터 시작된 한국과 미주 내로부터 이주 행렬 가속화

정보, 금융, 교통 등 우수한 비즈니스 환경과 상대적으로 싼 부동산 가격에 힘입어 미 동남부 허브 도시인 조지아주 애틀란타로의 이주 행렬이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5일에 발표된 미 인구조사국(Census Bureau) 자료에 따르면, 메트로 애틀란타 지역이 과거 6년 동안 미국 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도시로 꼽혔다. 2006년 7월 1일 현재 510만 명으로, 2000년에 비해 무려 89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인구 증가에는 한국인을 비롯한 라티노 등 이민자들의 유입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조사국은 이번 발표에서 미국 내 큰 도시들은 이민자들의 인구 유입이 도시의 활기를 지탱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틀란타로의 한인들의 유입은 크게 한국과 미국 내의 이주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해외 부동산 투자 규제가 풀리고 불확실한 미래와 자녀의 교육 문제로 인해 미국 행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애틀란타 지역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 사업간 경쟁이 덜 치열해 소자본으로 일어설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뉴욕, 버지니아, LA로부터 속속 이주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애틀란타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의 전체 인구는 추측만이 무성할 뿐이다. 애틀란타총영사관의 김용길 영사는 “재외국민등록에 신고를 안 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현재 6만 명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틀란타한인회와 동남부한인연합회 등은 12-15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동남부한인연합회 유진철 회장은 “애틀란타는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많고, 특히 앨라바마, 조지아주에 한국 기업이 들어오면서 더욱 힘을 얻어 부동산 역시 재작년부터 확실하게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전반적인 미국내 주택 경기의 침체에도 아랑곳없이 애틀란타의 부동산 시장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고 나름대로 판단했다.

김용구(51) 씨는 한국으로부터 ‘애틀란타 행’ 대열에 합류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김 씨는 한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다 정리하고, 아이들 교육 문제와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자 애틀란타를 택한 지 1년 7개월을 맞이하고 있다. 김 씨는 “애틀란타의 생활 환경이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어 앞으로도 사람들이 더 많이 이주해 올 것이다”고 말했다.

늘어난 한인 인구는 한인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의 동반 성장을 불러오고 있다. 수퍼H마켓 둘루스점과 주변 한인 상가에는 주말이면 쇼핑을 나온 인파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광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수퍼H마켓의 정상범 과장은 근래의 성장에 힘입어 이미 개장한 두 곳 외에 “금년 6월에 45,000평방피트의 존스크릭점과 각각 6만여 평방피트 규모의 뷰포드, 스와니점 등이 내년까지 오픈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 애틀란타 성장의 상징인 둘루스 지역에 있는 6만 평방피트 규모의 한 수퍼마켓. 이 회사는 2004년 10월 개장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힘입어 올해 한 곳을 더 개장했고, 내년까지 세 곳을 더 오픈할 예정이다. ©홍성종
한인 인구 12-15만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통계 없어

그러나 애틀란타의 성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애틀란타 이민 생활 21년째를 맞는 곽경익(US Imports 사장, 67) 씨는 애틀란타의 경기를 ‘거품’이라고 잘라 말했다. “작은 제과점 하나에 수십 만 달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며, “잔뜩 기대하고 왔다가 생각만큼 여의치 않아 가게를 내놓고 조용히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밝혀 외부에 알려진 만큼 체감 경기가 좋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수차례 애틀란타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는 이정하(뉴스타 부동산 애틀란타지 사장, 35) 씨는 “40대 중반의 직장인들이 자신의 미래와 아이들 장래 문제를 생각하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며, 그렇지만 “소액 투자는 비즈니스 타입이 정해져 있고 경험이 없는 경우 초기에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현재 소액 투자(E-2)로 비자를 얻을 수 있는 금액은 한국과 미국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25만 내지 30만 달러, 미국 내에서는 적어도 15만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상 사업체로는 커피점, 핫윙가게, 세탁소, 문구점, 피자점 등 주로 종업원 2-3명을 고용할 수 있는 업체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체가 소액 투자 요건을 맞추고자 가격이 올라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지어 일부 사업체는 소액 투자가 아니면 팔기 어려운 비즈니스도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중을 요하고 있다.

애틀란타의 공식 인구와 추정 인구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만큼 유동 인구가 많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5만으로 추정된 유동 인구는 불안정한 시장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시에 한인들이 몰리면서 결국 한인들 상대의 비즈니스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도 한인들이 서로 부채질하여 상당히 올라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애틀란타 한인 사회와 경제가 ‘성장’이냐 ‘거품’이냐의 안개를 걷고 투명해지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인교계] 급격한 한인 사회 규모 확대에 힘입어 부흥을 둘러싼 희비 엇갈려

한인 상권이 밀집한 I-85고속도로의 104번 출구와 맞닿은 플레젠트힐 로드(Pleasant Hill Rd.) 선상에 있는 아틀란타한인교회는 주일 오전 10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차량과 11시 30분 예배를 참석하려는 차량이 서로 뒤엉켜 주차 요원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 300여 대의 차량을 수용하는 예배당 앞 주차장은 이미 꽉 찬 지 오래다.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기존 교인들을 주변 임시 주차장으로 안내하며, 셔틀버스로 실어 나르고 있을 정도이다.

아틀란타한인교회는 급격한 성장에 고무되어 있다. 2004년에 다목적 용도로 세운 33,000여 평방피트의 생활관은 이미 초과 상태여서 앞으로 2년 안에 1,700만 달러를 들여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할 계획으로 현재 건축 헌금을 모으고 있다. 이 교회의 성장은 전문사역자들이 잘 짜인 계획을 입안하여 언어, 연령, 인종별로 프로그램을 갖춘 후, 교인들을 은사와 소명에 따라 일깨우고, 특히 이민 1.5세와 2세들의 신앙 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한인 밀집 지역인 I-85고속도로 107번 출구 인근의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이다. 이 교회는 바람직한 교회에 목말라하는 이민 사회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 후, 한국의 성공한 교회들을 벤치마킹하여 교회의 틀을 갖추고, 이민 사회의 특수성을 접목시켜 강한 드라이브를 통해 성장을 이끌어 왔다.

아틀란타한인교회와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 등 눈에 띈 성장을 이룬 교회들은 한인 사회의 규모 확대에 따라 새로운 교인 유입뿐만 아니라 기존 교회에 회의를 느낀 교인들의 수평 이동으로 교인 수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성공 사례에 자극 받은 몇몇 교회들은 한인 거주 지역인 북동편으로 이미 이전했거나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틀란타새생명침례교회와 조지아새서울침례교회는 I-85고속도로 109번 출구 인근 스와니 지역에 예배당과 대지를 구입하고 이전과 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아틀란타제일장로교회 역시 제2예배당 건축을 위해 스와니 지역에 이미 4에이커의 대지를 확보한 상태이다.

그렇지만, 모든 교회가 형편이 같은 것은 아니다. 비교적 북쪽에 속한 스와니 지역 역시 에이커당 30만 달러 내지 40만 달러를 호가하고 있으며, 건물 부지로 최소한 5에이커 이상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대지 구입과 건축비 부담에 쉽사리 엄두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 주일 오후 한인들이 밀집한 상가 앞에서 전도집회을 하고 있는 교인들. 교회간의 경쟁이 치열해 이처럼 좋은 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홍성종
한인 거주 지역인 북동편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교회 늘어나

교회 성장을 꿈꾸며 예배당 이전을 계획하는 일이 모두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예배당 이주 과정에서 교인간에 합의를 찾지 못하고 갈등하는 교회도 생겨나고 있다.

S교회는 이전 과정에서 한인들이 밀집한 ‘목이 좋은 큰 예배당’으로의 이전을 주장하는 그룹과 지나친 부담을 줄이고 적정 규모의 건물로의 이주를 주장하는 그룹 간에 갈등이 커져 결국 30여 명의 교인들이 떠나는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예정대로 S교회는 ‘목이 좋은 큰 예배당’ 이전을 택했다.

이미 옮겨간 교회 가운데 성장 지향에 빠져 교회의 본질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교회도 있다. 북쪽 지역으로 옮겨 예배당 건축 등에 참여했던 김명진(가명, 전 S장로교회 집사, 54) 씨는 결국 최근에 다니던 교회를 나와 미국 교회로 옮겼다. 건축 당시 건축위원을 맡아 활발히 봉사했던 김 집사는 좋은 장소 때문에 교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서도 갈등을 겪어 왔다.

김 집사는 “교회가 일주일에 하루 모여서 서로 비즈니스 정보 교환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하며 “더욱 큰 문제는 교회의 본질에 대해 같이 고민할 만한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고 한탄했다. 평소 부랑아 등을 대상으로 한 구제 사역과 해외 선교에 관심을 갖고 일해온 김 집사는 교회 내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닌다는 핀잔을 들어왔다.

이민 생활 26년째를 맞는 이성훈(가명, S침례교회집사, 54) 씨는 새신자를 대상으로 전도하는 데 있어 작은 교회들이 갖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집사는 "애틀란타는 특히 유동 인구가 많고, 이들은 이민 생활에 바빠 교회에 헌신하기보다는 잘 갖춰진 교회에 출석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며, “프로그램이 좋은 교회를 찾아가는 ‘쇼핑 교인’이 많아 앞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모든 교회가 이전과 예배당 건축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아틀란타새교회는 건축보다 기존 상업용 창고를 고쳐 예배당으로 쓰고 있다. 모두가 북상을 꿈꾸고 있지만, 남쪽에 남아 지역 사회에 헌신하고 있는 교회도 있다. 다난교회도 그 중에 하나이다.

한인 사회의 규모 확대에 따라 교회가 난립하여 생겨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목회자의 공급과잉, 신학교의 난립, 그리고 이단 시비로 인해 지역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우려한 정인수 목사(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 담임)는 언론 등을 통해 “무자격하게 양산되는 소명도 훈련도 되지 못한 목회자들이 목회 현장에서 일으키는 심각하고 무서운 후유증으로 영성의 세계가 오염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역 사회와 교계가 정화 운동에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애틀란타 주변에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회만 약 160여 개에 이른다.

애틀란타 한인 교회들은 급격한 한인 인구 유입에 따른 성장의 과정에서 교회의 규모에 관계없이 ‘한 영혼’을 그리스도인의 참된 제자로 세워가며 더욱 교회의 본질에 충실한 내실 있는 공동체로 변화할 수 있을지 여부가 이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애틀란타 주요 교회 현황
▲ 애틀란타 주요 교회 현황 ©홍성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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