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전쟁? '능력 대결' 아니라 '진리 대결'이다
영적 전쟁? '능력 대결' 아니라 '진리 대결'이다
  • 정민영
  • 승인 2009.12.08 13:3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람직한 한국 선교를 위한 제언(2)…영적 전쟁의 무교적 해석 문제

정민영 선교사(국제 위클리프 선임 부총재)는 한국 선교계를 "선교적 사사시대"라 일컬었다. 개인이나 개별 교회나 단체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고 피차 간섭하지 말자는 식의 백인백색의 주관주의가 판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선교사는 한국 교회의 선교 행태를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교정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안 도출을 위한 정리를 시도했다. 2007년 아프간 사태 직후 작성한 글이지만, 여전히 한국 선교계에 유효하기에 앞으로 6가지의 주제별로 연재해나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1. 호전적·대결적 접근의 문제
2. 영적 전쟁의 무교적 해석 문제
3. 과시적·고지론적 접근의 문제
4. 선교적 동인(motivation) 및 문화 침식의 문제
5. 동원–훈련–현장 체제의 불균형 문제
6. 단기선교의 문제

얼마 전 기독교방송을 통해 한 선교 신학자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오늘날의 선교계는 영적 전투를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경적 가르침과 무관하게 사람들이 정한 대상과 방법대로 허공을 치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선교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른바 '땅 밟기'나 '영적 지도'(spiritual mapping)가 그 대표적 사례다. 땅을 밟거나 지역을 영적으로 묶는다(또는 푼다)는 개념은 성경적이라기보다 무속적 개념으로 영적인 일을 물리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잘못이다.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영과 진리로 예배하면 되지 특정 장소에서 예배 드려야 하는 게 아니듯(요 4:24), 마귀 또한 영적 존재이므로 특정 지역에 매이거나(지역영 개념) 그 지역을 봉쇄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러기에 최후의 만찬이 진행되는 자리까지 사탄이 틈입하여 예수님의 면전에서 유다를 넘어뜨린 게 아니겠는가? 유다가 자기 마음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지 예수님과 제자들이 사전에 다락방 주변을 돌며 땅 밟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 터이다.

필자는 땅을 밟든 지역을 탐방하든 세계 선교의 남은 과업 완수를 위해 중보하는 일은 어떤 형태로든 고무하고 싶다. 땅을 밟는 행위가 아니라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든지 아무렇게나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성경이 명하는 바를 성경의 방법대로 실천해야 한다. 앞에 거론한 땅 밟기, 지역영, 영적 지도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복음주의 선교계가 신학적 고찰을 통해 그 허실을 상당 부분 규명해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연구와 학습의 과정을 생략한 채 일단 저지르고 보는 행동주의적 관행, 그리고 세계교회와 손잡고 일하기보다 뭐든지 우리 식으로 해보려는 안하무인식 만용이 선교적 파행을 유발한다.

'능력 대결'(power encounter)이라는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 마치 마귀가 힘이 강해져서 자칫하면 하나님이 밀릴 듯하니 우리가 열심히 싸워서 도와드리자는 식의 거짓 위기감과 빗나간 신학으로 선교를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 대결보다는 앤더슨(Neil T. Anderson)같은 신학자들이 주장하는 진리 대결(truth encounter) 개념이 성경적이다. 근본적으로 마귀는 거짓의 영이고 하나님은 진리 자체이시므로, 영적 전쟁이란 하나님과 마귀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진리와 비진리의 충돌인 셈이다.

소위 '제3의 물결'이나 다양한 신비주의 운동이 초래한 마귀론과 귀신론은 마귀·귀신의 힘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문제와 더불어 진리의 표준자인 하나님의 말씀보다 사람의 주관적 경험을 의지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거짓의 영인 마귀·귀신의 말이나 행위, 그에 수반되는 현상에 근거해 이론을 정립하고 의존하는 경험주의는 진리의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 사역에 도리어 해악을 끼치는 오류이다. 계몽주의적·이성적 혼합주의를 피하려다 무속적·신비적인 혼합주의에 빠지는 것은 귀신 하나를 쫓아내고 일곱 귀신을 맞는 격이다. 한국 교회는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딤전 4:7)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사탄은 사람을 하나님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충성하도록 회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속임수를 사용한다. 이것은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교회를 포함한 제도화된 형태의 모든 종교 및 이데올로기의 충성에도 해당된다. … 우리는 전통적 종교들이나 새로운 종교운동들과 같은 비 기독교적 믿음들과의 혼합을 피하도록 조심할 것을 요청한다. … 우리는 기독교 용어들의 주술적 사용에 관한 식별을 요청하며 사역자들이 영적 씨름을 기독교 마술로 오용하는 것을 피하도록 경고한다. 영적 씨름에 있어서 특정 기술이나 방법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언질은 하나님의 사역에 대한 주술적이고 빗나간 해석이다."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 전략회의 중에서)

정민영 / 국제 위클리프 선임 부총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0-11-13 04:10:32
좋은 글이십니다. 영적전쟁자체가 능력으로만 호도되어져선 안되지만
능력자체가 언급이 되지 않고선 안되겠죠 진리의 권위와 성경적인 방법으로 가르쳐야되고 행해야된다는 데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spiritual mapping이 무속적인 개념이란 주장은 그쪽 방면으로 너무 조사가 미흡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단순한 신학적 개념으로
보시기엔 지도그리기는 지역의 영을 묶는 개념보다는 한
지역의 역사와 뿌리에 대한 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