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적 자본주의', 대안적 체제로 안착하려면?
'공동체적 자본주의', 대안적 체제로 안착하려면?
  • 김성영
  • 승인 2010.01.0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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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국 자본주의의 선택], 신자유주의의 대안적 체제를 찾아서

국가가 복지, 경제 개발을 주도하는 케인즈주의 모델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 위기로 정부의 간섭을 극도로 싫어하며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려는 신자유주의 모델에게 세계경제 흐름의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그후 전 세계에서 보편적 경제 체제로 입지를 구축하였던 신자유주의 모델은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로 인해 그 수명이 끝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케인즈주의로의 복고, 폴라니의 호혜적 자본주의 등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지는 못하고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대안적 경제체제의 출현을 위한 백가쟁명의 시기가 도래했다.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될 경제 체제가 절실한 가운데 기독 시민운동 진영에서 명망이 높은 백종국 경상대학교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의 선택>(한길사)을 출간했다. 백 교수는 '공동체적 자본주의'라는 대안을 가지고 백가쟁명에 동참했다. 한국 정치·경제의 역사적 경로를 탐색하고, 한국적 현실을 고려하며 '공동체적 자본주의'를 제안한 <한국 자본주의의 선택>의 출간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매개의 변증법'과 '지배 연합'으로 추적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

   
 
  ▲ <한국 자본주의의 선택> / 백종국 지음 / 한길사 / 618쪽.  
 
백 교수가 이 책에서 자본주의와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도구로 삼은 것은 '매개의 변증법'과 '지배 연합'이다. 매개의 변증법이란, 매개의 관계에서 매개자의 존재가 매개의 본질보다 우선함으로써 나타나는 모순의 과정이다. 실물 경제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 경제가 실물 경제와 유리되고, 금융 경제 영역이 무한히 확장되어 전 세계 외환 거래량의 95%가 실수요와는 상관없는 투기적 거래인 오늘의 경제 현실 역시 '매개의 변증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비단 경제 현실뿐만 아니라 교회와 기독교, 화폐와 시장, 국가와 민족의 관계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매개의 변증법'이란 분석 틀로 설명할 수 있다. 저자는 '매개의 변증법'이라는 도구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의 발전 과정에서 재벌의 형성과 경제력 집중, 천민자본주의로의 변질 등을 설명한다. 또 '매개의 변증법'이 가지는 자기모순을 통한 소멸이라는 필연적인 현상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공동체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조정의 주체 세력은 '합리적 개인'이 아닌 '한 사회의 지배를 관철하려는 세력들의 연합', 즉 '지배 연합'이라고 백 교수는 지적한다. 나아가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이끌어 온 지배 연합의 실체와 한국 자본주의의 진행 과정을 세밀히 추적한다. 또한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이란 철저히 '지배 연합'의 공동체적 선택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지적한다. '매개의 변증법'과 '지배 연합'이라는 분석 틀은 ‘합리적 개인’과 ‘시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얼마나 허구인지 드러낸다.

백 교수는 향후 한국 사회의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공동체가 인정하고 지지하는 새로운 '지배 연합'이 필요하다며, 전통성과 능력을 확보한 '지배 연합'의 출현과 발전 전략을 위해 국가․자본․시민사회가 세력의 균형을 이루는 공동체적 자본주의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공동체적 자본주의, 대안적 체제로의 안착을 위한 각론 제안

저자가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 요인으로 중요하게 꼽는 것은 성공적 토지 개혁과 자영농의 등장, 높은 교육열과 질 좋은 노동력의 공급, 미국의 패권 체제와 후발 효과이다. 이러한 성장 요인을 오늘의 현실과 비교하며 공동체적 자본주의가 대안적 체제로 안착하기 위해 필수적인 각론을 몇 가지 제안해 보고자 한다.

1950, 농지 개혁과 자영농의 등장 & 2010, 토지 불로소득 환수와 비정규직 해결

농지 개혁을 통한 지주층의 혁파와 이로 인한 자영농의 등장은 정당성 없는 기득권의 타파와 노동의 정당한 대가 획득이 경제 성장의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 준다. 하지만 60년이 지난 오늘 다시금 신지주층이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다. 재벌은 기업 재산의 상당량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5.5%가 국토 면적의 74%를 소유하고 있다. 토지 불로소득을 통해 노동의 정당한 몫에 기생하는 신지주층은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관철시켜 그들의 힘과 단결력을 과시했다. 반면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차별적인 대우와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무너진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지주층의 토대가 되는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제도적 정비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 필수다.     

1960~1970, 교육, 계층 상승의 희망 vs. 2010, 교육, 계층의 고착화

산업화 시대를 살았던 대한민국 서민들은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꿈을 꿀 수 있었다. 사회적 신분 상승을 위한 높은 교육열은 결과적으로 산업화 시대의 한국에 질 높은 노동력을 공급했다. 교육비를 위해 농촌과 공장에서 저임금으로 수고한 가족들의 노동은 초고속 경제 성장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부모의 재력과 자녀의 명문대 진학률은 정비례하고 있다. 계층의 이동 수단이었던 교육이 계층의 고착화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개인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재력에 의해 향후의 인생이 결정되는 현재의 입시 시스템과 사회 구조는 한국 사회의 공동체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시대를 열기 위한 기독 청년들의 준비

대한민국이 미국의 피보호국으로 출발한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패권 체제를 이용하는 것은 순조로운 경제 성장에 일조했다. 초강대국의 틈새에서 살아가는 반도 국가의 현실 속에서  국제정치적 역학 관계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영미식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이 수명을 다해 가고, 달러의 기축통화 체제 역시 자체의 모순으로 붕괴될 위기의 조짐이 보이는 지금 한국은 국제적 정치․경제의 역학 관계를 민감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경험에 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읽어 내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지배 연합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선택>은 신자유주의의 허구성을 드러내며 한국 사회의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발전 전략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체제적 대안을 제시한다. 분단의 시대, 대한민국이라는 시공간에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의 뜻에 반응하여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한국 사회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필요하다. 젊은 청년들의 역사적 선택은 미래의 현실이 되기에 청년들이 <한국 자본주의의 선택>을 읽기 바란다는 저자의 바람을 기억하며 기독 청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성영/ 서울대대학원 농경제사회학부 지역정보학과

이성영 님은 분단의 시대를 너머 통일 한국에 이루어질 희년에 대한 준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에서 1년 동안 간사로 섬겼다. 올해 대학원에서 지역경제·지역개발을 공부를 시작한다.

* 이 글은 <복음과상황>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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