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데바나, 고린도교회의 장로
스데바나, 고린도교회의 장로
  • 김범수
  • 승인 2010.01.0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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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인물 100인 100색 (1)

"형제들아 스데바나의 집은 곧 아가야의 첫 열매요 또 성도 섬기기로 작정한 줄을 너희가 아는지라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이 같은 자들과 또 함께 일하며 수고하는 모든 자에게 복종하라." (고전 16:15-16)

"장로 노릇 참 힘드네. 그저 섬기려는 마음에 믿음 하나로 장로가 되었는데, 지도자가 된다는 게 쉬운 게 아니여."

바울을 만나러 에베소로 향하는 배에서 고린도교회의 스데바나 장로는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던 고린도회의 동역자인 브드나도와 아가이고도 동병상련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데바나는 바울이 고린도에 왔을 때 처음으로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이다. 그런 연고뿐 아니라 형제들을 위한 섬김의 모습을 지켜본 바울은 고린도를 떠나기 전에 장로를 세울 때 스데바나를 포함시켰다. 이를 테면 수석 장로인 셈이다.

"처음엔 힘들긴 했어도 꽤 의욕적이었지. 바울 사도가 직접 세운 교회잖아. 바울 목사님에게 일 년 반 동안이나 배우는 기회가 흔한 줄 알아? 나는 물론 우리 고린도교회 식구들의 믿음이 아주 몰라보게 자랐거든. 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도 있었지. 그 사람들 로마에서 건너올 때도 대단했는데, 바울과 함께 일하다가 결국 전문인 선교사로 헌신하고 함께 에베소로 갔지. 역시 큰 사업가답게 결단이 빨랐어. 아볼로 목사도 그 사람들이 훈련시켰거든. 젊은 사람이 아주 대단했지."

어려웠던 고린도교회 개척을 처음부터 지켜본 스데바나의 회고는 이내 현재의 처지에 대한 푸념으로 바뀐다.

"근데 지금은 이게 뭐여? 우리가 어느새 바울파 아볼로파 베드로파 예수파로 나뉘어서 싸우고 있잖여? 이걸 바울 목사님께 어떻게 가서 보고하냔 말이야. 어떤 고생을 해서 세운 교회인데."

"그 자기 엄마랑 잔 그 아무개 성도의 이야기는 어떻고?" 브드나도가 거든다.

"성도들끼리 맞소송을 한 일도 그렇고. 이거 참. 목사님도 다 알고 있을 텐데. 오랜만에 만나서 혼날 일만 기다리고 있구먼."

"나는 먹는 문제가 더 걱정입니다. 우상 제물 먹는 문제로 시끄럽더니 이제는 성찬식을 끼리끼리 먹는 문제 때문에 노예 출신 성도들의 불평이 대단해요. 예루살렘 교회는 날마다 성찬하며 하나님을 찬미한다는데, 우리 교회는 먹다가 갈라지겠어요. 게다가 요새는 우리가 권면해도 먹히지도 않잖아요."

아가이고의 걱정을 스데바나도 알고 있었다. 그뿐이랴? 교회 안에는 신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논쟁들도 수면에 떠오르고 있었다. 처녀들이 시집가는 문제, 예배 시간에 은사를 사용하는 문제, 부활이 없다는 사람들을 바로잡는 일 등, 이 초보 장로들에겐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재정 부담을 무릅쓰고 에베소로 향하는 배에 올라 탄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영혼의 아버지 같은 바울 목사님을 만나면 장로 노릇이 얼마나 힘든지 하소연하며, 그동안 받았던 얼토당토않은 모함이며 온갖 사연을 늘어놓고 실컷 울고 싶었다.

"우리를 보면 바울 목사님이 기뻐하실까요?"

"아무렴, 얼마나 우릴 보고 싶으시겠어? 우리가 그래도 아가야 지방의 수제자들인데."

아가이고의 질문에 스데바나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근데 각오들 단단히 하라고, 우리 교회 이야기를 보고하면 엄청 혼나지 않겠어? 그 양반 성격에 말이야. 꾸중 들을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잖아?"

브드나도의 경고를 들으며 스데바나는 생각했다.

'역시 우리들의 역량이 부족했어. 목사님 없이 우리들만 남았을 때, 처음에는 그래도 자신이 있었는데. 우릴 장로로 세우면서 또 떠나시면서 바울 목사님이 뭐라고 당부하셨더라? 사실 그 말씀만 생각하고 힘들어도 여기까지 온 거거든.'

그가 생각해냈던 바울의 말은 이것이었다.

"맡은 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충성됨뿐입니다."

'그래, 다른 것은 몰라도 충성되게 하느라고는 했지. 바울 목사님도 이것은 알아주실 거야. 그러면 됐지 뭐. 교회 문제는 좋은 해결책을 주실 거야. 편지라도 써 달라고 해야겠다.'

이제는 스데바나 장로도 고린도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섬기던 바울 목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뱃머리에 부딪치는 파도를 응시하던 장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회한과 섭섭함, 연민과 분노, 그리움과 뿌듯함, 원망과 감사가 섞인 그런 복잡한 눈물 한 방울이 눈썹에 걸려 있었다.

김범수 / 시애틀 드림교회 목사‧커피브레이크 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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