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가 된 전사 '옷니엘'
사사가 된 전사 '옷니엘'
  • 김범수
  • 승인 2010.01.1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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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으매 여호와께서 그들을 위하여 한 구원자를 세워 구원하게 하시니, 그는 곧 갈렙의 아우 그나스의 아들 옷니엘이라. 여호와의 신이 그에게 임하셨으므로 그가 이스라엘 사사가 되어 나가서 싸울 때에 여호와께서 메소포타미아 왕 구산리사다임을 그 손에 붙이시매 옷니엘의 손이 구산리사다임을 이기니라." (삿 3:9-10)

부인 악사의 말에 옷니엘은 다가올 전쟁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고 돌이라도 삼킬 것 같았던 젊은 시절로 돌아갔다.

"그때 기럇세벨 전투에서 이기고 온 당신의 모습이 얼마나 멋졌는지 몰라요. 아버지가 성을 점령하는 사람과 저를 혼인시키겠다고 하셨을 때부터 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꼭 성을 점령하게 되기를 빌었어요."

피와 살이 튀는 참혹한 전쟁. 그 전쟁이 7년이나 계속되었다. 유다 지파의 선두에는 늘 옷니엘이 있었지만, 그가 처음부터 용사였던 것은 아니었다. 이집트에서의 고생이며 출애굽에서 홍해를 건넌 기적은 불과 수십 년 전에 일어난 실제 사건이라고 귀가 따갑도록 들으며 자랐지만, 광야에서 태어난 여느 2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옷니엘은 아스라이 먼 전설처럼 생각되고 하나님의 능력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다 옷니엘이 스무 살이 막 넘었을 무렵,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점령하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처음 잡아보는 창 자루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지금도 기억한다. 창 자루 끝에 있는 짙은 얼룩이 사람의 핏자국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기겁을 했다. 그러던 그가 용사로 거듭난 것은 여리고성에서였다. 그때 그는 전쟁이 사람의 힘에 있지 않다는 것을 배웠고, 이 전쟁은 단순히 자기와 가족을 지키는 전쟁이 아니라, 자신은 다 알 수 없는 하나님의 큰 계획이 실현되는 과정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를 용사로 만든 것은 바로 이 확신이었다. 그 확신으로 유다 산지에서 싸웠고, 기럇세벨 성을 차지하는 공을 세웠다.

그는 얼마나 행복한 사내인가. 그때 얻은 부인 악사는 이스라엘의 둘째가는 지도자 갈렙 장군의 금지옥엽 막내딸이다. 그 집안의 배경은 둘째 치고라도 악사는 이스라엘 용사들이 누구나 결혼하고 싶어 하던 미인이 아니었던가.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미인인 줄로만 알았더니, 넓은 밭은 물론 두 샘도 혼수로 챙겨 왔다. 살림에도 똑 부러진 아내는 옷니엘이 세운 공로에 걸맞은 훈장과도 같았다.

여호수아가 죽은 뒤 이스라엘의 최고 지도자가 된 갈렙은, 원래 옷니엘의 삼촌이었던 갈렙을 이제는 장인으로 부른다. 옷니엘은 이미 야전 경험은 물론 집안 배경도 든든한 이스라엘의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고 있었다. 엄마를 빼닮은 두 아이와 더할 나위 없이 유복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옷니엘은 인생의 황금기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침략만 아니었다면.

이스라엘은 힘 다해 싸웠지만 끝까지 싸우지 못하고 가나안의 일곱 족속을 남겨 두었다. 아니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시험하는 가시로 쓰시려고 남겨두셨다고 해야 옳았다. 메소포타미아 제국의 침입을 받은 것은 불순종에 대한 첫 번째 징계였다. 제국 군대의 전력은 전에 싸웠던 가나안 군대와는 비교가 안 되어서 이스라엘 군대는 저항도 변변히 못해 보고 땅을 내어 주었다.

역전의 용사 옷니엘에게 지난 8년은 치욕적인 세월이었다. 혼자서라도 일어나 당장 구산리사다임 왕과 결판을 짓고 싶었지만, 이미 그는 혈기만 가지고 싸우던 철부지 전사가 아니었다. 제국의 압제 아래 신음하는 까닭이 병력의 열세나 숫자의 부족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순종임을 깨닫고 있었다. 만약 이것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고난이라면 아무리 자신의 혈과 육으로 애써 봐야 소용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수년간 이스라엘 백성의 회개를 촉구하며 신앙을 회복하는 일에 힘을 쏟았던 것인데, 이 간절한 호소가 요즘에야 먹히고 있다. 이스라엘이 회개하는 동안 옷니엘 또한 군대의 지휘관에서 이스라엘의 영적인 지도자로 성장하였다. 결국 고통스런 지난 8년은 회개와 성장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옷니엘은 하나님의 때가 임박했음을 강하게 느낀다. 그러나 서두르지는 않으리라. 이스라엘의 회개와 영적 재무장이 끝났음을 확인하고 하나님의 신호가 내리면 그때 그는 일어설 것이다. 기럇세벨을 점령하던 그 패기와 충성됨으로 그리고 믿음으로. 그래서 여리고성에서 배운 교훈을 재확인하리라. 

김범수 / 시애틀 드림교회 목사‧커피브레이크 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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