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회 인종분리, 킹 목사 이후 얼마나 변화됐나?
미국 교회 인종분리, 킹 목사 이후 얼마나 변화됐나?
  • 장용석·김명곤
  • 승인 2010.01.27 13:2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인 1,000명 이상 다문화 교회, 10년 동안 4배 증가

"매우 놀랍게도 일요일 아침이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인종 분리가 가장 극심한 시간입니다."

지난 1월 18일 월요일은 50번째 마틴 루터 킹 데이였다. 인종과 종교 문제와 관련, 킹 목사는 주일예배 시간을 미국의 인종 분리가 가장 극심한 시각이라 질타한 것으로 유명하다. 50년 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 메시지를 설파한 후 미국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올랜도센티널>은 최근 이 변화의 모습을 존 영 파크웨이의 양 끝 편에 위치한 두 교회로부터 관찰을 시도했다.

존 영 파크웨이의 북쪽 끝에는 지난 2000년 칼버리교회에서 목사로 시무하던 알렉스 클래텐버그가 설립한 다민족 교회인 '처치 인 더 선(Church in the Son)'이 자리 잡고 있다. 클래텐버그는 전체 4,000명의 교인들 중 절반이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은 신앙은 종족이나 인종을 초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처치 인 더 선 교회'의 교인들은 교회가 문호를 개방하기로 결의하기 이전까지는 대체로 백인 중산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5년간 이 교회는 소수민족 교인들의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교회가 다양한 신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한 이후 교회는 그들에게 중직을 위임하기 시작했다.

클래텐버그는 새 신도들에게 "사랑합니다, 앉아 계세요"말 하는 게 아니라, "저분들도 주도하게 하십시오"라고 말 하는 것이 이 교회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알프레다 헌팅던은 5년 전 이 교회에 출석을 결정하기 전까지 흑인 교회에 출석했었다. 헌팅턴이 딱하니 다문화 교회를 찾아 나섰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교회가 보여준 다양성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하나 된 이상을 헌팅턴에게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헌팅턴은 "흑인들과 백인들이 끼리끼리 교회 가는 것에 대해 늘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따로 따로 모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올랜도센티널>에 털어 놓았다.

한편 존 영 파크웨이 남쪽 끝에는 '올랜도 퍼스트 뱁티스트 교회'가 자리 잡고 있다. 1만 5, 500여 명의 남침례교단 대형 교회인 이 교회는 흑인을 배제했던 과거의 모습으로부터 완전히 변화되어 소수민족을 환영하는 교회로 탈바꿈 했다.

흑인 교인들은 현재 그들이 누리고 있는 다양한 문화를 보며 자부심을 느낀다. 그들에게 이는 일차적으로 교회가 인종적 분리주의를 탈피했다는 증거가 된다. 이들의 자부심은 동시에, 자신들 교회가 인종적으로 개방적이란 사실이 킹 목사 이후 교회가 일궈낸 혁혁한 진보의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8년 전 메릴랜드에서 이주하여 가족과 함께 이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한 케빈 하워드는 백인,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가정으로 이뤄진 신자들의 다양한 인종적 구성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흑인 교회에서 자라난 은퇴한 전직 경찰 하워드는 "다중의 문화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 이건 정말 내가 평소에 원했던 바였다"라면서 "킹목사도 이 교회를 보면 감동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킹 목사는 교회에 존재하는 제도적 인종차별과 인종 분리를 고착시키는 데에 이바지하는 성직자들의 역할을 반복적으로 질타했다. 킹 목사는 종교마저 미국의 갈라진 인종 문제를 초월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아파했다. 킹 목사에게 종교는 흑백을 통합하기는커녕, 그들이 분리되어 지내도록 유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제도적 인종차별주의는 미국 교회에서 대부분 소멸되었을 수 있으나 흑인과 백인 교회로의 각각의 분리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올랜도 다운타운 소재의 흑인 교회. 고층 콘도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는 배경으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십자가와 건물이 대조를 이룬다.  
 
가장 보수적인 남 침례 교회의 변화

라이스 대학의 사회학자 마이클 에머슨의 연구에 따르면 아들의 교회와 같은 초교파적 대형교회들이 전통과 관습에 얽매인 소형 교회들보다 다문화에 대해 훨씬 개방적이다. 에머슨의 보고서에 따르면, 1000명 이상 교인을 보유한 다문화 복음주의 교회의 수는 1998년에는 전체의 6%에 머물렀지만 현재 25%로,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랜도의 사례가 올랜도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배경이 무엇일까.

<올랜도 지구 뱁티스트 연합>의 감독관 빌 포크너는 '교회는 변화하는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면서 "남침례 교단의 많은 교회들이 소수민족을 끌어안으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남침례 교단의 회원교회의 수는 백인의 인구비율이 감소하는 만큼 줄어들고 있다. 이와 함께, 남침례교단의 정책분과 담당 교역자인 리처드 랜드에 의하면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남침례 교단에 소속된 회원 교회의 교인 수는 전체 1,60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소수민족 교회 수는 전체 회원 교회의 18%를 차지한다. 남침례교회는 소수민족을 끌어안으며 생존의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가톨릭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히스패닉과 이민자들을 환영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남침례교단의 생존에서 발견된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역사를 통해 다른 교단이 몰락하는 동안 가톨릭 교회는 성장을 일궈냈다.

올랜도에서 가톨릭 교구의 성장은 곧 해당 지역의 인종구성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토마스 웬스키 주교는 말한다. 다운타운 올랜도에 위치한 성 제임스 성당은 히스패닉이 18%, 아이티인이 11%를 차지하고 있는데, 아시아인과 흑인 백인도 함께 출석하고 있다. 웬스키는 "종교는 더 이상 분리를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합을 유도한다"면서 킹목사의 유명한 연설은 이제 더 이상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미국 교회에서 인종분리 현상은 웬스키의 말대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일까.

아직도 존재하는 미국 교회의 인종분리, 그러나…

제도적 인종차별주의는 미국 교회에서 대부분 소멸되었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대체로 전미 교회의 8% 정도가 20% 이상의 소수민족 신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흑인과 백인 교회로의 각각의 분리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스캐롤라이나 데이빗슨 칼리지의 사회학자이자 <다민족 교회에서 다양성과 혁신>의 저자인 제라르도 마르티 박사 역시 "대체로, 일요일 아침 시간은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분리의 시간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티 박사는 변화는 감지된다고 한다.

마르티 박사는 "미국에서 인종과 종교에 대한 변화가 있다면 그것이 올랜도 퍼스트 뱁티스트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고 주장하며 변화의 주체가 보수적인 교단으로 유명한 남침례 교단에 속한 교회라는 점에 주목한다.

킹 목사 시절에는 흑인들은 남침례교회에서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1845년 노예 문제로 인해 기존 침례 교단으로부터 분립한 남침례 교단은 통합에 극렬하게 반대했으며 소수민족을 끌어안는 데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퍼스트 뱁티스트 교회의 목사 데이비드 우쓰는 자신의 교회 신자 중 3분의 1정도가 소수민족이라는 사실이 다른 남침례 교단의 교회들과 차이가 나는 점이라는 사실에 공감한다. 우쓰는 “이 교회가 남침례 교단에서 예외적 사례이며, 사람들의 피부색과 같은 겉모양보다는 중심에 보다 가치를 두는 교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랜도 뉴 커브넌트 뱁티스트 교회의 랜돌프 브레이시 목사 역시 변화는 있다고 주장한다. 분리는 존재하지만, 해석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교회는 여전히 주일마다 인종적으로 분리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런 모습은 인종주의의 결과라기보다는 그저 개인적인 선택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교회가 보이는 인종분리 현상은 배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예배의 스타일의 문제이며, 문화 전통의 문제로 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장용석·김명곤 / <코리아위클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명중 2010-01-29 03:34:42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