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좋은' 사람이 하나님 이름으로 잘못하는 일들
'믿음 좋은' 사람이 하나님 이름으로 잘못하는 일들
  • 김은정
  • 승인 2010.01.27 21: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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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초짜 기독인이 까발리는 유쾌한 신앙 일기

내가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를 캠퍼스에 있는 교회로 이끌려 그렇게 공을 들이던 첫 번째 사람은 정말 착하고 믿음 좋은 일본인 이혼녀였다. 내가 극구 거부하자 눈물까지 보이기에 억지로 교회 수양회도 따라갔다. 그녀는 교회에서 만난 '믿음 좋은' 미국인 형제와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그 교파에서는 이혼한 사람이 초혼인 사람과의 결혼을 금지하는 바람에 피눈물을 머금고 헤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지금도 그게 무슨 교파였는지는 모르겠는데 교회는 정말 이상한 곳이라고 생각하며 다시는 가지 않았다.

그 후 신자가 되어 모든 것이 잘 짜인 초대형의 미국 침례교회에 다니게 된 적이 있었다. 양육 받아야 할 어린 신자로서 이곳에서 나는 좋은 말씀을 정말 많이 들었다. 친하게 지내던 미국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모든 면에서 신앙인의 모범이 되는 정말 '믿음 좋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전에 다른 주에 있었을 때 한국의 장로교회에서 이미 세례를 받았는데, 이 '믿음 좋은' 친구는 반드시 물속에 들어가야 하는 침례만이 성경에 나와 있다며 나더러 다시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수차례 설득해왔다. 나는 그전에 은혜 받았던 교회에서 믿음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축복 받으며 치렀던 세례를 무효화시키는 것 같아 '됐다'고 거절했는데, 그 믿음 좋은 친구가 보였던 '이제 너는 큰일 났다' 같은 태도에 초신자로서 헷갈리고 불안했다.

이제 또 주를 바꿔 이사하면서 나는 내 또래의 '믿음 좋은' 부부가 몇 사람과 개척한 작은 한국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이 믿음 좋은 교회의 사모님은 목회자의 아내로 그늘에 숨어 있지 않고 당당하게 하나님을 몹시 사랑하시던 미인이셨는데, 그분의 안팎의 아름다움은 강하고 당당해서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인격자이실 뿐 아니라 초신자의 열심을 가진 나를 또 예뻐하셔서 특히 그분이 더 좋았다.

그렇게 믿고 사랑하던 사모님과 나 사이에 오해가 생겼다. 이 교회를 세운 '믿음 좋은' 자매가 먼저 나를 오해하고 하나님의 교회를 지킬 사명으로 잘못된 얘기를 사모님께 전했던 것이다. 사모님은 내게 당신의 얘기를 잘못하고 다니지 말라며  따끔하게 한마디하셨다.

내게는 당시 나의 억울한 심정보다 내가 갖고 있었던 '믿음 좋은' 사람들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아픔이 훨씬 더 컸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 우리가 쌓았던 믿음의 관계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그냥 한방에 '나가리'가 되었다. 나도 하나님이 세우신 이 작은 교회를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그 '믿음 좋은' 친구에게 너 왜 그랬냐고 따져 묻지 못하고 마침 우리가 다른 주로 또 이사를 가야 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은혜 받았던 교회를 '쓴마음'으로 떠났다. 우리 모두의 진심은 좋았는데,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열심으로 섬겼는데 왜 우리 모두 상처를 받았을까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나는 그 이후에도 '믿음 좋은' 여러 사람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하는 많은 일들이 결국 하나님의 교회를 위한 것이 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예배당에 앉아 있는 이 많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그들의 진심이 사실은 얼마나 선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 모두 서로를 사랑하고 싶어 하고 돕고 싶어 하고 잘 되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힘들고 부족함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 하나님께 매달려 사느라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는 이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다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데에 있다.

신앙생활의 햇수가 쌓일수록 나는 나의 부족함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받지 않으려고 교회에 누가 되지 않도록 너무나 조심하게 되었다. 너무나 조심하게 되니 할 말이 없게 되고 나눌 것이 없게 되었다. 너무나 조심해야 하는 우리의 관계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나의 진심이 저리로 가서 오해가 되지 않도록 몸을 사리자니 사랑이 전해질 통로도 좁아졌다. 하나님의 교회를 지킬 요량으로 모두 꼼짝도 하지 않아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나서면 또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교회에 누가 될까봐 가만히 있게 되는 때도 많다.

그러나 그것이 교회를 위한 것이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나는 욕을 먹어도 싸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도무지 어떻게 해보아도 나는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매번 써나가는 이 사소한 글도 나를 부담스럽게 만든다. 목숨을 걸고 나가는 오지의 선교라든지 불치병의 치유에 대한 간증이라든지 하나님의 이름을 당장 높이는 얘기꺼리를 만들지 못하고 나는 내 주변에서 바닥을 긁는 한심한 이야기를 나불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내가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부족함을 파헤쳐 고백하고 스스로 치유되는 과정을 고백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룩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치사한 이야기를 하는 나 같은 사람도 하나님께서 모두 보듬어 주실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김은정 씨는 일명  '라면 강사'다. 끓이기 쉽고 맛있는 라면처럼, 배우기도 쉽고 알차게 써먹을 수 있는 생활영어를 <미주뉴스앤조이>와 <코넷> 등에 연재해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때 연재한 글을 모아 <굿바이 영어 울렁증>,  <굿바이 영어 더듬증>,  <긴꼬리 영어 학습법> 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예수 믿는 재미'를 나눠볼 요량이다. <미주뉴스앤조이>는 김은정 씨가 신앙생활하면서 맛본 은혜와 갈등을 솔직히 '까발리는' 신앙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현재 달라스중앙연합감리교회에 출석하는 김은정 씨는 U.T. Arlington에서 ESL 강사로 있으며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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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wind 2010-02-01 13:57:52
물론 개인적인 차가 있겠지만 제 경우에는, 무언가 거창한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 주는 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근래 읽었던 글 중에 가장 신앙적인 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