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과 금이 없어도 가능한 단기선교 모델 찾을 때
은과 금이 없어도 가능한 단기선교 모델 찾을 때
  • 정민영
  • 승인 2010.01.30 02: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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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한국 선교를 위한 제언(6) 단기선교의 문제

정민영 선교사(국제 위클리프 선임 부총재)는 한국 선교계를 "선교적 사사시대"라 일컬었다. 개인이나 개별 교회나 단체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고 피차 간섭하지 말자는 식의 백인백색의 주관주의가 판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선교사는 한국 교회의 선교 행태를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교정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안 도출을 위한 정리를 시도했다. 2007년 아프간 사태 직후 작성한 글이지만, 여전히 한국 선교계에 유효하기에 앞으로 6가지의 주제별로 연재해나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1. 호전적·대결적 접근의 문제
2. 영적 전쟁의 무교적 해석 문제
3. 과시적·고지론적 접근의 문제
4. 선교적 동인(motivation) 및 문화 침식의 문제
5. 동원–훈련–현장 체제의 불균형 문제
6. 단기선교의 문제

가장 뜨거운 감자인 단기선교의 문제를 다룸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단기선교의 이슈는 어제오늘 제기된 것도, 한두 번 거론된 것도 아니다. 이제 와서 단기선교 무용론을 주장하거나 비난할 의도는 없다. 그래 봐야 효과도 없고 바람직한 일도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선교의 득실과 공과 및 역할과 한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없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으므로 단기선교의 문제를 여기 재론한다.
 
단기선교는 무슨 일이든 직접 참여하기 원하는 현대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성향, 그리고 권위 및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보다 관계와 선택을 선호하는 현대 시대정신의 선교적 반영이다. 간접경험을 통한 대리만족보다는 직접 참여를 선호하는 적극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역의 즉각적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기 원하는 현대인의 조급성에 기인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단기선교는 일방통행 및 고비용을 요구하는 서구 선교의 모델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경제 발전에 따른 물질적 풍요와 교통혁명이 가져온 기동성이라는 역사적 문맥의 산물인 셈인데, 7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 고속 성장의 흐름 속에서 태동된 근대 한국 선교 운동 역시 비서구 선교임에도 불구하고 서구 선교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고비용 선교가 미치는 가장 큰 해악은 그것이 투영하는 부와 힘의 불균형이다. 선교팀은 영적·재정적 시혜자이고 현지인은 수혜자라는 일방통행의 이미지가 토착 교회의 건강한 자립 및 동반자 관계를 저해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시혜자–수혜자 구도는 비인격적·도구적 관계를 형성하고 양자의 ‘감지된 필요’(felt needs) 를 만족시키기 위한 담합 행위로 흐를 위험성이 매우 높고, 실제로 이런 문제가 종종 선교공해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단기선교의 참여자와 시행자는 선진국 중산층의 이념과 가치를 기독교의 본질과 혼동한 과오를 청산하고, 단기선교 운동을 통한 불균형 관계 및 의존성의 영속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른바 2·3세계 선교 운동의 선두주자인 한국 선교는 무분별하고 무비판적인 관행을 답습하기보다 비서구 선교 시대에 부합한 대안적이고 혁신적인 선교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해야 할 시대적 부르심 앞에 서 있다. 은과 금이 없어도 시행 가능한 단기선교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활용해야 할 과제가 한국 교회에게 주어진 셈이다. 

바람직한 단기선교의 지침을 위해 필자가 <단기선교 핸드북>(선교한국)에 기고한 글에서 제안한 내용을 아래 첨부한다. 한국 전자통신사업체들이 연합으로 개발한 휴대 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WiBro)가 최근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었다는 낭보가 있었는데, 한국 선교도 차제에 국제적 표준(global standard)으로 수준이 향상되어 2·3세계 선교 시대를 선도하는 시대적 책임을 넉넉하게 감당하게 될 것을 기대해본다.

1) 단기선교에 관한 주요 질문과 원칙

- 누구를 위한 사역인가? 받는 자를 위한 사역인가, 가는 자(소비자) 위주의 사역인가? 받는 자의 입장에 서 보는 본질적인 시각을 제쳐놓고 가는 자의 관점에서만 단기선교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형태다.

- 목표와 동기만 바르면 방식과 방법은 아무래도 좋은가? 동기도 방법도 올바르지 않으면 안 된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담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 사역자의 태도와 행동이 유발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역설한 히포크라테스선서를 기억하라.

- 단기선교가 장기 사역자를 배출하는 도구가 될 때, 그리고 장기 선교의 대체물로 오인되지 않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 단기선교는 장기 선교의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참여하고 공헌할 때 바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2)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단기선교를 위한 제안

- 그간의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지 말고, 앞에서 지적한 단기선교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한계를 극복할 방도를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대안을 강구하라.

- 다양한 선교 단체들과 지역 교회들의 단기선교 사례들을 모으고, 모방할 가치가 있는 모델들을 찾아보라.

- 타 교회들 및 단체들과 단기선교의 경험을 공유하고 전략을 논의할 장을 만들어 활용하라.

- 개별 동아리나 지역 교회 단독으로 단기선교를 추진하기보다는,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단기선교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 선교 단체의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방안을 고려하라. 그것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중복 투자를 피하는 청지기적 방법이다.

- 대상 집단이나 지역, 사역 유형을 졸속으로 결정하지 말고 장기적인 효과를 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하고 시행하도록 하라. 분명한 목표와 철학에 근거한 중장기 계획의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거기에 근거한 세부 계획을 세워 연차적 단기선교가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 초기 기획 단계부터 전문가나 전문 단체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일단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면 지역 및 사역별 전문 기관을 찾아가 도움과 지도를 받도록 하라.

- 단독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폭 넓고 과감한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겨냥하라.

- 현지의 장기 선교 프로그램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협력하되, 장기 사역 팀의 지도 하에 단기 사역이 진행되도록 하라.

- 아무리 기간이 짧아도 반드시 충분한 사전 준비(pre-field orientation)를 거친 후에 시행하고, PSP 과정이나 선교 단체의 도움을 받아 선교의 성경적·역사적·문화적·전략적 안목을 다진 후에 떠나도록 하라.

- 단기선교를 마친 후에는 반드시 사후평가(debriefing)의 시간을 갖고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차기 계획에 반영하라.

- 시혜자가 아닌 배우는 자로 가라.

- 단기선교가 장기 선교를 유발할 때 더욱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당신의 생애가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완수하는 데 어떻게 드려져야 할 것인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간이 되도록 노력하라.

정민영 / 국제 위클리프 선임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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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단기선교 2011-01-11 08:42:42
원글에 동감합니다.
그리고 단기선교는 이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선교팀은

자기들이 만들어 간 어떤 프로그램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1. 파송된 선교사님의 선교지에 가서 선교사님께 위로를 드리고 올 수 있어야 한다.

2. 선교사님이 하라는 대로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3. 선교사님이 부탁하는 일이나 선교사님께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오는것이다.

4. 선교사님의 지시를 따라 현장 체험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