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사 간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하는가?"
"왜 이사 간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하는가?"
  • 박지호
  • 승인 2010.02.1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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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주의적 선교 운동에 대한 정형남 선교사의 따끔한 질책

정형남 선교사(요르단)는 선교계에 만연한 세대주의적 정서를 지적하면서, '이스라엘 회복 운동을 하는 자'(세대주의자)들을 두고 "이사 간 처갓집 말뚝에 절하는 자"에 비유했다. 

"이스라엘 회복 운동을 하는 자와 유대교인은 처갓집이 다른 곳으로 이사갔음에도 불구하고 옛날 처갓집 말뚝을 향해 절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마누라가 예쁘다고 이사 간 처갓집 식구를 다시 옛집으로 데려오려 해서야 되겠나?"

처갓집 식구(예수)는 이미 옛 집(예루살렘 성전)을 허물고, 새 집(예수님의 교회)에 머물고 있는데, 어리석은 사위(세대주의자)는 엉뚱한 곳을 향해 열심히 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랍권에서 20년 넘게 사역해온 정 선교사는 예루살렘 중심적 선교 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그는 한국 선교계에 만연한 세대주의적 정서를 우려하며 입을 열었다. 정 선교사와의 인터뷰는 전화와 이메일로 진행됐으며, 지난해에 출판된 그의 책 <이슬람과 메시아 왕국 이슈>(CLC)의 일부를 인용했다.

예루살렘이냐, 예수와 그의 교회냐

   
 
  ▲ 정형남 선교사는 <이슬람과 메시아 왕국 이슈>을 통해 세대주의적 선교 운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메시아(그리스도)의 과업은 두 개의 집을 짓는 것이다. 하나는 하나님의 집(성전)이요, 또 하나는 다윗의 집(유다 왕국)이다. 유대교인은 그 집을 지을 자인 메시아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여긴다. 집이 지어져야 할 곳은 예루살렘 성전인데, 그 터에는 이슬람 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그 이슬람 사원이 먼저 무너지고, 그곳에 메시아의 집이 지어진다는 것이다."

정 선교사는 세대주의적 기독교인들도 결국 유대교인들과 마찬가지라고 봤다. 예수가 메시아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 과업 수행은 그의 재림 때 예루살렘 성전 터에 두 개의 집을 짓게 되면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루살렘에 유대인의 성전과 다윗의 집을 다시 짓는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곧 현재의 이슬람 사원이 무너져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이슬람 사원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13억 이슬람교도를 향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셈이다.

"메시아의 두 과업은 예수의 초림으로 이미 성취되기 시작했고, 그의 재림으로 완성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곧 메시아 성전이요, 메시아 왕국이기 때문이다. 이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기에, 이제는 예루살렘을 향하여 절을 할 것이 아니라 새 예루살렘인 교회를 향하여 절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정 선교사는 여러 정치 운동과 선교 운동이 세대주의에 근거해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에 만연한 세대주의적 선교 운동의 흐름을 우려했다. 친이스라엘적 신학에 기초한 선교 운동은 이슬람권 중동 지역에 '평화의 복음'을 가져다주기보다는 분쟁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 있는 세대주의적 선교 운동 단체로 Jerusalem Prayer Team(JPT), Ebenezer Emergency Fund(EEF), The Voices United for Israel, Jerusalem Prayer Team(JPT), Christian Coalition for U.S.A, Christians United for Israel(CUFI)를 지목했다. 한국에서는 인터콥이 주축이 되어 추진해온 실크로드예수행진, 예루살렘평화행진, 아프가니스탄평화축제, 백투예루살렘운동 등을 대표적인 세대주의적 선교 운동으로 꼽았다. 

정 선교사는 이런 단체와 모임을 통틀어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들의 모임'(예사모)이라 일컬었다. 이들은 "예루살렘을 위하여 기도하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들은 형통하리로다"(시 122:6)라는 말씀에 근거해, 특정 지역에서의 '땅 밟기'나 일회성 대형 집회와 같은 일종의 '시위식' 운동 방식을 주로 사용해왔다.

왜 아랍 기독교인이 '친이파'가 되어야 하는가

정 선교사는 아랍권 교회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의 앞잡이쯤으로 취급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슬람권 교회 지도자들조차 세대주의적 신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이슬람권에서 '친이스라엘 정책을 성경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을 '이스라엘의 최대 후원자'라고 소개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일제 시대,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 중에 부득불 친일파의 길을 걷게 된 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누구도 그 길이 자기가 감당해야 할 '십자가의 길'이라고 여기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나라를 빼앗긴 팔레스타인 중에서 '예사모'적 기독교인이 적지 않다. 이른바 세대주의 신학에 바탕을 둔 자들이다. 그들은 '친이파'(친이스라엘파)의 길을 가는 것이 그들이 져야 할 십자가의 길이라고 믿고 있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아랍권 기독교인들이 '친이파'의 삶을 당연히 치러야 할 댓가쯤으로 여기는 현실을 목격한 정 선교사는 예루살렘 중심이 아닌, 교회 중심적 신학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정 선교사는 그가 담임하는 아슈라피아교회의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이집트, 시리아, 수단에서 온 신학생들과 교회 지도자들을 위한 신학 강좌를 개설했다. 그들이 나라와 민족 앞에 당당한 기독교 지도자들로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예루살렘 중심적 선교 운동이 새 예루살렘 중심적 기독교로 거듭나길 바라는 정 선교사는 새로 시작하는 신학 강좌를 통해 '예사모'(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들의 모임)가 아닌, 예수님과 그의 교회를 사모하는 '새 예사모' 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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