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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드 카펜터 씨는 "아이티 주민들의 '존엄성(dignity)'을 지켜주는 것이 구호 사업의 근간이 되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 ||
MCC 아이티 본부에 들어서자 마당에는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개인용 샤워룸이 줄지어 있었다. 먹을 양식과 마실 물과 잠잘 곳도 넉넉지 않은 판에 개인용 샤워룸이라니.
담당자인 랜드 카펜터 씨는 "아이티 주민들의 '존엄성(dignity)'을 지켜주는 것이 구호 사업의 근간이 되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난민촌에서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씻을 공간이 마땅찮다는 점인데, 안심하고 씻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도 존엄성을 지켜준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MCC는 샤워 구조물뿐 아니라, 물을 걸러서 먹을 수 있는 필터와 통조림과 음식, 물, 방수포, 의학 용품 등을 나눠주고 있다.
주기 전에 물어보라 ▲ 난민들을 위해 만든 개인용 샤워룸.
아이티를 향해 엄청난 자원과 인력이 쓰나미처럼 몰려들고 있다. 받을 사람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엄청난 돈을 들고 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알아서 가져온 물건을 주고 간다. MCC가 사역할 때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물어보는 것'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것을 도와주기 원하는지.
"먼저 묻는다. 내가 주고 싶은 것 내게 있는 것을 주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는지 먼저 묻는 것이 원칙이다.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MCC에게 대신 물었다.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Carpenter 씨는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을 검사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진이나 약품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공급된 상태라며, 건물 상태를 확인하고 철거해야 하는지, 수리해야 하는지, 문제가 없는지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난민촌에 기거하지만 우기가 되면 사람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진단하는 일이 급선무인데, 이 일을 해줄 사람이 부족하다.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이는 학교와 교회 고아원 등의 점검이 시급하다."
아이티를 장기적으로 도우려면 나무를 심어라 ▲ 벌목으로 황폐화된 아이티의 야산. (출처 : mcc 홈페이지)
MCC가 그간 해온 일을 살펴보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역에 집중해왔다. 단기적인 처방보다 아이티 주민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자립을 돕기 위한 일이었다. 교육 사업, 직업 훈련, 갈등 해결, 소액 금융, 나무 심기 사업 등이 그 예이다.
그중 나무 심기 운동이 MCC의 주력 사업이었다. 지진이 나기 전부터 나무 심기와 자연보호 교육에 앞장섰다. MCC는 1983년부터 나무 심기 사업을 시작해, 6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지역사회의 교회와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 활동도 펼쳐왔다.
▲ MCC는 지역사회의 교회와 학교를 대상으로 자연 보호와 나무 심기 교육 활동도 펼쳐왔다. (출처 : MCC 홈페이지) | ||
과실나무일 경우에는 어린이들에게 과일을 제공하기도 한다. 산사태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나무는 가정의 중요한 학자금이기도 하다. MCC는 “한 그루의 나무로부터 벌어들이는 한 가정의 수입으로 어린이 한 명의 1년 학비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결국 아이티에서 나무는 ‘돈’인 셈이다. 한때 울창한 산림으로 유명했던 아이티 산림이 걷잡을 수 없이 황폐화된 이유다. 1950년대까지 25%였던 산림 점유율이 1990년대 들면서 10%로 줄었고, 2000년대에는 2%미만으로 떨어졌다. 벌목하는 사람은 많은데 심는 사람은 없으니 생긴 문제다.
MCC는 교육을 통해 나무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현지 단체와 연계해 나무 심기 운동을 해왔다. 45불이면 300그루, 105불이면 700그루 정도를 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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