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전 늘 도망다녔죠"
"맞습니다. 전 늘 도망다녔죠"
  • 김범수
  • 승인 2010.03.2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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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인물 100인 100색 (4) 마가

"바나바는 마가라 하는 요한도 데리고 가고자 하나 바울은 밤빌리아에서 자기들을 떠나 함께 일하러 가지 아니한 자를 데리고 가는 것이 옳지 않다 하여 서로 심히 다투어 피차 갈라서니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배 타고 구브로로 가고." (행15:37-39)

누추한 곳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소개요? 베드로 사도를 모시는 통역관 요한 마가입니다. 요즘은 베드로 사도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흩어져 있거나 구전으로 내려오던 자료를 수집해서 예수님의 일생을 집대성하는 책을 쓰고 있습니다. 마태 사도도 비슷한 책을 쓰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마 제 책이 더 빨리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하튼 이 책이 완성되면 기독교 선교와 교회 교육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저도 예수님을 직접 뵈었습니다마는 사역하시던 중간에 만났기 때문에 처음부터 함께 사역했던 베드로 사도의 설교와 기억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에 관한 자세한 것은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대로, 기억할 수 있는 대로 책에다 다 기록했으니 많이 퍼뜨려 주십시오.

아, 역시 그것을 물어보시는 군요. 그게 사실은 예수님이 잡혀가시던 그날 밤에 상황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저희는 잘 몰랐어요.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한밤중에 군사를 만나니 다들 도망하는 수밖에요. 한 가지 부끄러운 일을 말씀드리면, 책에도 지나가는 식으로 언급했지만, 저는 그날 밤 졸려서 제일 먼저 잠자리에 들려고 속옷에다 이불 하나 덮은 채 따르고 있었거든요. 제가 젊어서 열이 많았어요. 예수님은 잡은 군사들이 저에게도 달려들었는데 다행히 이불만 잡혔습니다. 그냥 속옷 차림으로 도망쳤어요.

예, 그 소문의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밤이라서 부끄러운 줄도 몰랐지만, 그렇게 도망가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죠. 예수님이 영광스럽게 무슨 거사를 일으키실까만 기대했지 그렇게 상상도 하지 못할 방법으로 우리를 구원하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나중에 성령을 받고 나니 전부터 누누이 죽으심과 부활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렇고 베드로 사도도 그렇고 귀담아 듣지 못했고 누구 하나 그런 엄청난 일은 짐작도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커도 그렇게 큰 사랑인줄 몰랐고, 우리 죄가 더러워도 그렇게까지 무서운 벌을 받아야 할 정도인 줄은 몰랐으니까요.

베드로 사도를 모시기 전에는 삼촌 되시는 바나바와 함께 아시아 선교를 했습니다. 저에 대한 소문은 알고 있습니다. 도망가는 전문가라고요. 시작은 잘하는데 마무리를 잘못한다고요. 그게 사실이니까 괜찮습니다.

첫 번째 선교 여행 하자마자 구브로 총독에게 복음 전하고 무당 엘루마를 제압했지요. 바울 사도가 그때도 대단했지요. 그런데 뜬금없이 '이런 힘든 영적 전쟁은 내 일이 아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는 지금도 글 쓰고 통역하는 일이 성격에 맞는데, 그 치열한 영적 전쟁을 한동안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중압감이 몰려와서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짧은 생각에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선교지에 가면 어떤 두려움을 갖게 되는지, 왜 경솔하게 판단을 내리는지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갔지 선교 여행에서 도망갔지, 도망가는 전문 목사라는 별명이 붙는 게 당연하지요. 그 실수를 숨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약한 것을 드러낼 때 주님은 그것을 사용하셔서 강하게 하시는 것을 느낍니다. 요새도 선교사 훈련하러 가면 저 같은 소심한 분들은 제 실수담을 듣고 용기를 내는 사례가 많아요. 주님은 참 알뜰하신 분입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리시지 않고 실수까지도 다 사용하시니까요.

베드로 사도는 그 후에 다시 만났어요. 로마로 오실 때부터 함께 사역했고 통역과 기록을 맡았습니다. 흐흠,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제 적성에 맞는 사역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관록이 쌓였다고 할까요? 이제는 주님을 따라갈 베짱이 생긴 것 같습니다. 베드로 사도하고는 잘 맞아요. 우리끼리 얘기지만 베드로 사도도 세 번이나 부인했고, 저도 두어 번 도망갔으니 도망가는 동지끼리 동병상련 같은 그런 교감이 있지요.

앞으로는 문서 선교에 전념하겠습니다. 지중해를 돌면서 문서를 통해 예수님의 일생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이번엔 도망가지 않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김범수 목사 / 시애틀 드림교회, 커피브레이크 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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