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사랑' 아무나 하나?
'아이티 사랑' 아무나 하나?
  • 박지호
  • 승인 2010.03.2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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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과 재정 소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구조 있는지 살펴라

아이티에서 만난 한 선교사는 "사랑은 아무나 하냐"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아이티를 향해 자원과 인력이 쉴 새 없이 몰려들었지만, 구호품과 기금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것이 의욕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아이티에 몰려들어 주고 싶은 것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고 갔다. 최근 아이티 구호에 참여한 권용진 교수(서울대 의대)는 미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수요자보다 공급자 위주의 의료 봉사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저마다 단기적 임시 처방책이 아닌, 장기적인 도움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아이티에서 활동해온 단체들은 나름의 대답이 준비되어 있었다.

   
 
  ▲ 앤거스 씨는 지진에 저항력을 가진 주택을 지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작정 오면 관광객에 불과"

아이티에 뿌리를 내린 지 67년이나 된 Baptist Haiti Mission. 미국 침례교에서 세운 선교 센터다. 병원을 통한 의료 사업이 주된 사역이다. 지진 직후 병원 헬리콥터와 차로 응급 환자를 후송해 긴급 치료에 크게 기여했다. 90개 병실이 환자로 가득 찼고, 각국에서 자원봉사를 위해 방문한 의사 21명이 활동하고 있었다.

이 병원의 행정 담당자인 진 앤거스 씨는 "무작정 오면 관광객에 불과하다"며, “돕기 전에 도움을 받을 개인이나 단체가 인력과 재정을 소화할 수 있는 구조와 네트워크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귀중한 시간과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지 않겠나. 돈과 물건이 있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인력과 구호금을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 병원의 경우를 예로 들면, 각국에서 찾아오는 자원봉사자 의료진이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설사 인력과 재정이 있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네트워크나 구조를 확보하지 못하면, 구호가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진 앤거스 씨는 "의료에 관한 지원은 완료된 상태지만, 사고로 인한 트라 우마 때문에 정신과 의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긴급 구호 조치는 어느 정도 끝난 상태라며, "다음 단계를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 당장 우기가 닥치기 때문에 텐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난민들은 난민촌에서 얼기설기 지은 천막에 매트리스를 깔고 생활한다. 하지만 배수 시설이 열악한 아이티에서 폭우가 쏟아지면, 천막 안은 물바다가 되기 십상이다.

   
 
  ▲ 지역사회에서 신뢰 받는 아동병원인 Missionaries of charity. 일명 테레사수녀병원이라고도 불린다.  
 
장기적으로는 집을 지어줄 기술자들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진 앤거스 씨는 "이번에 피해가 컸던 이유도 부실한 건축 방식 때문이다. 지진에 저항력을 가진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서 지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술 자문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Mennonite Central Committee 역시 지진으로 피해를 당한 건물의 안전도를 검사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건물 상태를 확인하고 철거해야 하는지, 수리해야 하는지, 문제가 없는지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고아원이나 병원, 학교의 경우는 더욱 시급하다.

포르토프랭스 시내에 있는 Missionaries of charity의 경우도 병원 건물에 금이 가 아이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긴 상태다. 건물 상태를 진단하고 개보수해 줄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가장 어려운 이들을 최우선으로 돕는다고 알려진 이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면 기저기와 면 의류만 사용하고, 직접 손빨래를 한다.

장기적 이슈, '일자리 창출', '나무 심기', '식수난 해결'

현지 사역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아이티를 장기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일자리 창출, 나무 심기, 물 부족 해결이다. 아이티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 두 군데다. 망명 신청을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캐나다 대사관과, 물을 파는 가게 앞이다. 물 공급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저마다 물통을 들고 매일 물을 사러 다닌다.

   
 
  ▲ 물을 파는 곳은 어디나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단기적으로는 난민촌을 방문해 물을 공급하는 일도 좋고, 장기적으로는 우물 파기 사역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유니세프의 경우 '물 가게'와 계약을 해서 주민들에게 물을 무상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가게에는 별도의 물 값을 지불하니 가게 주인 입장에선 손해볼 게 없고, 주민들은 물을 공짜로 쓸 수 있어 좋다.

일자리 창출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자선 단체에서 일당을 주고 피해 복구 사업에 주민들을 투입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인들을 고용할 때 중요한 것이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턱없이 높은 임금을 책정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현지 선교사의 말에 따르면, 8시간에 125굴드가 기본인데, 4시간 청소를 시키고 250굴드를 지급해, 노동자들이 회사에 일하러 나오지 않거나 구호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기웃거리는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현장에선 아이티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고,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하는 나무 심기 사업도 장기적인 대안 중에 하나로 소개됐다. MCC의 보고에 따르면 45불이면 300그루, 105불이면 700그루 정도를 심을 수 있다. 현지인과 함께 사업을 하면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녹화 사업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15년 이상된 단체 중 현지인들이 추천한 단체

- Mennonite Central Committee (선교단체 : r1carpenter@fastmail.fm)
- Baptist haiti Mission (종합병원 : 509-512-5814)
- Missionaries of charity (아동 병원 : 509 - 3418 -2447)
- pepit frere et soeurs (고아원 및 학교 : 509- 3454 - 8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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