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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장로교단은 쇠퇴하고 있다. 한 때 주류 교단(Mainline Denomination)이라고 자신들을 지칭하던 수는 자꾸 줄어 이제 300만 교인을 남아 있는 정도이다. 예전의 영화를 기억하는 백인들은 어떻게 이 위기를 살아남으려 하고 있을까?
Once upon a time in America...
한때의 추억은 스러져가고 다른 한편에선 추억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반세기 전 백인들만의 "미국장로교회"를 유지하고 있는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를 방문했다.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는 백인들만 모이고 백인들만으로 운영해서 다원주의와 다문화가 판치는 21세기를 꿋꿋하게 자신들만의 정석대로 살아남기로 결의한 교회인 듯 보인다. 이 교회는 산마리노 시에 위치해 있으며 등록 교인 1,500에 출석 교인이 800명의 대형 교회로 미국장로교단(PCUSA) 소속이다.
미국장로교단은 소위 미국 개신교 주류 교단 중 하나다. 미국에서 주류 교단이라고 하면 미국장로교(PCUSA), 연합감리교(UMC), Christian Church(Disciples of Christ), 성공회(Episcopal Church), 연합그리스도교회(United Church of Christ), 루터교 등을 꼽는다. 한때 3,000만이 넘는 신도 수를 자랑하던 주류 교단은 그 세가 점점 축소되어 현재는 2,000만 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산마리노 시는 인구 1만 3,000명의 조그마한 도시다. 인구의 절반은 백인이고 나머지 절반은 대만 계열의 중국인들이다. 흑인은 단 33명이 거주하고 있다. 도시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보여주는 단상이다. 산마리노 시는 파사데나 시에 근접해있으며 헌팅턴 라이브러리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백인 남자들의 '우리 교회 지키기'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는 지역의 장로교회치고는 꽤나 큰 규모의 교회다. 이머징 교회며 신식 교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교회 성장을 꾀한다면,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교회 유지를 꿈꾸고 있다. 마치 "이게 우리가 예배를 드려왔던 방식이다. 정통이란 이런 것이다"를 항변하는 듯하다.
▲ 성채처럼 지어진 교회 외관.(출처 :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 웹사이트) | ||
잘 차려 입은 성도들. 예배의 시작과 함께 찬양을 올리며 입장하는 성가대는 50여 명이 넘었으며 지휘자는 커뮤니티칼리지 음대의 학장 출신의 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예배는 엄숙하게 진행 됐고, 빈틈이 없었다. 잘 짜인 한 편의 군무를 보는 듯 했다. 통성 기도는 없었지만 정중한 가운데서 성령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는 신도들의 진지함이 있었다.
예배당에 들어가니 10여 명의 예배봉사자(Usher)들이 좌석으로 사람들을 안내한다. 예배봉사자들은 모두 백인 남자들이었으며 백인 여자가 단 한 명 있었다. 모두들 감색 블레이저로 복장을 통일하고 있었으며 블레이저에는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 예배를 드리고 있는 회중들. | ||
커뮤니티만의 교회
카메라 가방을 메고 이리 저리 기웃거리는 기자에게 인사를 해오는 교인이나 안내인은 없었다. 마침 교회를 방문한 다른 교회의 흑인 장로를 한 사람 만날 수 있었다. 그 역시 냉대받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인 수가 1,000여 명에 가깝지만 교인들끼리는 서로 다 아는 사이인 듯했다. 말 그대로 커뮤니티의 구성원들만 환대 받는 커뮤니티 교회의 모습이었다.
▲ 예배당에서 설교하고 있는 유년부 목사와 아이들.(출처 :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 웹사이트) | ||
3세 이하는 히스패닉 보모, 3세 이상은 백인 교사
성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동안 아이들은 0~3세, 3~6세, 6세 이상 초등학생, 12세 이상 청소년 그룹으로 나뉘어져 돌봐진다. 교인은 800여 명이 넘었으나 아이들의 숫자는 매우 적었다. 신도들이 노령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들도 모두 백인이었다. 특이하게도 0~3세를 돌보는 곳만 히스패닉 보모가 있었다.
▲ 3세에서 6세까지의 수업 광경. | ||
한 지붕 두 가족
백인 중심의 교회지만 중국인들도 다수 출석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인들이 앉는 자리였다. 백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앞이나 중간 자리에는 빈자리가 있어도 중국인들이 앉는 모습을 보긴 힘들었다. 대부분의 비 백인들은 예배당 맨 끄트머리에 모여 앉아 있었다.
함께 예배를 참관했던 흑인 조셉 에디슨 장로는 "내가 어렸을 때는 예배당에 가면 흑인들은 예배당 뒤에 줄 쳐진 구역에서만 예배를 드릴 수 있었는데, 60년대 인권 운동이 일어나면서 그런 차별은 없어졌다. 오늘 이 교회에 와보니 보이지 않는 줄이 쳐져 있음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유색인종이 전무한 목회 팀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의 전통이란 것은 이민 문호가 개방되기 전의 백인 중심의 교회를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교회의 담임 목사는 백인 남성이고 박사학위 소지자다. 협동 목사를 맡고 있는 백인 여성은 호스피스 병원에서 원목을 역임했으며 바로 옆 부자동네인 라카냐다커뮤니티교회에서 사역을 한 경험이 있다.(미국장로교단은 보조목사(Assistant Pastor)제도를 폐지했고 모두 Associate Pastor로 부르고 있다.)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는 압도적으로 노인층이 많은데 이런 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은 여성 목사의 몫이었다.
▲ 백인들로만 구성된 목회 팀. 한 명의 흑인 행정 직원과 한 명의 아시안 인턴이 있을 뿐이었다. | ||
남가주의 인종적 다양성을 생각하면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같은 백인들만의 교회는 버티기 힘들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거액의 유산을 교회 앞으로 남기는 교인들이 계속 존재하고, 백인들만의 교회를 지키기 위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헌신이 이어지는 한 산마리노커뮤니티교회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존속될 듯하다.
▲ 예배를 마친 후 커피와 도넛을 나누며 교제하는 회중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