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정체', 그것이 궁금하다
'목사의 정체', 그것이 궁금하다
  • 정용섭
  • 승인 2010.06.14 13:5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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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목사의 신학 단상(7) 목사는 누구인가?

목사인 나는 목사의 정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할 때가 많다. 도대체 목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몇 가지 상식적인 대답이 가능하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다.

이 대답은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옳기는 하지만 좀 더 정확한 의미에서 본다면 반드시 옳은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목사 스스로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매일 입만 열었다 하면 청산유수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긴 하지만 그 중에서 자신이 실제로 알고 있는 내용이 얼마나 될까?

목사만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면서 선생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도 그렇고, 경제인들도 그렇고 대학선생들도 역시 그렇다. 물론 상대적으로 조금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역시 도토리 키 재기라고 할 정도로 별 게 아니다. 자기가 그만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만 한다면, 그래서 좀 더 근원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노력하기만 한다면 많이 알고, 조금 알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목사는 사람들을 구원하는 일을 하는가? 이것만큼 신성모독적인 말은 없다. 목사는 결코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 구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구원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물론 교회도 인간을 구원하지 못한다. 교회는 다만 구원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혹은 구원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구원을 기다리는, 아직 구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의 공동체일 뿐이다. 구원을 선포할 수 있는 분은 오직 예수님뿐이다. 목사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원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의미, 또는 의전적인 표현일 뿐이다.
 
목사는 도덕, 윤리 교사인가? 이것만큼 목사의 정체를 혼란스럽게 하는 주장도 없다. 간혹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설교를 들을 수 있는데, 이런 것은 교양강좌이지 설교가 아니다. 사람들을 양심적으로 살게 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일반 윤리선생들의 관심 사항이지 목사의 일은 아니다. 윤리적인 게 불가능하다는 말은 그 윤리라는 게 그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늘 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인간 내면의 가장 밑바닥에는 가치론적 기준이 아니라 생존을 향한 강한 욕망이, ‘힘을 향한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윤리 문제도 역시 상대적인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배운 교양 안에 자기를 감출 뿐이고, 어떤 사람은 그런 능력이 없을 뿐이다. 목사가 윤리와 도덕교사가 된다면 기독교 신앙은 결국 청교도주의나 바리새주의에 머물고 말 것이다.

목사는 사회 혁명가인가?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서 투쟁하고 여성 차별적인 사회구조를 개혁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혁명을 외쳐야 하는가? 종말론적 하나님나라를 향한 태도라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하긴 하지만 이것도 역시 목사의 정체는 아니다. 인간의 혁명은 그것이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공하면 그 혁명의 주체가 또 하나의 기득권으로 작용하고, 실패하면 그 혁명의 대상이 여전히 억압적인 힘을 행사한다. 더 근본적으로 혁명의 목표인 인간의 복지를 아무리 끌어올린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으로는 인간이 평화와 기쁨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사는 교회 관리자인가? 소위 목회하는 사람인가? 교회가 크고 작은 시민단체이거나 벤처기업이라면, 또는 목사직이 먹고 살아야 할 하나의 직업이라고 한다면 관리자로서의 목사라는 말이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교회는 최후의 심판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가 시작될 순간을 기다리는 예수의 재림 공동체라는 점에서 이 말은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목사는 누구인가? 아직 결정된 대답은 없다. 이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일이 결정된 건 아직 하나도 없다. 다만 잠정적으로 그렇거니 하고 살아갈 뿐이다. 변호사, 판사, 의사, 물리학자, 자동차 공장 노동자 등등, 모든 직업들은 잠시 그런 모양을 갖추고 있을 뿐이지 그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소극적으로 규정하는 게 최선이다.

하나님의 나라, 그의 통치, 그의 미래를 기다리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바로 목사의 정체가 아닐까? 앞에서 대단한 것을 말할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다가 너무 사소한 대답을 찾은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님의 통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 대답이 어떤 의미인지 눈치 챘을 것이다. 하나님의 통치 앞에서 자기를 무화(無化)시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재 교회가 열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절감할 것이다. 그 많은 인간 중심의 프로그램과 이벤트, 사회봉사와 세계 선교에 이르기까지 그 많은 일들이 우리의 영적 에너지를 역동화한다기보다는 소진, 고갈시키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대개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흡사 평생 동안 자기 집을 장만하느라 자기의 인생을 투자하는 이 세상의 삶과 비슷한 형국이다.

그래도 목사는 가시적인 교회의 책임을 맡고 있으니까 그 조직을 살리는 일에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옳은 말이긴 하지만 과연 그런 일들이 사람들의 영혼을 살리는 일인지 아닌지 좀 더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런 반성은 단지 신자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목사 자신의 구원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정용섭 목사 / 샘터교회 담임·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

* 대구성서아카데미에 실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고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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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그리고편지 2011-11-19 23:26:48
원래 성경에 목사는 없지요...

목사제도는 하나님과 별 관계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목사로서 목사의 정체성을 본다는거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거죠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드는것은 귀한 거죠

다만, 그 속에 바른 복음이 혼합 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paul 2010-11-19 01:49:24
막걸리로 성찬한다는 소문도 있던데
괜히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술집 주인으로 하시요

Pathfinder 2010-10-16 02:41:56
우리가 다 지식이 있는 줄을 아나 지식은 교만하게 하며
사랑은 덕을 세우나니 만일 누구든지 무엇을 아는 줄로 생각하면 아직도 마땅히
알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요 (고전 8:1,2)

symphony 2010-06-18 10:11:31
"목사의 정체"에 대해서 고뇌하는 정목사님에게 존경의 염을 드립니다. 갈1:6,7,8,9.에 보니까 "다른 복음"이라는게 있습디다. 다시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려서 현대교회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목회자들의 설교와 섬김의 행위들이 모두 "다른 복음"에 기초를 두고 목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확언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복음", "천국복음"을 전하셨는데 그리고 목사님께 그런 복음을 전하라고 명령을 하셨는데 중세기부터 영원한 복음에 포도주를 섞어서 성도들을 취하게 만드는 복음을 먹여서 모든 교인들로 하여금 면역성을 잃어버리도록 하였습니다. 진리와 오류를 타협 하여서 예수 믿으면 무병장수, 부귀영화, 만 누리려 하고 면역성만 상실하게 만드는 비진리의 복음만 오늘까지 전 해 오고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