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과조를 아세요?'
'꼬레과조를 아세요?'
  • 이승규
  • 승인 2009.03.13 20: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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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파라과이에 사는 한인 혼혈아 돕는 뉴욕감리교회

이강 목사(뉴욕감리교회)는 6년 전인 2003년 부흥회를 인도하기 위해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을 찾았다가, 텔레비전에서 이상한 장면을 봤다. 나이는 10살 정도로 보였고, 한국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여자 아이가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엉엉 울고 있었다. 기자가 왜 울고 있느냐고 묻자, 아이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얘기가 나왔다. 아버지가 한국 사람인데, 자신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갔고, 아버지가 보고 싶어 울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강 목사는 즉시 파라과이 한국 대사관에 전화를 했고, 다음날 대사를 만나 이런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그해 여름 이 목사는 교인 60여 명과 함께 파라과이를 다시 찾아 아이들과 캠프를 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예수의 '예'자도 몰랐던 아이들에게 신앙도 심어줬다.

▲ 뉴욕감리교회 교인 70여 명은 파라과이에 아들, 딸이 한 명씩은 꼭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파라과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꼬레과조'라 부른다. 한국을 지칭하는 '꼬레아'와 '파라과이'를 섞은 말이다. 대략 1965년부터 꼬레과조가 생겼고, 현재 약 1,000명의 꼬레과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중 80%는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다.

롱아일랜드에 있는 뉴욕감리교회는 꼬레과조와 함께 매년 여름 파라과이에서 캠프를 연다. 원활한 사역을 위해 '캠프 파라과이'라는 단체도 만들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모두 63명이 신앙 교육과 컴퓨터, 한국어, 영어 등의 언어 교육, 인성 교육 등을 받았다. 참가하는 아이들에게는 모두 장학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참가비는 없다. 교인들의 후원은 물론, 교회도 1년에 적게는 10만 불에서 많게는 25만 불까지 사용한다.

캠프 때만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교인 70여 명이 꼬레과조 아이들을 한 명씩 입양했다. 입양이라고 해서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기도로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매달 60불씩 자신이 입양한 아이에게 보내고 있다. 이 돈이면 파라과이에서는 공부도 하고, 밥도 먹을 수 있다.

꼬레과조는 아버지한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에 상처가 있다. 자신을 낳아 놓고 아예 한국으로 들어간 아버지도 있지만, 파라과이에 살면서 딸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도 있다. 많은 아이가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지만, 다 성장한 아이들은 아버지를 만나겠다는 희망을 버린 지 오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상처가 생각보다 깊지 않다는 점이다. 이강 목사는 상처가 깊지 않은 이유를 대부분 아버지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라과이 사역은 상황에 따라 능동적인 변화를 겪었다. 2003년부터 시작한 캠프 파라과이는 시작할 당시 주로 신앙과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교회 건물을 짓고, 그곳에서 공부를 했다. 파라과이 교육부에서 정식으로 인가도 받았다. 자격증이 있는 교사도 2명 채용했다. 처음에는 밤에 공부를 했지만, 너무 위험해 수업 시간을 낮으로 바꿨다.

그런데 이렇게 교육 쪽에만 신경을 썼더니, 공부에 소질이 없는 아이들이 소외되기 시작했다. 그냥 단순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공부를 하든 노동을 하든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멀리 봤을 때 좋은 일이었다.

▲  뉴욕감리교회는 파라과이에서 꼬레과조에게 교육과 노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사진은 현지에서 우물을 파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 캠프 파라과이)
이 목사는 고민했다. 생각 끝에 내 놓은 안이 우물 파주기다. 마을을 찾아다니며, 우물을 파주고, 화장실을 만들어줬다. 이런 일들은 공부에 별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 주로 맡았다. 물론 우물은 기계가 판다.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을 사람이 한다.

처음 우물을 파준 곳이 차코라는 지역인데, 이 지역은 독사와 독충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텐트를 친 다음에는 주변에 도랑을 판다. 그리고 석유를 뿌린다. 그러면 백사나 독충이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나마 안전하다.

그렇게 사역을 한 지 6년. 지난 2월에는 마리아와 막달리나, 알레한드로, 박진수 군 등 모두 4명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마리아와 막달리아는 아순시온에 있는 메노나이트 신학교에 들어간다. 뉴욕감리교회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1년에 3,000불씩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내년에는 한국에 있는 신학교로 유학을 보낼 생각이다. 이강 목사는 이를 위해 이번 한국 방문에서 몇몇 교회와 접촉을 했다. 장학금과 머물 수 있는 곳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 희망이 보인다.

▲ 이강 목사는 감리사가 되어 교회를 떠나지만, 교인들은 파라과이 사역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강 목사는 지금 교회가 하고 있는 꼬레과조 사역의 한계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꼬레과조가 계속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계가 오면 장애인 사역으로 바꿀 계획이다. 일단 기반 시설은 준비됐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시설만 설치하면 된다. 하고 싶은 일은 또 있다. 사실 파라과이에만 한국계 혼혈이 있는 건 아니다. 남미 지역 전체에 퍼져 있다. 이강 목사와 뉴욕감리교회는 이 혼혈인을 도와주는 사역을 파라과이 주변에 있는 우루과이나 아르헨티나 지역으로도 넓힐 생각을 하고 있다.

이강 목사는 2월 18일 연합감리교회(UMC) 뉴욕 연회 감리사가 됐다. 전임 감리사기 때문에 교회 담임목사직은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파라과이 사역은 계속된다. 지난 6년 동안 교인들과 충분한 공감 속에서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바람이 있다면 후임 목회자 역시 꼬레과조 사역을 열심히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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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지문서 2009-03-16 10:42:00
교회의 할일을 올바르게 그것도 몇년씩이나 지속해온 이강 목사님과 뉴욕감리교회에 큰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