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기름 유출 사고, 누가 원흉인가?
BP 기름 유출 사고, 누가 원흉인가?
  • 전희경
  • 승인 2010.06.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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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여론, 오바마-체니-BP에 화살

지난 10일 미 의회에서는 3개의 BP 기름유출사고 청문회가 열렸다. 전날에도 이미 5개의 유출 사고 청문회가 있었지만 주로 의원 간의 대화였던데 반해, 이날의 청문회에는 노동자와 최고경영자는 물론 학자, 환경주의자, 영화배우까지 출동했다.

청문회 초반, 리사 머코우스키(알래스카, 공화) 상원의원이 BP를 두둔하는 개회사를 시작하자마자 4대째 어업에 종사하는 다이앤 윌슨은 항의 표시로 설탕 시럽을 의원에게 부어버렸다. 석유산업계로부터 44만 불 상당의 로비자금을 받은 바 있는 머코우스키 의원은 환경보호국(EPA)의 제안에 반하며 석유산업계에 우호적인 결의안을 낸 바 있다.

또, 바다로부터 기름을 제거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에 투자해 온 영화 <꿈의 구장>과 <보디가드>의 주연배우 케빈 코스트너는 자기 회사의 기계를 이용해서 기름을 치울 때라고 주장했으며,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환경법학자인 케네스 머치슨 교수는 환경 재앙의 심각성을 읍소했다.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은 의회 청문회가 화가 난 양당의 의원들로 열기를 더해갔다고 전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청문회가 열릴 것이라 전망했다.

'오바마의 카트리나'가 될 것인가

4월 20일 사고발생 이후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은 루이지애나를 세 번 방문한 바 있다. 다음 주에 또 한 번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지만, 여론은 정부의 대처에 불만이 많다. 이 사고로 11명의 노동자가 죽었고, 10일 미 정부는 하루에 84만에서 170만 갤런의 원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예측치를 높여 발표한 바 있다.

여론은 'BP 유출사고가 누구의 재앙'이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지난달까지 BP임원들을 믿고 BP의 대처방법을 문제 삼지 않았던 오바마 대통령에 전임 부시 대통령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응을 늦게 하여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에 빗대어 이번 사고가 '오바마의 카트리나'라며 분노를 대통령에게로 보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이제이 디온은 "진실은 정부의 권력이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는 사기업에 이양되어 버렸다는 것"이라며 "BP가 유출을 막는 노력은 물론 보상청구과정, 환경관련 계약직이나 자원봉사자 관리, 재난 발생 지역 접근이나 데이터 수집에 이르기까지 모두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핑턴 포스트>의 댄 프럼킨은 "BP는 더 이상 최종정책결정자가 아님을 오마마 대통령이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민주당 전략가이자 루이지애나 거주민인 제임즈 카빌은 CNN에 나와 "대통령은 BP에게 대통령이 최고책임자이고, 대통령의 말을 따를 것을 권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진보센터는 향후 환경보호국 등 연방정부기관의 새로운 계약 당사자는 BP여서는 안되며, 정부가 2010년 1/4분기에 50억 달러의 이윤을 낸 BP사에 재난구호비용기금 설립을 요구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체니의 카트리나'인가

한편, 유출 사건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향후 6개월간 심해 석유 시추를 금지했지만, 감시감독당국인 미광물관리서비스(MMS)가 최근까지 적어도 7건에 달하는 새로운 작업 허가를 내주고, 5건의 환경 규제를 면제해 주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1982년 레이건 행정부 당시 제임스 와트 미 내무장관이 신설한 광물자원관리 감시감독 당국인 MMS는 부시-체니 행정부 당시 기업과의 유착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 부시 정부 5년간, MMS는 면허 발급이나 로열티 명목으로 매해 130억 불 상당을 에너지 관련 회사들로부터 거둬들인 후 안전 및 환경 규제를 완화해주는 뒷거래를 해왔다. 위반 신고 접수된 400건 중에서 벌금을 부과한 건은 16건에 불과했으며, 산업계 대표들과 마약 및 성거래를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해양대기관리청(NOAA)으로부터 환경 관련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기업들에 시추 허가를 내주는 등 연방정부법을 어기기도 했다. 현재 BP를 비롯한 석유회사 로비에 집중했던 스티븐 그릴즈 전 내무차관은 상원의 기업특혜 조사 방해죄로 감옥에 있다.

최근 BP는 기업 이익과 평판을 방어하기 위해 부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골드만삭스 직원이었던 조쉬 볼튼으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있으며, 체니의 수석비서였던 앤 우먹-콜튼을 새 대변인으로 고용했다.

부시 행정부 당시 MMS 이사였던 랜달 루티는 천연해양산업연합의 대표로서 에너지 자원 기업에 우호적인 규제와 경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며, 석유 리스와 관련해서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전 내무장관 게일 노턴은 석유회사 쉘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이런 부적절한 관계는 재앙을 이미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배경은 2001년으로 올라간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BP를 포함한 석유회사들과, 국립광업협회, 경영자 모임인 미국석유연구소(API)로 구성된 '국가에너지정책팀'을 만들어 '에너지선진화정책'을 만든 바 있다. 정책은 효율적인 시추 및 생산을 위한 거대 석유회사 우호정책으로서 규제 완화, 재생 에너지 예산 삭감, 세금 연기가 핵심이었다.

또 가솔린 값을 두 배 이상 올려 이를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토록 하여, 평균 가계(가솔린)지출을 1,100달러 이상 증가시켰다. 때문에 미 진보센터의 레베카 레프톤 연구원은 이번 BP유출사건을 체니가 불러온 재앙이라 해서 '체니의 카트리나'라고 보고 있다.

"BP에 더 많은 책임지도록 해야"

BP사의 대응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어떻게 하면 BP가 많은 책임을 지도록 만들까에 여론이 집중되고 있다. 의회는 석유회사의 책임 상한을 높여야 하며, 보조금이나 세금 혜택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현행 미국법상 기업의 책임상한은 7,500만 달러이다. 그러나 사후 대처 비용에는 사고 뒷정리 및 오염을 최소화하는 비용 이외에 지역, 주, 연방정부의 행정비용 및 관련정부기관들의 위기대처비용, 천연자원의 회복 및 환경복구 비용, 어업 및 관광업 종사자의 사업 손실 비용 등이 발생하게 되는데 현재의 책임상한 하에서라면 책임상한을 넘는 비용은 결국 납세자들이 부담하게 된다. 이에 의회는 재난을 일으킨 석유회사의 책임상한을 높이는 법을 제정하려는 것이다.

또 현행법에 의하면 정부는 석유회사에 거액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미 고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회사에 줄 필요가 없는 돈이므로 보조금 철폐정책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세금감면형태의 보조금은 정부 지출 형태의 하나지만 의회의 예산에도 안 잡히는 숨겨진 지출이다. 원유를 뽑아 올려 사회에 공급하는 사업을 하는 석유회사에 시추 비용이나 렌트비용을 삭감해주고, 국내 제조세나 지역세를 감면하는 등 10년간 450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제동을 걸자는 것이다.

또 법인의 소재지 국가가 과세권을 갖는다는 규정을 악용하여 세금을 내지 않는 나라에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외국과 미국 양국에 세금을 내지 않는 기업들이 있는데, 외국에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 미국에 세금을 내는 방법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또 노동환경의 악화를 막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할 경우 물게 되는 벌금을 높이는 방법도 관련기관에서 논의 중이다. 산업안전보건국(OSHA)은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과 협력하여 현행 규제를 검토하고, 안전사고 시 벌금 상한을 높일 것을 의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환경보호국(EPA)도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규제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달 17일 의회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청문회에서 켄 살라자르 미 내무장관은 광물관리서비스(MMS)의 개혁을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 리스를 포함한 에너지 자원 평가 및 계획은 해양에너지운영국이 맡게 되며, 산업안전 및 환경보호 감독은 안전 및 환경집행국이, 로열티 및 수입 관리는 천연자원수입처가 맡게 된다. 이들 부서를 감독할 감독자도 나뉘어져 앞의 두 부서는 영토및광물자원관리차관이 감독하게 되고, 천연자원수입처는 정책운영예산차관이 감독하게 된다.

그러나 개혁조치의 집행에는 시간이 걸리고, 발데즈 사건 때 사회적 책임을 회피했던 액손 모빌의 경우에서 보듯이 이번 재앙도 납세자의 부담으로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희경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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