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회의 가야할 길, '함께 묻다'
한인 교회의 가야할 길, '함께 묻다'
  • 박지호
  • 승인 2010.08.18 17: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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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뉴스앤조이]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 들여다보기

'답을 주는' 시간이 아닌 '함께 묻는' 시간이었다. <미주뉴스앤조이>가 주최한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는 '완제품'을 만들어내기보다 함께 답을 찾아갈 '길동무'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앞서 고민했던 김영봉 목사(와싱톤한인교회)가 길잡이 역할을 했고, '포스트모던 시대의 신앙과 목회'라는 화두를 갖고 걸었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맞지 않는 모던적 목회 방식, 선교 방식, 설교 방식은 무엇인가. 동시에 포스트모던 시대에도 여전히 지켜야 할 신앙 전통은 무엇인가.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 내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국 전역에 있는 10여 개 신학교와 지역 교회에서 신학생 및 목회자 30명이 참석했다.  
 
   
 
  ▲ 소그룹별로 모여서 토론하는 참석자들.  
 
김영봉 목사의 주제 강의 후 나머지 참석자가 강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은 많고 할 말은 많았지만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 누가 누구를 설득하는 대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생각과 비전을 넓히는 데 초점을 뒀다.

주제 토론 외에도 또 참석자들의 교단과 배경을 고려하여 소그룹을 편성했고, 2박 3일 동안 수시로 삼삼오오 모여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학문적 논의와 목회적 적용이 공존했다. 미국 전역에 있는 10여 개 신학교에서 구약학, 종교학, 설교학, 목회학, 기독교교육학 등을 전공하는 신학생 및 목회자 30명이 참석했다.

강의뿐 아니라 일정의 많은 부분을 전체 토론에 할애했다. 주제 강의 시간이 1시간씩인데 비해 주제 토론에는 1시간 30분을 배분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0분 넘게 발표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참석자를 30명으로 제한한 것도 주제에 대해 깊이 토론하고 참석자들끼리 충분히 교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김영봉 목사가 주제 강의를 하고, 끝나면 나머지 참석자가 김영봉 목사가 던진 주제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인 교회의 '통성기도'와 '공동체성'에 주목한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교회의 목회 방식에 대한 고민은 이머징 교회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고, 한인 교회 현장으로 옮겨갔다. 이머징 교회를 놓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이민 교회를 놓고 고민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이번 컨퍼런스가 우리가 서 있는 현장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참석자1 / 신학교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포스트모더니즘일 거다. 신학교에서 포스트모던 시대 교회 갱신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하지만 정작 한인 교회 현장으로 돌아가면 포스트모더니즘은커녕 전근대적인 상황이다. 이머징 교회라는 것이 미국 백인 교회 콘택스트 속에서 나온 운동이라고 본다면, 한인 교회에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머징 교회에 대해서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 교회 현장에서 교회 갱신 운동을 실천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참석자 2 / 최근에 샤론 킴이 2세의 신앙 방식을 인류학적으로 접근해 쓴 책(<A Faith of Our Own:Second Generation Spirituality in Korean Churches>)을 읽었다. 1세들이 '조용한 탈출(Silent Exodus)'이라고 규정하면서 2세들이 1세대를 버리고 신앙도 떠났다고 여기기 쉬운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2세들이 그들만의 제3의 신앙 방식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캐런 킴은 1세 한인 교회의 가장 큰 장점으로 '통성기도'와 '공동체성'을 꼽았다. 백인 교회가 줄 수 없는 신앙 유산이 공동체성과 통성기도라는 것인데 바로 이 지점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속에서 살릴 수 있는 한인 교회의 모던적인 전통이 아닐까 한다.

참석자3 / 이 시대에 필요한 목회 방식은 무엇인가. 교회의 모든 행사와 이벤트가 교회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에게로 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하나님나라를 교회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실현해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에 지켜야 할 모던식 목회 방식은 역설적으로 또 다시 '우리에게 오라'가 아닐까.

참석자 4 / 신학교와 교회가 분리된 것 자체가 모던한 것이다. 교회는 창조적인 곳이 되어야 하는데 관리하는 수준이다. 구멍난 거 때우고 교인들 붙잡는 곳이 되어버렸다. 교회가 교회다워져야 하는데 결국 목회자의 문제고 목회자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목회 대상인 교인들을 형성하는 문화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현관에서 부엌까지 인도할 것인지.

김영봉 목사 / 신학교에서 가르칠 때 교회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 당신은 현장에 없어서 모른다며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신학교를 나와서 현장으로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장으로 나와서 고민을 담아내고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급진적으로 단절하게 되면 더 이상 기존 목회 현장과 소통을 할 수 없게 된다. 전통적인 목회 현장 안에서 재구성하고 재건하는 것이 다른 사람이 귀담아 듣고 설득력 있지 않을까 한다.

   
 
  ▲ 소그룹은 참석자들의 교단과 배경을 고려하여 편성했다.  
 
   
 
  ▲ 소그룹별로 모여서 토론하는 참석자들.  
 
타종교와의 대화, 본인 신앙 굳건할 때 가능

포스트모던 시대가 되면서 타종교에 대한 기독교의 배타성이나 폭력성도 문제로 부각되면서 타종교와의 대화라는 주제도 더 많이 떠오르고 있다.

참석자1 / 기독교의 배타성, 공격성이 강조되면서 타종교와의 평화로운 공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타종교와의 대화 문제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새로운 목회적 주제가 아닌가 한다.

참석자2 / 여러 가치를 타종교 경전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종교의 경전은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고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경을 읽을 수 있지만 거기서 구원의 진리를 찾진 않는다. 교인들은 교회에 상대적 가치 중 하나를 들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 가치를 듣고 확신하기 위해서 온다고 생각한다.

김영봉 / 자신의 신앙에 굳건히 서 있을 때 타종교와 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노자의 도덕경이 산상수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타종교의 경전을 내가 믿는 바를 더 깊게 이해하고 깨닫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내 글이나 내 설교에서 함부로 인용하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

   
 
  ▲ 참석자를 제한해 충분한 교제도 이뤄지도록 했다. 한 참석자는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참석자들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참석자 전원이 최소 5분에서 10분 이상씩 자신의 견해를 발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했다.  
 
이머징 교회와 문신(Tatoo), 어떻게 봐야하나

최근 미국 크리스천 젊은이들 사이에서 문신(Tatoo)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머징 교회 운동에 참여하는 신학생 및 목회자들까지 거침없이 문신을 하는 현상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참석자 1 / 몸에 문신을 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머징 교회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주된 특징 중 하나인 것 같다.

참석자 2 / 교회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다. 만일 사역자의 경우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싶다면 교회에 공존하는 다양한 색깔과 성향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참석자 3 / 왜 문신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유를 놓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 또 과연 문신을 포스트모던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것과 과연 문신을 이머징 교회 운동과 연결시킬 수 있는가도 별개의 문제다. 

참석자 4 / 신학교에서 타투를 하고 다니는 신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저 하고 싶어서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것이다.

참석자 5 / 어디까지 관용할 것인가 어디까지 판단하고 교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늘 숙제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얼마든지 쿨하게 행동할 수 있지만 그러다보면 진리가 상실될 수 있는 거 아니냐. 영어권 학생들에게 설교를 하는데 코앞에서 손톱을 깎더라. 난감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어떻게 대처할지 몰랐다. 포스트모던 문화라고 용납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교정하고 훈계해야 하는가.

김영봉 목사 / 양복이 편해서 입으면 그게 포스트모던이고 의무감이나 에티켓으로 입으면 모던식이다. 한때 신학교에서 강의실에 모자를 쓴 학생이 있기에 지적을 했는데, 다른 교수가 요즘 학생들에겐 모자 쓰는 것이 머리핀 꽂는 것과 다름 아니라고. 우리 시대에 여성이 머리핀 꽂는 것과 모자를 쓰는 것이 다르지 않듯 최근 미국 사회에서 문신을 한다는 것도 비슷한 의미 아닐까.

   
 
  ▲ 올해는 함께 참석하는 가족(배우자와 자녀들)을 위해 워싱톤디시 투어를 마련했다.  
 
온라인으로도 계속 교제했으면

이 외에도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2박 3일 동안 수많은 물음표와 느낌표가 오고갔다. 참석자가 강사에게 묻는 형식이 아니라, 모든 참석자가 질문하고 답변했다. 참석자들은 "이 물음표를 가지고 씨름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놨고, "학문적 필요와 목회적 필요가 만났다"는 소감도 나왔다.

"학문적 흐름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목회 현장에서 어떻게 이런 것들을 적용할 것인가 하는 것들도 함께 고민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나 자신의 목회를 돌아보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미국 곳곳에서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공부하며 목회하는 사역자들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를 마치며 기념촬영을 하는 참석자들.  
 
행사 이후 참석자들은 평가서를 통해 주강사 및 전체 강의, 전반적인 프로그램, 진행, 식사,  행사 장소, 참가비 등의 항목에서 95%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다만 일정이 짧았다는 의견과 서로 간에 좀 더 깊은 교제가 아쉬웠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음 컨퍼런스에 참가할 것이냐는 것과 인터넷 온라인 모임에 참여할 것이냐는 물음에도 95%이상이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고민을 발전시켜갈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적극적인 의견도 나왔다.

"인터넷을 통해 교류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이번 한 번의 컨퍼런스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인터넷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계속 교류하며 내일의 목회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 <미주뉴스앤조이> 신학생 멘토링 모임 페이스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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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무 2010-08-26 14:58:19
좋은기사 잘 읽었습니다. 멀리서 수고하십니다

kwanchae 2010-08-21 00:26:19
위 내용 중 제일 처음에 나오는 참석자 2의 의견 중 저자의 이름을 잘못 소개한 것을 수정합니다(긴장하며 말하다 생긴 실수라고 여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aren Kim 이 아니라 Sharon Kim(California State University at Fullerton 의 사회학 조교수로 계십니다) 입니다.

혹 더 자세히 내용을 접하고자 하는 분을 위해 정확한 책 제목도 소개합니다: Sharon Kim, A Faith of Our Own: Second-generation Spirituality in Korean American Churches. New Brunswick: Rutgers University Pres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