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만 기름 유출 사건, 무슨 교훈 남겼나
멕시코 만 기름 유출 사건, 무슨 교훈 남겼나
  • 조희정-김명곤
  • 승인 2010.08.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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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의 무책임-오바마 늑장대응이 부른 인재’ 비판 여론 비등

지난 28일로 멕시코 만 기름 유출 사건이 발생한지 100여일이 지났다. 연안 개발은 앞으로도 쉼 없이 이루어 질 것이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인재를 막기 위해서 유의 할 점과 잊지 말아야 할 점을 짚어보기로 한다.

사고가 발생한 멕시코 만에 인접한 남부 플로리다 지역은 유출된 기름덩어리의 접근을 막아준 순환해류(Loop Current) 덕분에 다행히 큰 피해를 비켜갈 수 있었지만, 연안 개발이 계속되는 한 늘상 운이 좋을 수만은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특히 석유 업계가 나날이 대륙붕 깊숙한 지점까지 시추를 해 나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할 경우, 남부 플로리다 지역이 이번처럼 운이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해수면 아래서 떠도는 기름 덩어리, 부실시공 등 짚고 넘어가야

거대한 기름 덩어리가 미생물의 분해 작용, 바람, 파도, 일광 등에 의해 대부분 사라졌으나 더 큰 문제는 해저에서 아직도 떠돌아다니는 기름 덩어리 들이다.

방제 작업을 위해 막대하게 쏟아 부운 화학 분산제와 기름이 합쳐져 해수면에 뜨지도 않고 물 밑에서 구름 덩어리 모양으로 돌아다니는 기름 성분이 발견되고 있다.

BP 측은 사건 초반에는 이러한 현상을 부인했으나 지금은 방제 작업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과학자들조차 아직 이 기름 덩어리들의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해양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한편, BP측이 석유 시추 시설을 건설하면서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을 무시한 부실시공을 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BP는 사고 발생 4일 전 공사를 맡은 하청 시공사로 부터 “유정을 고정시키기 위해 내관 로드(centralizer) 21개가 필요하다”고 요청을 받았으나 BP는 6개를 설치하고 작업을 마쳤다.

또 사고가 난 유정에 보다 안전한 ‘선형 타이 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긴 문자열 파이프’를 사용해 700만 불에서 1천만 불 가량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 멕시코만서 미 질병통제국 요원들이 오일 찌꺼기를 검사하고 있는 모습. (출처 : 질병통제국 웹사이트 갈무리)  
 
BP측은 지난 4월 20일 사고 발생일로 부터 수 주 후, 하루 오일 유출량을 5천 에서 2만 배럴 사이로 계산하고, 하루 1만 5천 배럴까지의 방재 작업이 가능한 ‘탑 햇’이라는 봉쇄방제 장치를 설치했다.

그러나 6월 중순 경 과학자들이 하루 유출량이 5만 배럴 이상이라고 발표하자, 오바마 정부는 BP에게 용량이 더 크고 빠른 방재 장치 설치를 촉구했다. BP는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800대의 기름제거 작업선과 114대의 비행기, 340만 피트 길이의 오일펜스와 2만 4천 800명의 인원을 동원하여 본격적인 방제 작업에 나섰다.

이후 BP는 하루 80만 배럴을 걸러낼 수 있는 ‘원심 분리 정화장치’가 장착된 선박 ‘엘라 지’를 동원했다. 현재는 유정 위에 뚜껑을 덮는 데 성공하여 비교적 적은 양의 기름만 유출되고 있다.

‘카트리나’때의 부시만큼이나 안일한 오바마의 늑장 대응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사고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대응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플로리다의 한 언론은 오바마 정부가 사건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고 가볍게 무마하고 넘어가려한 BP 측을 지나치게 신임하고, 진상조사를 제때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또 일부 과학자들과 국회의원들은 “사건 조사를 임무를 맡았던 과학기관 NOAA 역시 신속하게 진상조사에 나서지 않았다”며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오바마 정부는 사건이후 지지도가 급격히 하락 하는 양상을 보이자 또 다른 정부 기관인 ‘유니파이드 커맨드’를 통해 BP측에 압력을 넣고 200억 달러 규모의 복구 지원비 약속을 받아냈다.

자연은 살아난다?

그렀다면 멕시코 만은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기름유출 사건을 딛고 되살아 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유출된 기름의 50% 가량이 일주일 내에 자연 증발되어 사라질 것이고 나머지 유출분 역시 미생물 등에 의해 자연 분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재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 소속 미생물 생태학자 테리 헤이즌은 “석유도 자연 자원으로 자연의 일부다”며 “미생물 등에 의한 자연 분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허리케인이나 해안 습지 등의 자연 조건들 역시 오염 물질을 몰아내거나 걸러내는데 한 몫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석유업체 시공 감독기관 직무 태만 의혹

일반인들은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석유 업체의 부실 시공이나 안전 불감증 행태를 감독하는 기관에 대해 직무 태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석유 시추 시 안전을 감독하고 연 수익 1조 달러 규모의 석유 업계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로열티를 징수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MMS라는 기구는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대신 국민들의 세금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MMS를 해산시키고 부랴부랴 제도적 허점을 보안할 것을 약속했지만 잘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플로리다 관광업과 루이지애나 수산물 양식업 등 지역 경제가 입은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환경 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미 제기되어 오던 멕시코 만 지역의 환경오염과 그에 따른 어획량 감소, 습지 소실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들은 점점 소실되어 가고 있는 미시시피 삼각주를 복원하기 위해 BP 가 50억 달러의 기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BP의 토니 헤이워드 회장은 잦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는 이번 유출사건을 놓고 “넓은 바다에 석유 조금 쏟아졌을 뿐이다”고 말해 국민들을 분노케 했고, 최근에는 초호화 요트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와이트 섬에 휴가를 다녀와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조희정-김명곤 / <코리아위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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