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 목사를 괴물로 키워버린 미국 보수 언론
존스 목사를 괴물로 키워버린 미국 보수 언론
  • 박태인
  • 승인 2010.09.13 0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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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 화형식'을 통해 주목해야 점 두 가지

'코란 화형식'으로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테리 존스 목사의 기행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테리 존슨 목사는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이후부터, '이슬람은 악(Isralm is of the Devil)'이라는 슬로건으로 교회를 운영해왔으며 수년 전부터 9월 11일에 맞춰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수년째 태워왔다. 하지만 그의 이 극단적인 행동은 많은 언론으로부터 계속해서 외면을 당했다.

우선은 이 사건이 뉴스로서의 가치가 별로 없었으며, 종교라는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적합한 소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수년 동안 자신의 교회 앞에서 공개적으로 코란을 태우는 행위를 지속했지만 미국 언론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다.

하지만 최근 그라운드제로로부터 두 블럭 떨어진 곳에 설립될 이슬람 문화 센터 건립 논란과 중간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더 심하게 불어오는 미국 내 안티 이슬람 바람과 맞물리면서 잊혀져가던 테리 존슨 목사의 '코란 방화' 행위가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한 시골 작은 교회 목사의 '특이한 행동'이 언론들 덕에 전 세계 무슬림들의 공분을 자아내게 만든 거대한 종교적 공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한 오바마 대통령의 여러 언급들이 사건의 규모와 선정성을 더욱 더 극대화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리 존슨 목사에게 "코란을 태우는 행위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을 위태롭게 할 것이며 알카에다에게 병력을 소집하게 하는 중요한 동기가 될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방화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국방부 장관인 데이비드 페트리어스 또한 테리 존슨 목사의 방화 행위가 "중동에 주둔한 미군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그에게 우려를 표하기도 하였다. 물론 테리 존슨 목사는 '강행'의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미국의 모든 미디어가 주목하고 있는 이 '코란 방화' 사건에서 우리가 보다 본질적으로 주목하고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오바마 대통령과, 데이비드 페트리어스 장관의 언급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 정부가 테리 존슨의 코란 방화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법적 또는 헌법적 권한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즉 테리 목사는 자신의 소유물인 교회 앞마당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표출하는 행위인 '코란 방화'를 헌법적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미국의 수정 헌법 1조에 기제 되어 있는 표현과 신념의 자유가 이를 충분히 보장하기 때문이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국익이라는 이유로 테리 존슨 목사를 체포하거나, 방화 행위를 막기 위해 경찰 병력을 투입하기 위해선 테리 존슨 목사의 종교적 표현 행위가 미국의 국익을 크게 저해해야 한다는 직접적 연결 관계와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그의 코란 방화 행위와 중동에 주둔해 있는 미군의 위협을 인과 관계로 연결시키기에는 넘어야할 논리의 다리가 너무 많다.

최근 미국 자유 언론상을 수상하였으며 미주리 저널리즘 스쿨에서 언론법을 가르치고 있는 데이비슨 찰스 교수는 "테리 존슨 목사의 코란 방화 행위는 미국 헌법이 최상위로 보호하고 있는 종교 및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우리가 그의 행위를 싫어하는 만큼 그것은 법적으로 보호 받는다"라고 이야기하였다.

미국 정부가 테리 존슨 목사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에게 몸소 전화해 방화 행위를 중단하라고 설득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그리고 이 부분은 표현 및 종교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미국 헌법의 덕택(?)이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사건 또한, 최근 논란이 되었던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건립될 이슬람 문화 센터 논란처럼 미디어가 만들어낸 선정적이며 공허한 선거용 논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슈가 다른 안티 이슬람 이슈와 조금 더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이슈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미국 언론의 노골성이다. 테리 존슨은 올해에만 코란을 태우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작년에도, 그리고 재작년에도 거듭 코란을 태웠지만 그 어떤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다. 언론이 다루고 싶었지만 다룰 수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한 특이한 목사의 행위를 선정적으로 보도하고픈 욕구보다 보도 후 닥칠 후폭풍에 대한 부담이 더 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폭스 뉴스>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만들어낸 안티 이슬람 프레임이 전국 미디어를 뒤덮게 되고, 그 환경에 그것에 익숙해지자 독자들은 '코란 방화'라는 타 종교에 대한 엄청난 모욕 행위도 안티 이슬람 분위기 내에서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하나의 해프닝으로만 인식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이슈의 선정성이 이 안에 담겨 있는 종교적 민감성을 뒤덮어 버렸다.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을 보도하는 데 있어서 가장 두려웠던 종교적 리스크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즉 보도의 대가가 급격히 줄고, 이슈의 선정성은 늘어나 더 많은 독자들이 뉴스를 클릭을 하게 되니 언론으로서는 이보다 더 나은 장사가 있을 수 있겠는가? 언론에게 있어서 테리 존슨과 같은 극단주의자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영화 또는 상상 속에서만 있을법한 행위를 라이브 비디오로 찍을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인데 상업 언론이 이를 외면할 리는 없다. 상업주의에 기반을 둔 현재 언론 시스템은 항상 그들을 위한 괴물들을 필요로 한다.

박태인 씨는?

미주리주립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다. 트위터(@TellYouMore)를 통해 세계의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그는 고재열 기자(<시사IN>)가 운영하는 <독설닷컴>(www.dogsul.com)의 해외특파원이기도 하다.


* 이 글은 박태인 씨의 개인 블로그(http://blog.joins.com/media/index.asp?uid=parktaeinn)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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