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램프 지니! 내 손 안에 있는 하나님?
요술램프 지니! 내 손 안에 있는 하나님?
  • 송병주
  • 승인 2010.10.08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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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재해석 (5) 램프의 요정 속에 드러난 '신관'

요술램프의 요정은 알라딘의 인생에 만난 대박 아니 '특박'이었다. 아무런 희망 없이 살아가던 시장의 좀도둑이던 알라딘의 인생을 공주와 결혼하여 한나라의 왕과 같은 존재로 살게 만들어 주었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며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개되며 멋진 로맨스도 있는데, 의도적 재해석의 관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싶은 것은 이 속에 드러나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 램프의 요정을 보면 과거나 현대나 사람들이 바라는 '신관', 곧 '신'이라는 존재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무엇인가? 하나님은 램프의 요정, '지니'가 아니다.

묻지도 따지지 말고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안 되나?

   
 
  ▲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요술램프의 지니. 우리가 바라는 하나님도 그런 하나님인가?  
 
램프의 요정은 그 소원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그저 원하는 소원이면 다 들어준다. 사람을 죽이거나 사랑을 하게 하는 소원은 들어주지 못하지만, 옳고 그름을 따지 않고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준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그것이 가치나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전혀 묻지 않는다. 좀도둑을 왕자로 만들어주거나, 악한 마술사에게 최고의 능력을 가진 마법사가 되거나 신적 경지에 이르는 위험천만의 일도 다 들어준다. 

그것이 공동체에 미칠 영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이 했던 일도 램프의 주인이 알라딘에서 무스타파로 바뀌는 순간 한순간에 날려버린다. 필요하면 자신이 주인으로 섬기던 자의 아내, 쟈스민 공주를 납치하는 배신도 서슴없이 시행할 수 있다. 한마디로 묻지도 따지지 않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다. 여기서 발견하는 것이 무엇인가? 사람들이 원하는 신은 오직 나를 향해서만 '배타적 특혜'를 베푸는 존재이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많은 것도 필요 없고 3가지 소원만 들어줘도 된다.

그런데, 우리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하나님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신다. 옳고 그름을 따지신다. 신념 없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신념 있는 능력'을 가진 분이시다. 그래서 하나님은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이시다. 남용이 능력이 아니라, 절제가 능력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때로 무능하게 보일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배타적 이기주의'에 충실히 능력을 발휘해 주지 않는다. 왕자가 되고 싶은데 낮아짐과 섬김의 삶을 살게 하고, 로또를 맞아 궁궐을 짓고 공주와 결혼하고 싶은데 한푼 두푼 아껴 저금하라고 하신다. 그분은 우리를 위해 무능을 자처하여 십자가에 죽으시는 분이시다.

램프의 요정, 내 손안에 있소이다

세상을 뒤집을 능력을 가진 램프의 요정이지만, 그는 알라딘의 손안에 '장악'당해 있다. 위대하지만, 섬길 필요가 없는 신이다. 내 손안에 장악당해서 내가 부릴 수 있는 존재다. 내가 문질러 주지 않으면 나올 수 없고, 내가 자유롭게 해주지 않으면 영원히 램프 속에 있어야 하는 존재다. 엄청난 능력을 가졌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신이라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신통력을 얻기 위해 재물을 바치거나 감동하도록 지성을 다할 필요도 없고,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항상 불러낼 수 있는 '왕 같은 돌쇠'다. 사람들은 능력이 있으되 통제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있으되 능력이 없는 신을 원하지 않는다. 신적 능력을 가졌으되 통제할 수 있는 존재, 그것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신이다.

사람들이 우상을 만드는 이유는 섬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을 위해 지어진 성전 안에서도 결코 종속당하지 않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우리가 '불러내어야 나타나는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나와 함께하시는 분'이다. 그분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라, 당신의 기쁘신 사랑을 한없이 나누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내가 원해야 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예비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나의 종이 아니라, 나를 위해 종보다 더 비천하게 되어 십자가를 지고 가신 분이시다.

쟈스민 공주가 원한 것은…

쟈스민 공주는 알라딘이 왕자라서 돈이 많아서 그와 결혼하지 않았다. 쟈스민은 원래부터 정략결혼을 피해 도망하다 좀도둑 알라딘을 만났다. 나중 알라딘이 다시 찾아왔을 때도 그녀는 빈털터리 알라딘보다 자신을 구하러 온 사랑하는 사람 알라딘만 보았다. 램프의 요정은 부요와 궁궐을 주었지만, 진정한 사랑과 따뜻한 가정을 줄 수 없었다. 램프의 요정이 들어준 소원은 쟈스민 공주가 원했던 것이 결코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지금도 소원을 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나님이 램프의 요정처럼 3가지만 들어줘도 소원이 없을 것 같아서 지금도 문지르고 있다. 하지만 내 소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는 램프의 요정이 진정으로 쟈스민의 사랑을 얻게 한 것은 하나도 없음을 알아야 한다. 당신은 돈을 원했는가 아니면 쟈스민의 사랑을 원했는가. 당신은 궁궐을 원했는가 아니면 그녀와 이룰 사랑 가득한 가정을 원했는가. 램프의 요정이 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지금 하나님에게 무엇을 구하고 있는가.

송병주 목사 / LA 선한청지기교회 담임

* 이 글은 송병주 목사의 블로그(http://hanada386.tistory.com/)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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