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무엇이 걸림돌인가
한국 교회, 무엇이 걸림돌인가
  • 권혁률
  • 승인 2010.12.15 13: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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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걸림돌과 디딤돌(2) '기독교는 없고 교회만 있다?'

<기독교사상> 이번 호 특집 ‘한국 교회, 걸림돌과 디딤돌’이란 주제의 여는 글로 한국 교회의 걸림돌에 대해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자료를 뒤지다보니 필자가 어느 잡지 2004년 신년호에 기고한 글이 눈길을 끌었다. ‘2004 한국 교회 경계해야할 것과 추구해야할 것’이라는 제목의 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오늘날 한국 교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제점은 해결되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더욱 악화되어가고 있는지,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는 6년 전 글에서 새해를 앞둔 기독교인 사이에서 화제가 된 사건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것은 사석에서 조용조용하게 그러나 어느 이야기보다 큰 확산력을 갖고 회자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인 인천 ㅍ교회 장 아무개 목사의 ‘과로사’소식이었다. ‘과로사’라는 교회측의 공식발표와 달리 장 아무개 목사가 30대 여신도의 오피스텔에 밤늦게까지 단둘이 있다가 남편이 찾아오자 베란다로 피신해 매달려있던 중 결국 힘에 겨워 추락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주요 언론의 익명보도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소문이 확산되면서 목회자뿐 아니라 알만한 모든 기독교인들의 연말 최대 화제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화두로 내세우며 ‘한국 교회가 경계해야할 요소’로 무엇보다도 먼저 ‘실종된 기독교윤리’를 지목하였다. 또 우리가 경계해야할 목회자들의 도덕성문제는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 문제뿐만이 아니라면서 재벌들의 대물림과 비교되는 일부 대형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논란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임을 필자는 지적하였다. 세 번째로 지적한 한국 교회에 만연된 또 한 가지 비윤리적 모습은 바로 선거와 관련된 문제였다. 총회장선거 열풍에서 비롯된 금권선거 시비는 급기야 교단과 기관의 주요 직책의 선거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필자는 6년 전의 글에서 개탄하였던 것이다.

이 같은 도덕성 문제와 더불어 필자는 당시 인터넷에 확산되기 시작한 ‘안티기독교운동’의 원인을 분석하며 한국 교회의 게토화 현상에 대한 큰 우려를 표명하였다. 필자는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 속에서 게토화되어 가는 이유로 전통문화에 대한 배타적 행태와 더불어, ‘붉은 악마’처럼 기독교 교리와 어긋나 보이는 사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을 설득하는 보편적 논리를 앞세우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도취해 기독교적 논리로 비기독교인들을 강압적으로 설득 내지 압박하려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 같은 6년 전의 한국 교회 현실을 반추해보면서 2010년 한국 교회의 걸림돌에 대해 글을 시작하려는 순간, 네이버 등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톱뉴스 하나가 필자의 눈에 꽂혔다. “하나님의 종서 사랑의 노예 된 ‘스토킹 목사’” 서울 한 교회의 40대 목사가 유부녀인 자신의 교회 성도를 2년간이나 스토킹하다가 구속됐다는 소식이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라지만, 어떻게 이런 황당한 사건이 한국 교회 내부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것인지….

2. 한국 교회의 가장 큰 걸림돌, 도덕성 상실

실종된 목회자 성윤리

한국 교회에 대한 지적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도 도덕성 문제일 것이다. 특히 지도자인 목회자의 도덕성에 대한 지적은 여러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목회자의 성추문 논란은 최근 들어서 벌어진 것만으로도 손에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우선 서론에서 소개한 ‘스토킹 목사’의 경우는 자신이 목회하는 ㄷ교회의 여신도를 2년 6개월 동안 스토킹하면서 만나달라고 요구하다가 여신도가 이를 거절하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도용해 피해자가 다니는 문화체육센터 홈페이지 등에 ‘간통녀’ 등의 비방글을 올린 혐의로 구속됐다.

얼마 전 젊은 세대 신도들에게 큰 존경을 받는 ㅅ교회 전 아무개 목사가 여신도 성추행논란에 휘말려 당회로부터 ‘3개월 설교정지, 6개월 수찬 정지’징계를 받은 사건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전 목사가 한국 교회와 젊은이들에게 미친 영향력으로 인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부터 “평소 희생과 결단, 헌신을 강조해온 본인 설교대로 보다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반응까지 네티즌들 사이에서 격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 교회 대표적 교단의 중견목회자인 서울 ㅇ교회 오 아무개 목사가 교인성추행논란으로 사임하게 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도대체 목회자들의 성윤리문제 파문이 어디까지 갈 것이냐”는 탄식까지 나올 지경이 된 것이다.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나오는 반응 가운데는 “한국 교회 전체 목회자 가운데 1%도 안 되는 사람들의 탈선이 문제이고, 그나마도 사실인지 여부도 불투명한 사례가 많은데 왜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지적이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목회자에게는 그 어떤 직업보다도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이 같은 추문이 주는 상처와 파장이 어떤 다른 경우보다 크다는 점에서 우리는 단 한두 개의 사례에도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같은 성추문이 교회공동체 내부의 상호신뢰와 우리 사회의 교회에 대한 신뢰에 깊은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한 것이다.

사안의 심각성이 이처럼 엄중함에도 막상 교회에서 목회자의 성윤리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관대하기 그지없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6년 전에 필자가 글을 쓸 당시 논란의 당사자였던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와 동대문교회 서기종 목사는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속교단으로부터 가벼운 징계를 받는데 그쳤고, 소속교회에서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있다. 심지어 김홍도 목사는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었고, 서기종 목사는 지금도 담임목사로 사역하며 최근 들어서는 대외활동까지 활발하게 나서고 있는 지경이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금품선거

교회의 도덕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사례로는 금품선거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보수권 교회들의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를 둘러싼 금품선거 논란은 이미 개혁이 불가능할 지경이라는 탄식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의 선거에서 대표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백 명이 넘는 실행위원들에게 수 백 만원의 봉투를 돌려야만 했다는 말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지난 2008년 말 선거에 나선 이광선 목사는 “금권선거를 예방하기 위해 후보자들이 선거직전에 합숙을 하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가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이듬해인 2009년 선거에서 당선된 이광선 대표회장은 금권선거풍토를 반드시 개혁해야한다는 고백적 선언을 내놓으면서 선거제도 개선안을 의욕적으로 마련했으나 기득권(?)상실을 우려한 한기총 내부 반발에 부딪혀 좌절을 맛보게 된다.

후보자들이 선거권자들에게 수 십 만원, 수 백 만원의 금품을 제공해야 표를 주는 금권선거풍토는 교단 임원선거에서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이제 한국 교회의 고질적 문제점이 되어버렸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예장합동총회는 2001년부터 부총회장선거를 제비뽑기로 실시하는 고육책을 선택하게 되었고 이후 교단 주요 직책선거에 이를 확대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제비뽑기로 인해 ‘떡고물’이 사라진데 대한 반발과, 제비뽑기식 선거가 제대로 된 지도력을 선출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명분으로 인해 올해 예장합동총회에서는 제비뽑기와 직선제를 절충한 개정안을 채택하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하루 만에 뒤집히게 된다. 이유는, 개정안이 금품선거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총대 가운데 30%를 제비뽑아 이들이 직선제 선거를 실시한다는 개정안 내용으로는 총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사전 금품선거운동을 차단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하루 만에 개정안을 뒤집고 현행대로 제비뽑기방식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아직도 금품선거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총대들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예장합동총회뿐 아니라 올해 예장통합총회에도 제비뽑기방식을 도입한 이른바 맛디아식 선거제도가 상정돼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비록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한국 교회의 장자교단이라는 예장통합총회에서조차 제비뽑기 선거제도 도입이 논의된 것은 그만큼 금권선거풍토가 한국 교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3.한국 교회의 정치화

보수우익의 대변자, 한국 교회

한국 교회는 군사독재정권이 기승을 부리던 어두운 시절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목요기도회’를 통해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회복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목요기도회 대신 보수우익세력에 의한 ‘시청 앞 기도회’가 한국 교회를 대변하는 모양이 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희생당한 효순·미선 양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확산되자 김홍도 길자연 목사 등은 ‘반미시위 규탄’과 ‘주한미군 철수 반대’를 내걸고 서울시청 앞에서 잇따라 구국기도회를 개최하였다. 이어 국가보안법 개정논의와 사립학교법 개정 등의 진보적 정책에 대한 반대운동에 시청 앞 기도회로 동력을 제공한 것도 보수기독교 세력이었다.

과거 진보적 인사들의 유신반대투쟁과 민주화운동에 대해 ‘정치참여 반대’나 ‘정교분리’를 내세워 침묵했던 교계 보수인사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보수·반공 단체들과 연대해 적극적인 반정부 투쟁을 촉발하는 견인차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보수우익단체들이 주최하는 정치적 성격의 집회 앞 부분에 기도회를 배치해 교인들을 기도회 참석명분으로 동원해서 정치집회에 참여시키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이 덕분에 별다른 대중동원력을 갖고 있지 않던 보수·우익단체들이 수 만 명이 참석하는 시청 앞 집회를 성공리에 개최하며 정부를 압박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 교회가 보수우익세력의 구심점으로 변신한 현실은 ‘장로 대통령’인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크게 기여를 하기도 하였다

정치의 기독교화 시도

한편 한국의 보수 기독교는 양적인 성장에 기반한 자신만만함에 도취한 나머지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를 시도하기까지 하였다. 그 단적인 사례가 지난 2004년 총선 당시의 기독교정당  창당 시도였다. 이는 팻 로버트슨 목사가 이끄는 ‘기독교도연합’ 등의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세력이 적극적으로 현실정치에 개입하면서 공화당과 결합해 낙태와 동성 간 결혼 반대, 이슬람에 대한 강경입장 등 이른바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정책’의 실천에 나서자 이를 우리 땅에서도 구현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교계 내에서도 우려와 반발이 많았지만 김준곤, 박영률 목사 등은 “1,300만 기독인이 결집하면 안 될 리가 없다”면서 기독당 창당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최소한 민주노동당을 앞설 것“이라고 자신만만하던 기독당은 불과 1.1%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하는데 그쳐 정당법에 따른 해산절차를 밟아야했고, 이후 2008년 총선에서도 득표율이 2.6%에 불과해 그나마 정당해산 기준인 2%를 넘은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처럼 기독당의 정치적 성과는 미미하지만 보수적 기독교계가 단순히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데 그치지 않고 정치권에 이른바 기독교적 가치관과 논리를 주입하려는 시도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교회가 단순한 ‘표밭 역할’을 넘어 정치적 압력집단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4. 한국 교회의 게토화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안티 기독교’가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독교를 비판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기독교는 ‘비판받아 마땅한 집단’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으로서 차마 거론하기 민망한 일이지만,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표현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기독교관련 내용을 검색하다보면 많은 기독교인들이 “왜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일까?”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인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우리 크리스천들의 반응은 크게 보아 두 갈래로 나눠진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상당수 기독교인들은 ‘안티 기독교’에 대해 불쾌감을 참지 못하고 이들과 영적인 전쟁을 수행한다는 기분으로 적극적인 반박을 통해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보인다. 또 다른 모습은, 이들의 비판 가운데 기독교에 대한 지나친 편견 내지 오해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빌미를 제공한 점은 없는지 돌아봐야한다는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안티기독교의 개별적 논리와 논거를 하나씩 반박하는 것보다 중요한 사실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것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포되는 기독교 비판에 대해 상당수 국민들이 호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국민들이 안티기독교의 기독교비판이 너무 일방적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고, 또 기독교인들이 사회복지나 이웃사랑 실천 등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독교인들은 너무 독선적”이라든가 “기독교인들은 은근히 배타적”이라는 지적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즉,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그 논리를 강요하려고 한다는, 기독교인들 스스로 일종의 게토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우리 사회를 꿰맞추려한다는, 기독교인에 대한 일종의 피해의식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 행한 ‘서울봉헌’ 발언이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립학교에서의 종교 교육 문제 논쟁이 자리하고 있다.

일부 기독교단체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초청해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발언하게 한 것은 그야말로 기독교인들만의 논리에 갇혀있는 게토식 사고의 전형적 발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열정적인 크리스천들이 순진한 마음으로 서울을 복음화 하겠다는 또 다른 표현으로 ‘서울 봉헌’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비기독교인들에게 미칠 파장과 충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못한 미숙함이거나, 아니면 그런 시각에 개의치 않는 오만함의 발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사학에서의 종교 교육 문제 또한 그렇다. 강의석군 사태로 촉발된 학내 종교 자유 논쟁에 대해 기독교계는 대중적 공감을 얻는 접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학생이 입학할 수밖에 없는 평준화 교육 체제 속에 존재하면서도 오로지 사학의 설립 이념만을 강조하는데, 그렇다면 불교 같은 다른 종교가 세운 학교에 입학한 기독교인이 자신의 신앙과 다른 종교 교육을 강요받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기초적인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교 125주년이 지났지만 한국 교회는 아직까지 전통문화와의 접목 문제에 대해 제대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기독교적 교리와 어긋나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 지나치게 호전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편적 논리로 국민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도취한 기독교적 논리를 비기독교인들에게 강요하는 사례가 없지 않은 것이다.

바로 앞에 언급한 사립학교 종교교육문제가 그러하며, 때때로 표출되는 주일 국가고시 시행문제도 그러하다. 주일에 각종 국가고시를 시행함으로써 피해를 보는 것은 기독교인뿐만이 아니라 천주교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또 요즘 들어서는 도시와 그 주변의 불교 사찰에서도 일요법회를 갖는 것이 보편화되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주일 성수’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며 접근할 것이 아니라 보다 보편적인 언어로, 예를 들어 종교활동의 자유보장이라든가 국민 휴식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가 훨씬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각 지역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벌어지고 있는 템플스테이 지원사업과 불교 성지화사업 등에 대한 논란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종교의 힘을 동원해 지나친 특혜를 받거나 과도한 사업을 벌이는 일은 당연히 막아야만 한다. 하지만 기독교 역시 순교자 기념사업이나 기독교 성지조성사업 등에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다른 종교에 대한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맹목적으로 반대한다면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종교든 합리적으로 타당성을 검토해서 지원이 필요한 사업은 지원하도록 하되, 종교적 세과시를 통해 편향적 특혜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하는 접근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5. 교회의 사유화

한국 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또 하나의 주된 표적은 교회 세습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강남의 초대형 교회가 후임자를 아들로 선정하면서 촉발된 담임목사직 대물림논란은 재벌들의 대물림과 비교되면서 사회적으로 교회의 공신력을 크게 실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권력세습에 빗대는 비판까지 터져 나오면서 “김일성 일가의 세습독재를 무너뜨려야한다고 비판해온 보수교회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의 세습을 본받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는 식의 비아냥까지 회자되기도 하였다.

얼마 전 북한정권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20대의 김정은을 지명하면서 3대 세습논란이 벌어지자 어느 지인이 필자에게 “교회에서도 앞으로 3대 세습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해왔다. 필자는 차마 인천의 S교회에서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그 아들이 담임목사에 취임하는 3대째 대물림이 이미 이뤄졌다는 사실을 그 지인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이른바 ‘교회 세습’은 교계 내부의 호된 비판과 따가운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국 교회 안에서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교회성장이 멈추고 목회자는 많이 배출되면서 목회지를 구하는 것이 힘들어진 가운데 이처럼 상당수 교회에서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겨주는 추세는, 목회자나 힘 있는 장로를 아버지나 장인으로 둔 이른바 ‘성골’이나 ‘진골’이 아닌 대다수 ‘평민’출신 목회자에게는 극심한 좌절로 다가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교회뿐 아니라 성도들의 소중한 헌금으로 교회가 설립한 기관까지 세습하려는 움직임으로 인해 더욱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현재 <국민일보> 회장직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의 갈등은 왜 성도들의 헌금으로 설립한 언론기관을 두고 사돈지간에 경영권 분쟁을 벌여야하는지, 또 <국민일보> 사장은 오직 설립자의 아들만 해야 하는 것인지 교계에 깊은 회의를 더하면서 문서선교기관으로 나름대로 기반을 다져온 <국민일보>뿐 아니라 한국 교회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후임자를 잘 선택해 담임목사직을 넘겨줌으로써 ‘지도력 교체’의 모범을 보였다는 좋은 평가를 받아오던 조용기 목사는 이 사태로 인해 교회 대신 언론사를 세습하는 것이냐는 따가운 눈총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사유화의식의 또 다른 발로가 지난 2년간 끌어온 감리교 사태라고 할 수 있다. 감리교단 자체 규정에 따라 사회법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감독회장 후보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국도 목사는 자신의 출마를 강행하였고 이에 동조하는 세력과 함께 교단본부의 물리적 장악을 시도하고 스스로 감독회장임을 선포하는 등 공교회의 질서와 권위를 철저히 무시하였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교권마저도 사적인 점유물로 생각하며 이를 힘으로 쟁취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교회와 선교기관은 모두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는 공동체임을 망각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성취한 성과물, 곧 사유재산으로 착각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는 비판을 면할 수 있을까?

6. 개신교, 한국의 3대 종교에서 탈락하는 날 오나?

필자는 이 글을 청탁 받고나서 요즘 유행하는 SNS서비스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의견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많은 이들이 각자 생각하는 ‘한국 교회의 걸림돌’에 대한 의견을 보내주었다. 어떤 침례교 목사는 “(한국 교회에는) 디딤돌이 더 많았는데 이제는 걸림돌이 디딤돌을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라는 글을 올렸고 또 어떤 이는 “배부르신 분들 이 세상이 하늘나라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며 내세에 대한 소망이 사라진 한국 교회 현실주의 풍토를 질타하기도 하였다.

또 다른 이는 “성경을 가르치지만 그저 성경을 가르치고 (있을 뿐) 성경적 삶의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의견을 전해왔고 한 교계 중견기자는 “가장 큰 걸림돌을 두 개 잡으라면 “미국산 근본주의와 천박한 자본주의”라면서 “삶의 변화보다는 물질적 풍요라는 값싼 은총에 매달리게 만드는” 한국 교회 현실을 지적하였다. 한 40대 감리교 목사는 “삶에 대해서 신앙과 교리가 구체적으로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였고 또다른 이는 개교회주의를 꼽으며 “기독교는 없고 교회만 있죠”라고 꼬집었다. 결국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한국 교회의 걸림돌은 누구나 상식으로 떠올릴 수 있는 분명한 것임에도, 막상 현실에서는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많은 이들을 절망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기독교인은 862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의 같은 조사와 비교해볼 때, 불교 신자는 3.9%가 늘어나고 기독교 신자는 1.6% 감소하였다. 반면 천주교는 지난 10년 동안 무려 74.4%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국내 3대 종교 신자 가운데 기독교인 숫자만 감소세를 보였다. 필자는 이 같은 통계를 보면서, 또 6년 전 필자의 글과 비교해 나아진 점이 별로 없는 한국 교회의 현실을 볼 때, 멀지 않은 미래에 개신교가 한국의 ‘3대종교’에서 탈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갖게 되었다. 필자가 지적하고 많은 SNS이용자들이 공감한 한국 교회의 걸림돌이 하루빨리 제거되지 않으면 필자의 기우는 기우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우려가 그저 발칙한 상상에 그칠 수 있길 기도한다.

권혁률 / CBS 종교부장

* <기독교사상> 11월호에 실린 글을 허락을 받아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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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 2010-12-18 06:42:58
목회자들의 가짜 박사학위(진짜 같은 가짜 학위, 가짜 같은 가짜 학위, 가짜 같은 진자 학위 모두 포함), 그리고 가짜 박사학위라도 걸쳐야 규모 있는 교회의 담임 목사 청빙을 받을 수 있는 교인들의 명예심도 우리 교회의 걸림돌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한국의 가짜 박사학위 수여자의 80% 이상이 목회자들이고 그 다음이 한의원 원장들이라는 보도를 본 적도 있습니다. 슬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