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변화시킬 동력은? 굶고 있는 그들!
북한 변화시킬 동력은? 굶고 있는 그들!
  • 박지호
  • 승인 2010.12.22 18:4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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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지건 통일사업팀장이 말하는 ‘북한 사회와 대북 선교 방안’

한국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북한 지원 단체들은 답답하다. ‘북한에 지원해도 주민들에게 전달되긴 하는 걸까’ 하는 불신이 커져가는 마당에, ‘지난 10년간 퍼주었더니 돌아온 건 포탄밖에 없다’며 대북 지원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LA에서 열린 ‘북한 사회 현황과 바람직한 대북 선교’ 공개강좌에서 양정지건 통일사업팀장(한빛누리)은 대북 지원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대신,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이후 어떻게 하면 북한을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는지, 소규모 지역 교회나 단체가 손실 없이 도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설명했다. 평화의교회에서 열린 이번 강좌는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미주뉴스앤조이>, 파사데나장로교회, 평화의교회가 공동 주최했다.

다음은 양정지건 팀장의 강의 북한 사회 현황과 대북 선교 방향에 관한 내용 중 일부를 요약·정리한 것이다.

남한 지원 끊긴 이후 곡물 가격 폭등…돈이 없어 굶는 상황

북한에서는 90년대 중·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 재해로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아사자가 발생했고 이를 ‘고난의 행군’이라 명명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경제가 회복되면서 아사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2008년 이후 ‘고난의 행군’ 이후로 사라졌던 아사자들이 또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90년대와는 기아 양상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배급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던 90년대는 절대적인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배급이 끊기면서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배급이 거의 끊어진 것은 지금도 동일하고 배급으로 연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2000년 들어 없어졌던 아사자들이 왜 2008년 들어 다시 생긴 걸까?

2000년대 들어 북한에 각종 지하 시장들이 생기면서 주민들이 지하 시장을 통해 부족한 식량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한국의 모든 식량 지원이 끊어지면서 시장의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쉽게 말해 쌀은 시장에 충분히 있는데 돈이 없어 사먹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북한도 식량 수입 통로를 다각화해서 90년대처럼 피해가 심각한 건 아니지만 만성적인 식량 부족 현상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적으로는 중앙정부에서 시장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정책이 강화되면서 경제가 많이 경색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지난 10년 동안 북한이 상당 부분 자율화 되고 활기차진 건 사실이다. 시장도 활성화되고 남쪽의 문화도 굉장히 많이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가 대결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시장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정책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조선족 교회와 새터민을 통해 북한 지원하는 방법도

우선 정부 간의 식량 지원이다. 만 톤 이상의 대규모 식량 지원 방안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는 끊어진 상황이다. 두 번째는 도움을 찾아 중국 접경 지역으로 나오는 북한 주민을 돕는 방법이다. 어려운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 있는 조선족 친척을 찾아가서 도움을 받는데 조선족들 중 친척을 도울 수 없는 어려운 경우도 많다. 조선족 교회를 통해 이런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다.

세 번째는 북한에 있는 지하 교회 성도들을 돕는 방식도 있다. 물건을 공식적으로 지원하러 가서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면서 교제하고 있다. 칠골교회, 봉수교회처럼 공식적으로 세워진 교회들이 있지만 혼자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북한에도 꽤 있다. 이들을 지원하고 이들이 주변 지역 주민들을 돕도록 하는 방식이다.

네 번째는 새터민들의 가족을 돕는 방식으로 북한을 도울 수도 있다. 한국에 나와 있는 새터민이 2만 명이다. 미국에도 200명 이상의 새터민이 있다고 들었다. 대부분의 새터민은 가족들이 북한에 남아 있다. 일부 새터민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가능하고 송금도 가능하다. 새터민을 통해서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것도 손실 없이 북한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다.

가급적 소규모로 자주, 현금보단 현물로

가급적 대규모 지원보다 소규모 지원이 효과적이다. 대규모로 가게 되면 떼어먹는 사람들이 많다. 소규모로 적게 여러 번 가게 되면 그만큼 접촉횟수도 많아지고 접촉하다보면 상대방도 변하게 되어 있다.

중국에 있는 조선족과 파트너십을 맺는 게 좋다. 한국 교회나 한인 교회에서 북한 지원을 많이 하는데 돕는 사람들이 북한에 직접 가려고 한다. 방문하는 건 나쁘진 않다. 하지만 가게 되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항공료는 기본이고 미국 시민권자나 한국 국적자가 입국하게 되면 다양한 지출이 발생한다. 들어가는 순간부터 수행원이 따라붙게 되어 있어서 제약도 많다. 하지만 조선족은 거의 수행원 없이 북한 주민들을 접촉할 수 있다. 같은 체제에서 살았기 때문에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에 선교 사역도 효율적이다. 조선족이 직접 사역의 주도권을 가지고 일하도록 지원하는 게 좋겠다.

가능하면 현금보다는 현물로 지원하라. 현물로 보내도 군인들과 간부들이 다 떼어먹는다며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 군인들이 로봇이 아닌 살아 있는 생명체다. 10년 동안 군대에 복무해야 하는 북한 청년들은 10대 중·후반에 입대해서 20대 중·후반이 되어야 제대한다. 한창 혈기왕성한 청년들이고 이들도 먹어야 한다는 게 기독인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다. 그렇다고 모든 식량이 군대로 가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군대에 보내면 부모들이 시름을 놨다. 최소한 먹고 재워주니 생존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북한에서 군대에 안 보내려고 한다. 군대에서 영양실조에 걸려서 나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식량 보내면 간부들이 떼어먹는다는 주장도 많다. 실제로 그렇다. 그래서 소규모로 자주 보내야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간부들이 식량을 떼먹으면 그 식량을 어떻게 하겠나. 북한은 식량 수출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그 식량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진 못한다. 결국 시장에 내다팔 수밖에 없는데 그럼 곡물 가격이 안정되고 주민들이 싼 값에 쌀을 먹을 수 있는 거다. 그래서 현물로 줘야 한다.

고립시켜서 붕괴시킬 때 그 사이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현 정권의 대북 정책 기조는 고립시켜서 무너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는 허점이 많다. 무너지는 과정에서 과연 누가 고통을 당하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남쪽에서 쌀을 안 보내면 간부가 굶겠나 김정일의 식단이 달라지겠나. 내부의 주민들만 목숨을 잃는 거다. 고립시켜서 붕괴시킬 때 그 사이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역사를 바꿀 때 외부의 강제적인 힘에 의해서 변화를 시도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전쟁을 두 번이나 일으켰지만 그 땅에 정의와 평화가 있다고 말할 수 있나.

김정일 정권이 잘못된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그 정권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그 나라에 해당하는 인민들의 그 땅을 스스로 바꾸도록 해야지 외부의 힘으로 바꾸려고 하면 더 나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사회를 바꿀 원동력이 누군가. 바로 굶고 있는 그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의 삶을 이어가게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 사회도 변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거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일?

이명박 정부가 남북 대치 국면에 있으면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중국이다. 대북지원단체가 어려워졌다. 정부가 지원을 안 해서 어려운 게 아니라 단체가 스스로 모금해서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도 정부가 허가를 안 해준다. 그러니 중국에서 물건을 사서 북한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중국이 2008년 이후부터 국경의 관세를 엄청나게 올렸다. 달라는 대로 줘야 할 상황이다. 중국이 북한의 중요한 광산과 자원, 항구 기반 시설들을 중국이 최근 2~3년 사이에 모두 다 가져갔다. 아주 헐값에 사용권을 다 사가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으로 봐도 한국에 좋지 않은 것이다.

돈으로 만약 무언가를 살수 있다면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일까. 살 수만 있다면 가장 값진 것은 생명이다. 만약 우리가 돈으로 평화를 사고 돈으로 전쟁을 안 할 수 있다면 돈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관한 5가지 오해>

 

이번 공개강의 내용 중 일부와 참석자들의 질문을 주제별로 재구성했다. 

1. 북한 주민은 외부 소식에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90년대 중·후반만 해도 북한 주민들이 세상물정에 어둡고 남조선에 거지만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북한에도 한류 열풍이 불었다. 텔레비전과 DVD 보급률이 높아졌다. 국경 보따리상인 등을 통해 남한 드라마와 대중가요가 북한 내부에 은밀하게 유통된다. 북한 주민들이 국내외 상황을 우리처럼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예전과는 상당히 다르다.

또 북한은 소문이 굉장히 빠르다. 우리처럼 인터넷이나 전화가 발달되지 않다보니까 입소문이 빠르다. 평양에 어떤 일이 생기면 다음날에 함경도 골짜기 사람들이 알고 있을 정도다. 또 한국에 있는 새터민들도 가족들과도 연락이 가능하다. 일부 새터민들은 가족들과 연락도 가능하다. 국경 지역에서는 중국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낼 수도 있다. 인편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많지만 손실 없이 전달된다.

2. 새터민의 모든 가족이 수용소로 끌려간다?

고난의 행군 초창기 때는 북한을 탈출하면 남아 있는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이 컸다. 정치적으로 탄압받고 수용소에 끌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 있는 탈북자만 2만 명이다. 한국이 아닌 제3국에 떠돌고 있는 탈북자의 숫자도 굉장하다. 그 가족들을 다 북한 정부에서 처벌한다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나. 물론 나와서 정치 활동이나 언론 활동을 하면 남아 있는 가족들이 처벌을 받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새터민의 가족들은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

3. 새터민들은 말썽꾼들이다?

새터민들이 가끔씩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그걸 보고 사고뭉치들이라고 비난하는 한국인들도 많다. 근데 함께 지냈던 새터민 친구들을 가만히 보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다 못해 폭발하는 거더라.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몸은 떨어져 있지만 상황만 되면 언제든 목소리를 듣고 만날 수가 있지만 새터민들은 가족들의 소식을 알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굉장히 비인간적인 상황을 겪는 것이다. 어르신 세대가 지나가면 이산가족 문제가 끝날 줄 알았지만 끝나지 않는다. 북한 사람이 포격을 해서 사람까지 죽어나가는데 한국 사람들이 곱게 볼 리가 없잖나. 이들은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설 자리가 없다.

4. 북한에 지하 교회란 없다?

북한에 지하 교회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지하 교회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교회 모임, 즉 가정 교회 형식을 지하 교회라고 한다면 북한에는 굉장히 존재하기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개개인을 성도 자체를 교회로 본다면 확실히 존재한다. 중국에 왔다가 신앙을 받아서 가는 경우도 있고 부모의 신앙을 물려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굉장히 점조직이어서 서로가 서로를 거의 모른다. 북한에도 교인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5. 북한을 나오려면 몰래 국경을 넘는 방법 뿐?

최근 강을 몰래 건너오는 탈북자는 굉장히 줄어든 상태다. 감시도 심해졌고, 먹고 사는 형편이 이전보다 나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통행증 즉, 임시 여권과 같은 것을 받아서 중국을 방문하는 북한 주민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이들이 중국에 있는 조선족 친척을 찾아가서 도움을 받는데 조선족들 중 친척을 도울 수 없는 어려운 경우도 많다. 조선족 교회를 통해 이런 북한 주민을 돕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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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5-11-05 18:28:05
다만 박상학이나 박연미(예명 박예주) 조명철 정광일(본명 최광일) 김혜숙(본명 장인숙) 신동혁(본명 신인근) 이민복 이애란 홍순경 장해성 마영애(가명) 주순영(본명 주경숙)등 극우보수언론애서 단골로 출연해 거짓말을 해대는 극우탈북자들의 가족들일 경우 우리민족끼리나 조선중앙통신 조선신보 민족통신 재미동포전국연합회등 친북성향의 매체에서는 이들의 과거사에 대해 완전 폭로하는것도 모자라서 그들의 가족들을 출연시켜 가족을 비난하도록 유도한다나?

박혜연 2015-11-05 18:22:32
내가 잘아는 탈북자분들도 가족들을 모두 북한에 남겨두고 혼자왔지만 대부분 문제없이 잘지내고있다~@!!!!! 그래도 언제 이렇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ㅡㅡ;;;;;

반쪽신앙 2010-12-24 10:28:37
한쪽에서는 일년간 음식물 쓰레기가 8조원어치가 되고..
또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고 있다면..
하나님이 하늘에서 보시기에는 자옥의 모습일 것이다...

atom 2010-12-23 22:23:26
유익한 기사 잘 읽었습니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새터민을 도울 방법도 강구해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