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그것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독립적인 존재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좋을 듯합니다.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어떤 인생을 살면 좋을까 하는 문제를, 대개의 부모들은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어 사회적인 명예와 부를 거머쥐고 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공부하라고 다그치게 되고,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공부에 시달리곤 합니다.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이 되면 학습지와 학원을 포함해서 아이의 일주일 일과는 공부 스케줄로 꽉 짜입니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학원 다니느라 바쁘다보니, 골목과 놀이터에는 함께 뛰어놀 친구들이 없습니다. 현재 우리 아이들의 고단한 삶은 대한민국 부모들이 성공에 얼마나 집착하고 불안해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런데 사회적 성공과 부만 얻으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요? 행복하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요? 아이를 행복하게 키운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할까요?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 최연소 대통령이 되어서 행복했을까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빌 게이츠가 세계 제일의 갑부가 돼서 행복할까요?

과연 내 아이를 케네디처럼 또는 빌 게이츠처럼 키우면 아이가 삶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을지, 그것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불행하게도 모든 아이들이 빌 게이츠나 케네디 대통령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행운과 능력을 갖고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만일 부와 명예만을 삶의 최종 목표로 삼는다면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겠지요.

허무감과 공허한 느낌 때문에 힘들어 하던 60대 남자가 있었습니다. 멀리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침실이 1칸뿐인 집에서 아이들과 살 때, 침실이 2칸짜리인 집으로 이사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만 했지요. 그런데 막상 침실 2칸짜리 집을 사고 나니 침실이 3칸 있는 집을 사야 보다 행복해질 것 같았습니다. 그는 더욱 열심히 일해서 침실 3칸짜리 집을 거쳐, 마침내 침실이 4칸이나 되는 크고 좋은 집을 샀습니다. 그때 그분의 나이는 이미 환갑을 앞두고 있었지요. 그러나 평생을 일에만 매달려 살아온 탓에 주변에는 마음을 나눌 친구 하나 없고, 아내와 아이들도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분은 그렇게 원하던 좋은 집을 가졌는데도 조금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침실 4칸과 자신의 젊음을 맞바꾸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허탈해졌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요?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의 견해를 말하자면 행복의 충분조건은 ‘마음 편하고 성격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Q 140 이상의 좋은 머리를 타고나지 못해 빌 게이츠처럼 큰 명성과 부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고 가족, 친구들과 잘 어울려 산다면 그건 행복한 인생입니다. 많이 벌지 못해도 남에게 신세지지 않고,  가족과 친구와 이웃들과 잘 지내고, 아이들과도 다툼 없이 즐겁게 지낸다면 그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 한인가정상담소 뉴스레터에 실린 글을 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 

노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