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서 미리 맛보는 북한식 순대
LA서 미리 맛보는 북한식 순대
  • 박지호
  • 승인 2011.02.14 00:49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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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타 문화와 소통하기] 새터민이 꾸리는 '유향순대'

LA에만 150여 개의 언어 집단이 존재한다니, 미국을 가히 '다문화 공동체'라 할 만하다. 모슬렘을 만나려면 꼭 미국을 벗어나야 하는 걸까. 북한을 알기 위해 몰래 국경을 넘어야 하는 걸까. 코앞에 있는 타 민족을 외면하고 이역만리 선교지부터 찾는다는 게 한인 교회들이 자주 듣는 핀잔이다. 현지어로 번역된 '4영리 전도지'를 외우기 전에 그들이 즐겨 먹는 음식부터 먹어보자. 게토화된 한인 교회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타 이민자들과 '음식으로 소통해보자'는 게 이번 시리즈의 취지다.

LA 한복판에서도 이북식 순대를 맛볼 수 있게 됐다. 북한 출신인 김철 씨와 김정희 씨 부부가 작년 12월, 한인타운에 순대 전문 음식점을 열고, 상호명을 '유향순대'로 내걸었다. 유향은 성경에서 동방박사들이 예수께 바쳤다는 선물 중 하나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김철 씨는 90년대 초반 북한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1세대다. 당시 외화 부족에 시달리던 북한은 '외화 벌이'를 위해 노동자를 러시아나 동구권으로 파견했다. 90년 초반 하바로프스크로 파견됐던 김 씨는 러시아 주재 한국 영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했다. 2001년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온 김 씨 부부가 거의 10년 만에 미국에서 손수 가게를 장만한 것이다. 

김 씨 부부가 미국에서 거쳤던 직업만 줄잡아 20여 가지라니 김 씨의 거친 손마디가 고됐던 지난 시간을 짐작케 했다. 다행이 그간의 고생이 든든한 사업 밑천이 됐다. 김 씨는 한국에서부터 음식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고, 김정희 씨는 미국에 와 줄곧 식당 종업원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 유향순대는 이북식이라 독특하다. 북한식 찹쌀순대에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당면도 넣어 부드러우면서 쫄깃함을 더했다. ⓒ 미주뉴스앤조이  
 
손님을 호기심으로 한두 번 찾아오게 만들 수 있어도 맛없으면 붙들어둘 수 없는 곳이 음식점이다. 유향순대는 이북식이라 독특하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전통적인 양념만 사용해 국물을 우려내는 북한식 조리법을 고집한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일까. 료리차림표(메뉴의 북한식 표현)는 단순하다. ‘순대국’이 기본이고 순대만 나오는 ‘순대접시’, 순대에 머릿고기, 내장, 간 등이 함께 나오는 ‘모듬순대’ 이렇게 세 가지다. 얼마 전부터 곱창전골도 추가했다.

남한 순대는 당면으로 속을 채우지만 북한은 찹쌀과 내장으로 속을 채운다. 유향순대는 북한식 찹쌀순대에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당면도 넣어 부드러우면서 쫄깃함을 더했다. 직접 도매상을 찾아 구입한 신선한 돼지 대창에 15가지 재료로 만든 속을 채워 넣어 만든 순대다. 순대국은 돼지고기와 부산물을 넣고 밤새 고아 만든 육수가 기본이다. 순대국 특유의 텁텁한 맛이 적고, 우거지와 선지를 넣어 해장국처럼 시원한 맛을 더했다. 여기에 신선한 부추무침을 넣고 먹으면 아삭아삭한 부추의 식감과 시원한 국물맛이 어우러진다.

   
 
  ▲ 유향순대의 순대국은 우거지와 선지가 들어가 해장국처럼 시원하다. ⓒ 미주뉴스앤조이  
 
북한 음식은 한국 음식에 비해 덜 자극적이라는 게 김철 씨의 설명이다. 덜 맵고 덜 짜다는 말인데, 김 씨는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고 자극적이어서 처음에 한국 음식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겨울이 긴 북한은 남한에 비해 젓갈을 적게 쓴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젓갈과 고춧가루,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한국 김치와 달리 유향순대의 김치는 훨씬 말갛고 담백하다.

음식 재료의 명칭도 남북이 많이 달랐다. 김 씨는 북한에는 ‘찌개’란 말이 없다고 했다. 된장찌개도 장국이라고 하고 생선 매운탕도 그냥 생선국이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누룽지를 북한에선 가마치라고 하고, 주스도 과일단물이다. 설탕은 당가루고, 양파는 동글파라고 부른다. 한국에선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를 ‘의식주’라고 말하지만 북한에서는 ‘식의주’라고 표현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정 탈북’(가족 전체가 함께 탈북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김 씨는 "자녀 교육 문제로 미국을 찾는 새터민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도 새터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해지는 한국 사회를 떠나고 싶은데다, 자녀들마저 한국 교육 과정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니 차라리 미국 행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교과 과정이 다른 학과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코리안드림에 실망하고 아메리칸드림을 찾았지만 힘들긴 마찬가지. 기술도, 지위도, 인맥도 없는 건 한국이나 다름없고, 오히려 언어 장벽과 불안정한 체류 신분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가중된다.

   
 
  ▲ 김 씨 부부(오른쪽)와 쉴만한물가교회 교우(맨 왼쪽). 개업 이후 한동안 김 씨 부부가 다니는 쉴만한물가교회의 교인들이 자원봉사로 서빙을 도왔다. ⓒ 미주뉴스앤조이  
 
김 씨 부부가 미국에 온 2000년대 초반은 새터민이 거의 전무하던 때라 생활하는 것 자체가 전쟁이었다. 몇 년 동안 씨름 한 덕에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김 씨는 뒤늦게 미국을 찾는 새터민들의 맏형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운전을 못하는 후배 새터민들을 위해 쇼핑을 같이 다니기도 하고 직접 일자리를 알선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김 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던 새터민이 유향순대 개업을 앞두고 직접 마감 작업을 거들기도 했다.

유향순대를 꾸려가는 데 교인들의 도움도 컸다. 개업 이후 한동안 김 씨 부부가 다니는 쉴만한물가교회의 교인들이 자원봉사로 서빙을 도왔다. 김 씨 부부가 빨리 자립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줄여주려는 교회 식구들의 배려였다.

유향처럼 지역사회에 향기를 발하는 사업을 하겠다는 김 씨는 유향순대를 통해 자신이 도움을 받은 것처럼 더 많은 새터민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 유향순대(YU HYANG SOONDAE) 954 S.Norton Ave. LOS ANGELES CA 90006 / 323- 934-5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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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6-01-05 22:29:30
일부 정신나간 거짓말쟁이 탈북자들 신경끄자~!!! ㅡㅡ;;;;;

탈북자 2011-04-30 09:36:14
다 좋은데 탈북자를 도와준다는 말은 않하셨음

에레이 2011-02-23 04:56:57
기사보고 갔었는데 엘에이에서 먹은 음식중 ㅤㅊㅚㄱ오 였습니다... 퀄리티만 계속 유지하면 조만간 에레이의 명소가 될듯...다른 유명하다는 식당도 많이 가보았지만...선지, 쌈장, 하다못해 보리차 까지 맛있는게 만드신 분들의 정성이 느껴집니다. ㅤㅊㅚㄱ오에요

집에서 즐기는 라 이 브 강 원 2011-02-18 21: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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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 북한동포들^^ 2011-02-15 01:16:52
잘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 쪽에 가면 꼭 한번 들릴랍니다. 주님께서 도우셔서 잘 정착하시고, 많이 벌면 북한동포들 살리는 일에 앞장 서시고요, 미국에 오는 북한 동포들 마니 마니 도와주셈여. 우린 북한 동포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답니당. LA 가는 친구들이 있으면 "유향순대집" 꼭 가보라고 할게요. 힘내시고 오늘도 많은 손님이 글루 몰리기를 소원 소원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