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해석의 전회(轉回), 교회 개혁에 공헌할 것"
"성서 해석의 전회(轉回), 교회 개혁에 공헌할 것"
  • 이용준
  • 승인 2011.02.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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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설교란 무엇인가] 출간한 정용섭 목사

한국 교회의 설교 문제를 비평한 정용섭 목사(58·샘터교회·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가 최근 설교의 근본 문제를 다룬 <설교란 무엇인가>(홍성사)를 출간해 화제다. 이 책은 성서적으로 그리고 신학적으로 옳은 설교, 즉 '신탁에 충실한 구약의 예언자 전통과 하나님나라에 투기한 예수의 전통에 선 설교'에 도달하는 길을 제시한다.

설교자가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삶이 담긴 성서를 설교할 때는 방법보다 그 본질인 텍스트에 천착해야 한다. 성서가 쓰인 배경, 역사 등을 고려해서 설교할 때 '성서의 깊은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정 목사는 이를 가리켜 "설교는 용(用)이 아니라 묘(妙)에서 터져 나온다"고 표현했다.

<설교란 무엇인가>가 출간된 뒤, 독자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정용섭 목사를 지난 2월 14일 홍성사 '양화진 책방'에서 만났다. 아래는 정 목사의 인터뷰 내용이다.

   
 
  ▲ 정용섭 목사는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님 말씀으로 돌아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준  
 
왜 또 '설교'인가.

학부 때부터 문학, 역사, 철학 저서들을 읽으면서 '세계'에 대해 눈을 떴다. 해석학적 신학과 보편사를 강조한 판넨베르크를 연구하면서 신학이 세계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기독교가 철학적으로 어떻게 변증하는지 배웠다.

2001년 초, 몇 달 동안 여러 교회를 순례하던 때가 있었다. 다른 교회는 어떻게 예배하고 설교하는지 알고 싶었다. 예배하면서 일반 교회의 예배가 전통과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 내가 과연 기독교 공동체 안에 있는지, 사이비 종파에 있는지 착각할 정도였다. 시청각적인 것만 중요시하는 열린 예배, 청중 중심의 예배를 보면서 하나님께 예배하는 게 아니라 모인 사람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설교 문제는 더 심각했다. 앉아서 듣고 있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이 듣고 싶은 말만 했다. 하나님의 말씀이 '질식'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후 대구와 경산 지역 사람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성경 공부를 하면서 설교 비평에 관심을 가졌다.

실명을 언급하며 비평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단지 설교 문제를 적나라하게 다루기 위해서였다. 성경 공부를 하면서 특정 목사의 설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해는 없었지만 반응도 없었다. 그래서 당혹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반론하며 '진리 논쟁'을 하기를 바랐다. 독단적으로, 배타적으로 진리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진리를 향해서 열린 자세로 담론을 해야 한다.

인문학과 조직신학을 통한 성서 해석, 한국 교회에서 통하나.

   
 
  ▲ 설교란 무엇인가 / 홍성사 펴냄 / 360 면.  
 
한국 교회에서 선포하는 설교는 지성인들에게 외면받는다. 성서를 잘못 해석한 설교는 지성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데 일조했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설교학자들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설교에도 좋은 점이 있다면서 옹호하거나 설교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지 않는 건 학자로서 기본적인 자세가 부족한 것이다.

성서가 직접적으로 인문학에 대해 말하지 않지만, 역사의 흔적을 따라 그리고 인간의 삶을 켜켜이 담은 인문학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이를 뭉뚱그려 신자들에게 대답만 강요하면 '약장사'와 다를 바 없다. 인류 역사 안에 있는 인간의 숨결을 느끼면서 성서 텍스트를 읽어야 한다는 점에서 목사들에게 인문학적 훈련은 필수다.

개인의 감정과 체험을 중시하는 한국 교회, 세계에 대한 이해나 인문학적 통찰도 없는 설교자가 전하는 강단의 메시지는 복음이 아니라 저주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교회에 남아 있을 수 없는 풍토가 조성됐다. 자기를 허심탄회하게 비우고 하나님을 올바르게 따르고, 진리에 대해 열려 있는 지성인은 교회를 다 떠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모든 걸 다 알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하나님이 주신 이성을 따라 사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어떻게 부활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설교자가 신자들을 깨우쳐서 '하라, 말라'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성서 텍스트가 담고 있는 의미와 세계를 스스로 들여다보도록, 아이를 낳을 때 옆에서 돕는 산파처럼 설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사도 성서 텍스트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해야 한다. 질문하는 건 진리에 도달하는 첫걸음이다. 정말 필요한 점을 질문할 수 있도록 목사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성서의 세계가 더 궁금해지는 설교를 할 수 있다.

설교가 질문만 하고 끝나서도 안 된다. 정답이 아니더라도 어떤 관점과 통찰을 종합해서 길을 제시하는 변증법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신명기의 역사관을 이해하려면 당대의 역사와 모세오경에 대한 이해, 이스라엘 사람들의 우상 문제 등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제사를 잘 지내는 등 종교 생활을 했지만,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가나안 땅의 물신숭배에 빠졌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경건 생활을 중요시하며 하나님을 따르고 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교회는 신자유주의와 경제 만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풍토를 받아들였다. 이게 우상 숭배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렇게 가면 망한다는 걸 신명기가 보여 준 것이다. 단순히 교회에 가서 예배하고 헌금하는 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속사정을 살피면서 영적인 방향을 목사가 제시해야 한다.

제2의 종교개혁이 요청되는 시대, 설교 비평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실 설교 비평이 한국 교회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지 생각한 적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란 신조를 내세운 종교 개혁자, 그리고 그 후예인 우리가 참된 의미에서 말씀으로 돌아가는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 방향을 제시하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말하면 지금도 말씀을 잘 읽고 매일 큐티하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섬긴다며 반박할 사람들이 있다. 그건 단지 신앙을 도구화한 것이다. 성서도 도구화했다. 말씀을 죽이는 일이다. 말씀의 놀라운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전폭적인 전회(轉回),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님 말씀으로 돌아가는 일이 필요하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교회가 너무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세계와 관계에 더 깊이 들어가는 요청, 그 변화를 기대해 보고 싶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인문학이 필요하다. 설교는 신학의 '꽃'이다. 하나님의 말씀 안으로 들어가는 훈련을 잘할 수 있도록 신학대학 내 설교 커리큘럼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 양화진동아리에서 열린 '독자와의 만남'에서 정 목사는 "텍스트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답을 알아 가는 것이 영적인 설교"라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좋은 책을 읽으시라"

인터뷰 말미에 정용섭 목사에게 "설교는 몇 분 하시는지" 넌지시 물었다. 정 목사는 30분 정도, 그보다 더 줄이려고 한다고 했다. 짧은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게 왜 짧아" 했다. 성서 비평을 중요시하고 인문학을 중요시하는 설교자라서 설교도 길게 할 줄 알고 던졌던 질문이다. 설교를 교설하고, 많이 알고, 청중보다 텍스트를 중요시하는 '주지주의'적인 사람들의 공통점 아닌가.

정 목사는 설교 시간도 시대에 맞게 적절하게 하면 된다고 했다. 탈산업화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교회 예배가 1시간을 넘으면 영적 집중력이라는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목사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간증 위주의 책도 그만 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쓰레기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겉으로 보면 좋은 것 같지만 결국은 우리의 영성을 훼손하는 자극적인 책 대신 "좋은 책을 읽으시라"고 했다.

이용준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왜 우리나라 교인들은 설교를 비판적으로 듣지 않습니까" 
 
2월 14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동아리에서 정용섭 목사와 독자와의 만남이 열렸다. 정 목사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폐쇄적인 한국 교회 설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 목사는 설교 비평의 기준을 두 가지로 밝혔다. 첫 번째 기준은 설교자가 성경 텍스트에 관심이 있는가이다. 그는 현재 한국 개신교의 설교자 대다수가 무책임한 설교를 한다고 했다. '텍스트에 대한 관심'이 실종된 것이다. 정 목사는 또 다른 기준인 성서 텍스트를 해석하는 일 역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의 설교가 성경 자체를 해석하여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는 말이다.

정 목사는 한국 설교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예화의 과잉이다. 그는 설교란 '텍스트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화의 과잉은 결국 성서 그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정 목사는 설교를 듣는 성도들의 반지성적인 태도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성서를 축소하고 도구화하는 '도덕주의'적 태도도 지적했다.

설교 비평가인 그가 생각하는 설교는 철저하게 성경에 기초한 설교다. 정 목사는 텍스트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답을 알아 가는 것이 영적인 설교라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설교는 성경 본문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며 강연을 마쳤다. 

김은실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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