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마저 개신교 때리기에 나선 까닭
보수 진영마저 개신교 때리기에 나선 까닭
  • 성현경
  • 승인 2011.03.09 20:08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윤실 호루라기’, 참된 교회의 자리를 생각하다

요즘 신문을 펴들기가 무섭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어려운데 세상인심이 날로 사나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신교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가 그야말로 ‘살벌’해지고 있다.

일전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야당의 총재가 대통령 하야를 언급한 개신교 원로 목사를 “오만방자하다”라고 꾸짖었다. 기가 막힌 것은 세상 여론이 그의 일갈에 적극적인 동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을 무릎 꿇린 한기총 회장 목사에 대한 비판도 따갑다. 결국 두 목사들은 자신의 언행을 세상 앞에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한국의 개신교회는 세상의 따끔한 회초리를 맞고 있다.

개신교 향해 살벌해진 민심

물론 반개신교 정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반개신교 정서는 그동안 개신교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보수권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명박 정부 정권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그동안 개신교에 대해 침묵했던 보수 매체들은 일제히 개신교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스스로 정치 세력화의 길을 걸었던 일부 개신교의 초라한 귀결이기도 하다.

지난 1월 패사디나장로교회에서 있었던 도시 목회 세미나에서 한국의 도시공동체 연구소 소장인 성석환 목사는 이렇게 한국 개신교가 처한 현실을 소개했다.

“지금 한국의 개신교는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부 안티 세력에게만이 아니라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개신교는 순수한 종교단체라기보다는 권력을 쫓는 이익 단체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신교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러한 반개신교 정서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드러난 문제들에 가려진 아름다운 개신교 신앙인들이 지금도 음지에서 섬기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조국 개신교회의 전반적인 문제는 단순히 악의적인 오해라고 말하기에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예의 부재라는 시스템 오류에 빠진 개신교회

개신교회 문제의 근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예의 없는 개신교인들의 모습이다. 혹자는 이것을 인문학적 성찰의 결여라고 말하기도 한다. 교리에 매몰되어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이해를 상실한 개신교인의 모습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불교 사찰에 들어가서 땅 밟기를 하는 젊은이들이 올린 동영상이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 개신교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예의 부재라는 커다란 시스템 오류에 빠져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공동체성의 상실이다. 교회가 더 이상 커뮤니티와 함께 하지 않는 익명의 섬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민교회가 성장해서 한국에 소문이 날지언정 정작 교회가 소속된 지역 공동체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공동체 부재의 교회가 늘고 있다. 이러한 교회는 아무리 교세가 커져도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본질적인 사명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차라리 매운 회초리로 여기라

지금의 반개신교 정서를 차라리 매서운 회초리로 여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지난 시간 외형만을 키워온 우리 교회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는 개신교회가 낯선 외래 신앙이 아닌 한국인의 성숙한 토착 신앙으로 설 때가 온 것이다.

도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원으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섬기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그 길이 21세기 다문화 다인종 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마땅한 제자도이다.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오늘 이 시대 교회에게도 유효한 가르침이다.

성 프란시스는 그래서 이렇게 가르친다.

“복음을 항상 전하라. 그리고 정 필요하면 말로도 전하라.”

성현경 / 파사데나장로교회 담임목사

* 이 글은 LA 기윤실의 칼럼 코너인 기윤실 호루라기에 실린 것으로, LA기윤실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K 2011-03-11 10:42:58
성목사님께서 정확하게 진단은 하신 것 같습니다. 중요한것중 하나가 비교회인 비목회자의 관점에서 기독교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엔 공동체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것 보다는 한패 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리나 사회나 공동체에 있지 않고 개개인에 있다는 것을 비교인들이 느끼는 겁니다. 자신들의 일에는 눈물을 흘리며 간증하며 은혜의 표현을 남발하지만 이웃엔 냉정해 보이기 까지 합니다.

한국교회를 생각하며.. 2011-03-11 06:20:10
그리고 작금에 벌어지는 일을 따끔한 회초리로 여기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 대안이 '한국인의 성숙한 토착신앙'과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라'라는 것은 밀접한 관련이 없는 내용을 연결한 인상을 줍니다. 한가지만이라도 깊은 설명이 필요하며 개탄만 할 것이 아닌 진지한 신학적 반성을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국교회를 생각하며.. 2011-03-11 06:18:06
올리신 글은 잘읽었습니다. 개신교회문제의 근원을 두가지로 지적하셨는데 사실 그내용들은 근원이라기보다 보다 깊은 문제의 뿌리에서 나온 열매 즉 현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왜 예의가 없게 되었는지, 공동체성을 상실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절실히 필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