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동원운동의 이데올로기와 정체성 정치
선교동원운동의 이데올로기와 정체성 정치
  • 박설희
  • 승인 2011.04.04 0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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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민족화' 현상에 주목하여

한국에선 어느새 선교가 '스캔들'이 되어버렸다. 교회는 영혼 구원과 하나님나라 확장이라는 명분으로 선교 행위를 벌이지만, 사회는 이를 배타적이고 오만한 개신교회의 횡포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의 '연구집단 카이로스(CAIROS, Christian Association for Interactive Researches On Scripts)'는 포럼을 열고 한국 개신교 선교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카이로스의 박설희 연구원은 선교운동이 일으키는 갈등의 근원과 성격을 추적하며, 해외선교 열풍이 지배적인 문화질서로 작동하게 하는 이데올로기의 담론적 차원으로 분석했다. 문화연구학회 동계 학술대회와 카이로스 포럼의 기획에서 발표한 글을 편집해, 앞으로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각주 및 자세한 사항은 학회지에 수록된 원문을 참고하면 된다. 카이로스는 http://club.cyworld.com/cairos, http://facebook.com/cairosnet, twitter @cairosnet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편집자 주)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최근 ‘개신교문제’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던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코 개신교의 해외선교운동과 관련된 사건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는 2004년 6월의 '김선일 피살 사건'과 2007년 7월 '아프간 피랍 사태'와 같은 충격적이고 굵직했던 사건만이 아니라, 지난 해 10월 인터넷을 중심으로 동영상이 퍼지면서 논쟁을 일으켰던 '봉은사 땅밟기 사건'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일들이 새롭게 체감되며 화제가 되는 사례들도 포함한다.

기존의 연구들은 이러한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는데 있어 주류 개신교의 내부적 측면에 주목하여 성장주의와 개인주의, 강한 배타성, 강한 근본주의 성향, 대미종속, 반공산주의 등의 특징들을 진단 내렸다. ‘개신교 문제’는 이제 개별 목사나 특정 교회의 차원을 넘어선 구조적이며 사회적인 현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이것은 종교영역의 문제가 다른 사회영역으로부터 ‘분화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와의 긴밀한 역학 속에서 재생산되고 있는 실천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선교 운동의 기저에서 작동하는 문화질서를 가시화하기

이글에서 필자는 '개신교 문제'를 새롭고 분명하게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던 그간의 한국 개신교의 해외선교동원운동(이하 '선교 운동')을 문제화(problematizing)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이글은 개신교의 해외선교운동의 성격을 분석하고 진단하여 개신교나 선교운동이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는 특정한 가치에 호소하기 위해 씌여진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글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작업은 한국 개신교 내에서 ‘지배적인’ 문화질서로 작동하는 '해외 선교 열풍'에 대한 이데올로기의 담론적 차원을 분석한다.

이데올로기란 현실을 기호화하는 체계이며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의미 규칙 체계이다. 또한 사회적 요소와 상징적 요소들의 절합으로 이루어진 의미 작용의 실천이다. 이것은 사회적 행위자들이 기존의 질서의 가지고 있는 문화적 선택 목록과 분류체계 내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받아들이도록 지각과 인지, 선호를 형성하는 것과 관련된다. 이글은 개인이 이데올로기가 제공하는 담론을 통해 “상상적인 방식으로, 개인과 개인의 실제적인 존재 조건과 관계”(Althusser, 1969: 233)를 맺으며 살아가는 방식을 연구한다. 특정한 문화 질서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지되는지를, 즉 '선택적 전통'의 작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당연하게' 여겨진 문화 생산의 환경과 조건들이 무엇인지를 가시화하고, 특정한 사회 구성체 내의 문화적 실천들과 다른 실천들 사이의 관계의 문제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문제를 일으켰던 근본주의 단체를 중심으로, 그들이 생산하는 선교 훈련 및 교육을 위한 칼럼,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글과 홍보 문구 등을 살펴보면서, 종교적 개별 요소와 민족적 요소들이 선택(분절)되고 결합되어 의미가 고정되는 지점, 즉 절합(articulation)의 양식을 분석함으로써 이데올로기적 실천이 ‘한국 선교사의 정체성'과 '한국적인 선교'라는 외관상 비정치적인 범주들을 어떻게 선교운동의 동인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담론으로 재생산하는지, 또한 이것을 정체성 정치로 작동하게 하는지를 살펴본다.

한국 선교사 2만 명 시대, 해외 선교 동원 운동 다시 보기

현재 한국 교회 파송 선교사는 169개국에 2만445명(2010년 1월 8일 기준)에 달한다. 이러한 수치는 개신교 내부에서 "한국이 미국에 이어 해외에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견하는 제2위의 선교 국가이며, 기독교인 인구 비율로 따지면 첫 번째에 해당"함을 의미한다.

한국 개신교의 해외 선교 활동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 이후부터다. 최형묵은 그의 저서인 <무례한 복음>에서 거시적 차원에서 한국 개신교의 '해외 선교 열풍'이 가능할 수 있었던 조건으로, 첫째,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과 교류의 활성화라는 세계화의 영향, 둘째, 한국 교회의 성장 둔화라는 내부적 위기에 대한 반응이라는 두 가지 계기적 차원을 꼽았다.

1970~80년대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 경제의 성장에 그 어떤 세력보다도 적극적으로 수혜를 누린 교회들이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을 보유하게 되었고, 여기에 자본의 경계 이동이 급가속화 하던 지구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된 해외여행 자율화 조치는 개신교의 해외 선교 활동에 매우 용이한 조건을 형성해주었다. 해외 선교는 내적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한국 교회에 적절한 타개책으로 등장한다. 선교 운동을 하는 개신교는 사회적 평판과 위신을 높일 수 있었고, 그 결과가 곧바로 교회 자체의 성장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교회 내적 구성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고 최형묵은 분석한다.

세계화의 영향과 맞물린 종교의 새로운 부흥은 비단 한국 개신교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엄한진은 1970년대를 전후하여 전 지구적 차원에서 "각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현대 종교 변동이 세속화의 지속과 새로운 양상을 띤 종교의 부흥이라는 모순되어 보이는 두 현상의 동시적 전개"라는 특징을 보이며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글은 1980년대 이래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이러한 '정체성 운동(mouvement  identitaire)'에 대한 분석의 일환이다. 즉 지역 분쟁, 민족주의 및 극우주의, 근본주의 종교 운동이 종교적 또는 종족적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혹은 더 나아가 이 현상들이 종교적 정체성과 민족적 정체성이 밀접히 결합되어 나타나는(엄한진, 2003: 234) 현상에 대한 분석이다.

이러한 '정체성'을 구성하는 이데올로기의 담론 분석을 통해, 노골적이고 급진적인 해외 선교 운동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응집력을 만들고 정치적 행위자들을 구성하게 되는지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격성과 배타성이라는 실천이 어떻게 언어적으로, 혹은 담론적으로 배태되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공격적인 선교 행태로 물의를 일으켰던 선교 단체들은 여전히 그 실천을 계속 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중요한 요인에는 단체의 근본주의 성향을 꼽을 수 있는데, 이러한 성향이 담론적 층위에서 작동할 때 보이는 특징적인 맥락에 대해서는 후술하겠지만, 한국의 대다수 주류 개신교회들은 이러한 토양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개신교의 주류적 실천이 이러한 특성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 노골적인 형태가 특정 단체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주요 분석 대상을 인터콥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로 한정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표적인 근본주의 단체들로 손꼽히는 두 단체는 각각 주요 활동 내용과 성격에서 물론 차이가 있다. 하지만 스스로 꾸준히 한국 사회나 교계 내에서 적극적인 발언권과 실천들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과, 이로 인하여 다른 여타 단체들과 잦은 충돌과 불화를 일으키며 그 배타성과 공격성이 화두가 되어 언론에 자주 등장하였다는 것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인터콥과 한기총은 모두 국내외의 개신교회와 교단 및 (선교)단체들과 협력하여 사역하는 연합기관의 성격을 갖는다. 이는 두 단체가 각각 한국 개신교계 내에서 영향력과 발언권을 가지는 세력으로서 위치함을 가리킨다. 다음은 필자가 가지는 문제의식과 관련하여 각 단체의 활동 특성을 정리한 것이다.

한기총과 인터콥 활동 특성 정리

먼저, 한기총은 "신구약 성경을 정경으로 믿으며 복음주의적 신앙고백을 같이하는 한국의 기독교 교단과 단체의 연합기관"으로서, "1989년 교계 원로목사 10여명의 제창으로 각 교단 증경 총회장 및 기관단체 대표들이 함께 회동, 기도회를 갖고 창설"되었다. 그들은 "2009년 제 20차 총회를 거치면서 66개 교단과 21개 기관, 단체가 가입한 명실 공히 한국 기독교의 대표적인 연합기관"으로,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한국 개신교 내에서의 연합기관으로서의 대표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한기총의 주요사업은, 청소년관련 보호운동과 기독교 문화 운동과 단군상과 이단 사이비 척결운동, 사학법 개정 추진,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 ‘목사복’의 제정 및 보급, 기독교교도소 설립, 그리고 남북 평화통일과 북한선교사역(‘통일선교대학’ 설립 및 운영 포함), 탈북자 보호와 난민지위 획득을 위한 UN청원 활동 등이다.

한기총은 최근의 '뉴라이트' 진영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그들은 '기독교 우파'로서 한국 사회에서 정치 세력화되었다. 특히 한기총 활동 중에서, '북한 선교' 즉, 북한을 대상으로 한 활동에 한정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북한 선교는 한국 개신교회의 특수한 지점을 보여주는 영역이며, 한기총은 이 영역에서 다른 북한 선교 단체와는 구별되는 짙은 근본주의 성향을 보인다.

다음으로 인터콥은 "1983년에 설립된 초교파적인 해외 선교 기관"이다. 그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외의 복음적인 모든 교단 및 선교 단체, 지역 교회와 협력하여 사역"하고 있고, "2010년 현재 40여개 종족에 550여명의 전문인 선교사를 파송하였으며, 국내 40여개 지부와 해외 40여개 지부에서 1,000여명의 스탭들이", "연간 국내에서 6,000여명 및 해외에서 2,000여명의 훈련생들을 대상으로 선교 교육 및 현지 적응 훈련을 실시하며, 최전방 개척을 위한 선교 후보자를 양성"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그 규모를 설명하고 있었다.

명시되어 있는 인터콥의 사역대상은 "미전도 종족이 집중되어 있는 10/40창, 즉 소아시아창, 카프카즈창, 중앙아시아창, 페르시아창, 아랍창, 마그렙창, 시베리아창, 중국소수민족창, 인도차이나창, 북인도창 등의 이슬람, 불교 및 제4세계 소수민족 미전도종족들"로, 그들 식의 용어로 선교 운동(혹은 영적 전쟁)의 "최전방"을 향해 있다. 이것은 다른 선교 단체들과 공유하면서도 인터콥만이 가지는 독특한 선교 신학 및 활동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콥의 경우, 한국 교회의 선교 지형에서 그들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세력임을 짐작하게 하는 일련의 사건을 서술하는 것으로 그 대표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인터콥은 2004년 '예루살렘 행진'을 추진하는가 하면, 2007년 '아프간 피랍 사태' 이후에도, 그간의 방식대로 '땅밟기' 형태의 대규모 평화행진을 무리하게 진행해, 현지 선교사와의 갈등 뿐 만 아니라 아프간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 외교부의 선교활동 제한에 대한 법제정 추진 등과 같은 적잖은 무리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대표적인 청년 학생 선교 동원 단체인 '선교한국'은 지난 2007년 "10월 26일 남서울교회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회원 선교 단체들의 표결을 거쳐 인터콥의 퇴출을 확정"했었다.(관련 기사) 한국 교계나 선교계에서 인터콥의 선교 방식과 방향에 대해서 다양한 형태의 비판이 있었지만, 비공식적으로 회자되었을 뿐 특정 단체에서 공식화한 적은 없었던 것이 이러한 결정을 계기로 표면화되었던 것이다.

당시 이것을 '퇴출'된 것으로 기사화하였던 기독교 언론단체인 <뉴스앤조이>의 보도 방식에 대해 선교한국 측의 한철호 총무는 '선교한국은 단체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밝혔었다. 인터콥 측의 서광 선교사 또한 이러한 한 총무의 입장 표명을 근거로 '단지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인터콥은 제명'된 것일 뿐이라며 뉴조 측에 반론을 제기하였다. (관련 기사) 이러한 과정에서 <뉴스앤조이> 측은, "인터콥은 문제가 많아서 선교한국에서 퇴출"된 것이 맞으며, '통상적인 행정 절차'라는 한철호 총무의 말은 "그가 맡고 있는 단체의 위상과 그에 따라 그가 갖고 있는 위치에서 나오는 어쩔 수 없는 반응"으로 이해가 충분히 가지만, 이는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인터콥 측에게 재반론을 펼쳤었다.(관련 기사)

여전히 <뉴스앤조이>측과 인터콥 측의 공방은 산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짐작 가능한 선교계의 특성이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선교 단체들이 연합 기관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때문에 일정 정도의 대표성을 나눠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편은 인터콥 뿐만 아니라 선교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어느 편에서건 선교 방식이나 선교 신학에 대해서 제재나 간섭을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 후속 기사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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