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죽어도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된다'
'오사마 죽어도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된다'
  • 김동문
  • 승인 2011.05.04 20: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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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포장된 악의 축 빈 라덴, 이슬람권 선교에 영향은?

요즘 최대의 뉴스 메이커는 죽은 인물이다. 5월 2일 오사마 빈 라덴(54)이 죽었다. 지난 10년 동안 오사마는 악의 축의 핵심 그 자체였다. 그때 새롭게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의 명분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사마 빈 라덴이 그렇게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자리매김 되었다고 해야 옳다. 그 이후 전 세계는 이른바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조직으로 알려진 알카에다와의 싸움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그가 사라졌다.

동서 이념 갈등 당시에 한 때 미국의 동지였다가 적이 된 예는 많다. 적이었다가 '친구'가 된 경우도 많다.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면 악이 되고, 찬성하면 동지가 되는 식이었다. 강성 반미 노선에 있었다는 리비아나 시리아, 예멘의 지도자가 대표적이다. 그 가운데 오사마도 한 시대를 차지한다.

사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아랍 이슬람권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사마는 높은 지지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지지도가 줄어들고 반대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그 상징적(?)인 예가 요르단이다. 2005년 11월 9일에 일어난 암만 시내 3개 호텔의 연쇄적인 자살폭탄 테러였다. 67명이 죽고 150여명이 다쳤다. 이 사건 이후 요르단 인들의 알카에다나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지지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나라가 폭탄 공격의 희생자가 된 마당에 공개적으로 그것을 지지하거나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또한 자기 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이념적 지향성을 보일 수 있지만, 자기가 그 대상이 될 때의 이해관계는 변할 수밖에 없다. 인지상정이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다른 아랍 국가들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알카에다나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그것은 이념보다 실리를 추구하고, 종교 이슬람 보다 개인이나 가족(부족이나 종족이 아닌 가족)을 더 우선순위로 잡기 시작했다. 그 확대판이 올해 들어 드러난 아랍 시민 혁명이다. 반이념적, 탈종교적 시민 사회의 목소리이다.

그런데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의 존재감과 실제 오사마 빈 라덴의 영향력은 같은 것일까? 국제적인 테러조직의 '수괴'로서. 오사마와 다른 이들이 다른 것은 다른 이들이 지역 '유지' 수준이라면, 오사마는 세계적인 인물 정도랄까. 

   
 
  ▲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의 존재감과 실제 오사마 빈 라덴의 영향력은 같은 것일까? (출처 : 위키피디아)  
 
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이미지에 상당한 거품이 있다는 것이다. 과대포장된 악의 축이라는 평가가 만만치 않았다. 상대방의 위협감을 강조할수록 전쟁의 명분도 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렇다할 중심축이 없는 이슬람 세계의 무장조직들이나 이념적 지향성이 강한 이들이 일정정도 그를 영웅화한 측면도 있다.

이번 오사마 빈 라덴 피살과 관련하여 생기는 궁금함이 있다. 전 세계적인 테러를 기획하고 조종하는 악의 축이 숨어살았다는 주택은 인터넷이나 전화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무장병력도 배치되어 있지 않은 채였다. 처음에는 미군 특공대의 헬기를 빈 라덴 측근 무장병력이 떨어뜨렸다는 설도 나왔지만, 사실과 다른 것이었다. 비무장 상태에서 미군 특공대의 기습 공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한 것이다.

현지 취재 과정에서 느끼던 당혹스런 순간들이 있었다. 오사마 빈 라덴이 그동안 종종 이상스러운 행동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랍 지역은 물론 서방 지역에서도 의아한 반응을 나타내곤 했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2004년 10월 29일 알자지라 방송에 빈 라덴의 영상 메시지가 떴다. 2001년 9월 11일에 벌어진 사건이 재발할 이유가 아직 남아 있다며 추가 공격을 시사했다. 일순간 미국 사회에는 안보 논리가 번져갔다. 이 결과 때문만은 아니지만 부시는 재선에 성공했다. 이른바 빈 라덴 바람의 영향을 크건 작건 받은 셈이다. 오사마 빈 라덴은 왜 그랬을까? 어떤 영향이 생길 것을 예측하고 계획적으로 그 시점에 비디오 메시지를 전할 것이었을까? 그때도 이런 질문들이 던져졌었다. 그러나 그 답은 없었다.

이번 사건은 이슬람권 선교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너무 상투적이지만, 상식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크게 보고 넓게 봐서는 대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곳곳에서 보복 공격을 천명하는 무장조직들이 있고, 미국 등 일부 강국 정부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립하는 테러 경계 태세에 돌입한 상태이기도 하다.

알카에다는 한 단일 조직이기보다 일종의 프렌차이즈 또는 일종의 브랜드였던 특성 때문이다. 크게 상관이 없는 이들이 알카에다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단일조직이 이슬람 지역 곳곳에 지부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알카에다라는 단어가 ‘기지’라는 군사적 의미도 있지만, ‘협회’라는 뜻도 있다. 일종의 ‘아무개 투쟁본부’ 같은 일반 명사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조직 이름에 알카에다가 나온다고 그것이 같은 조직은 아닌 것이다. 또한 이슬람 세계의 무장 저항 조직들은 단일한 지휘체계로 결합되어 있지 않다. 다양한 정파적, 이념적 차이로 인해 갈등과 반목도 존재한다. 유혈 충돌까지 빚곤 한다.

테러와의 전쟁에 좋은 구실을 안겨주었던 오사마 빈 라덴을 대체할 누군가가 여전히 알카에다 같은 조직은 악의 축으로 타깃이 될 것이다. 그의 자리에 오를 자가 있기도 하겠지만, 그 자리에 앉혀질 인물들이 있다. 이들은 새로운 공공의 적으로 자리매김할 것이고, 멀지 않아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비하 발언들 또는 평가절하 하는 주장이 나올는지도 모른다. '알카에다의 실세는 빈 라덴이 아니라 실은 누구였다'는 식의 일과성 기사가 나을 수도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어떤 필요에 의해 이러 저러한 사람으로 변신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도 오사마 빈 라덴 관련 책자들이 이슬람 지역과 무슬림 사이에 어떻게 얼마만큼 유통되는지를 통해 내재된 민심을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존재감은 체게바라나 다른 여타 이념적인 인물보다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알카에다 따라잡기'나 '오사마 앓이' 같은 것이 이슬람 시민사회에 일종의 바람을 만들어낼 것 같지는 않다. 어찌되었든 악의 축의 중심 오사마 빈 라덴이 사라진 지금도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되고 또 계속될 것이다.

김동문 / 목사

* 저널리스트(<한겨레21> 중동 전문위원)이자 아랍 이슬람 사역자였던 김동문 목사는 20여 년을 중동 선교에 몸담았다. 현재 <미주뉴스앤조이>에 일상의 시선으로 성경을 '감각'할 수 있도록 돕는 '알고 보면'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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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2011-05-10 01:47:43
미국을 위해 기도합시다. 아멘

기쁨 2011-05-10 01:47:41
미국을 위해 기도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