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노회인 KAPC 북미주노회의 '청출어람'
영어권 노회인 KAPC 북미주노회의 '청출어람'
  • 박지호
  • 승인 2011.05.24 0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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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는 목사 위한 교회돼야…"한국 닮아가는 총회" 쓴소리도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총회 셋째 날인 5월 19일 오전에는 북미주노회(The North America Presbytery)의 존재 의미를 되짚으며, '영어권 사역의 목소리(The Voice of English Ministry)'를 들었다. 북미주노회 소속 영어권 목회자들은 총회의 파격적인 지원에 감사하며,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는 교단의 암담한 현실을 경각하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 

KAPC는 26회 총회에서 한인 교단으로는 최초로 영어권 사역자를 위한 북미주노회를 설립했다. 지역적으로 엮은 것이 아니라, 언어로 구분된 특수한 경우다. 교단 내에 있는 영어권 사역자를 위한 총회의 배려이기도 하고, 미주 한인 교회가 갖는 특수성을 총회가 제대로 살린 경우에 해당된다.

10년 전 그렇게 시작된 북미주노회는 현재 18개 회원 교회가 있는 중견 노회로 자리 잡았다. 영어권 교회와 영어 목회를 대표하는 목사 38명, 목사 후보생이 14명이 노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북미주노회는 1년에 두 차례, 서부와 동부에서 모인다. 북미주노회는 총회의 지원을 힘입어 8년 동안 17명의 목사를 안수했고, 9개 교회를 개척했다.

KAPC는 북미주노회 설립을 소개하며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하며 총회의 특기할 내용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총회의 현실은 암담했다. 북미주노회를 위해 재정적인 지원을 해오고 있지만, 다음 세대를 흡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10년 전 숙제와 씨름하기는커녕 내부 문제에만 매몰된 채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 총회에서 영어권 노회 시작하는 일을 주도했던 박성일 목사.  
 
"북미주노회 어리지 않아요"

미주노회 노회장이었던 제임스 김 목사와 라이언 김 목사가 차례로 짧게 인사말을 전하고, 간단한 영상을 보여주며 북미주노회의 어제와 오늘을 보고했다. 북미주노회 리더십인 이들은 이제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중견 목회자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한인 교회는 1.5세와 2세 영어권 사역자를 젊고 어리게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더 이상 어리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이제 학생이 아니다. 내 나이가 올해로 47살이다. 우리는 목회하고 당회와 일할 만큼 많이 컸다. 1세 목회자들에게 많이 배웠다. 교회를 개척하고, 그 교회들이 자라고 있다. 교회를 떠났던 1.5세와 2세들이 돌아오고 있다." (제임스 김 목사)

   
 
  라이언 김 목사.  
 
"20년 전에 사역을 받고 시작했는데, 그때 가르치던 유치원 학생들이 한 아이의 엄마로, 집사와 장로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도 깜짝 놀란다. 2세 사역자들과 교인들은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니다." (라이언 김 목사)

이어 총회에서 영어권 노회 시작하는 일을 주도하고, 필라델피아와 북미주노회 동시에 가입한 박성일 목사가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박 목사는 이민 역사가 늘어나면서 한인 교회도 1세 노인부터 3세 어린아이까지 4세대가  공존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며 영어권 사역자와 교인들이 핵심 사역권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권 목회가 교회의 부수적인 사역이 아니라, 전체적인 교회 사역의 중심부로 들어와야 한다고 것이다.

"우리 교회는 '4G'라는 말을 쓴다. 4세다 함께 공존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나이든 1세 노인부터 3세 어린 자녀까지 4세대가 공존하는 교회 상황이다. 한 세대만을 위한 교회란 말이다. 굉장히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다양한 영어 목회가 필요한 교회에 영어 회중이 교회의 인사이더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중장년으로서의 영어권 교회들이 핵심 사역권에 들어와야 할 때다." (박성일 목사)

암담한 총회 상황, 오히려 한국 닮아가고 있어

박성일 목사는 한국적인 장로교 개혁주의 신앙의 뿌리를 가지면서 언어적,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한 북미주노회의 시대적 존재 의미를 부여할 방법을 묻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은 암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영어권의 세대가 중년에 접어든 정도가 아니라, 손자를 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도 영어권 사역자와 교인이 교회의 아웃사이더로 남아 있고, 교단도 다음 세대를 흡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총회 산하 차원에서 영어권 사역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영어권 사역이 더 이상 교회의 부록도, 주일학교도 아니라, 전체적인 교회 사역의 중심부에 와 있는 사역이어야 한다. 벌써 10년 전에 하던 질문이다. 총회가 다음 세대를 흡수할 수 있는 문화적·언어적·사역적·신학적 틀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총회가 되도록 애를 썼지만 사실상 오늘 와서 봤을 때 문화적으로 점점 더 한국을 닮아가는 상황이다."

박성일 목사는 "지금 계속 나오고 있는 청소년 대학생들을 위해 감상적인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는 복음 증거가 아니라, 그들이 믿음의 뿌리를 내리고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역이 절실하다"며 1세와 2세를 연결해줄 수 있는 중간 세대를 교단이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중간을 연결해줄 세대가 이제 몇 명 안 남았다. 1.5세들이 다 타 교단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우리 교단이 싫어서 간 것만이 아니라, 담임목사로 교체되는 시점이 타 교단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교단에 남은 숫자가 많지 않은데다 남은 몇몇 사람들이 늙어간다. 그럼 10년 후에 어디로 갈 것인가. 교단적으로 양쪽을 연결해줄 세대(1.5세) 이후의 다음 세대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다. 양쪽의 거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적 거리감의  문제다. 10년이 지나서 이 다리마저 끊어지게 되고 영어권 사역자를 수용할 수 없는 교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적인 안타까움이다."

   
 
  ▲ 북미주노회 회원들.  
 
정치 아닌 교제하는 북미주노회

교단적 차원의 암담한 상황과 달리, 북미주노회는 건강하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북미주노회는 노회를 정치적 논쟁의 장이 아닌, 목회자들을 위한 교회로 생각했다.

"일 년에 2차례씩 동부와 서부에서 모인다. 노회에 참석하는 것이 정말 좋다. 우리는 노회가 교회라고 생각한다. 노회는 목사들의 교회다. 소그룹 별로 모여서 그동안의 사역과 개인, 교회 상황에 대해서 심도 깊게 나눔을 갖는다. 그리고 그때 나온 이야기들을 모두 모아서 정리해서 공유하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로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기도할 수 있게 된다. 선배 목사에게 목회적인 상담을 받고, 위로를 받는다. 회무적인 처리를 하지만, 주된 초점은 목회자들의 영적 회복과 충전에 있다."(제임스 김 목사)

박성일 목사는 "북미주 노회는 교회로서의 역할을 계속 하고 있다. 수양회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회무처리 시간보다 각 교회의 형편과 목회자의 기도 제목을 나누는 시간이 가장 길다. 목회자를 양육하고 훈련해서 사역지로 파송하는 일을 한다. 사역지에서 지치지 않도록 돕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영어 목회 도움 주는 기능적인 노회로

북미주노회는 목사 후보생들 사이에서 목사 고시가 가장 어렵다고 소문난 노회다. 철저히 인터뷰 과정을 거치면서 소명을 확인하고, 목회자로서의 적합성을 검증한다. 6개월간의 인턴 기간 동안에 멘토를 담당하는 목회자가 목사 후보생을 다각도로 관찰하고 검토하는 과정도 거쳐 노회에 보고한다고 말했다.

라이언 김 목사 목사는 "일부러 어렵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를 뽑는 과정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성일 목사는 특히 "전략적인 소수로서 각 지역 교회의 피할 수 없는 영어 목회에 대한 도움을 주는 기능적인 노회"로 북미주노회의 역할을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북미주노회 소속 목회자들은 1세 교회를 떠났던 1.5세와 2세들이 북미주노회 소속 교회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앞으로 북미주노회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영어 노회가 생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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