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기러기들, 니들이 희망이다'
'야생 기러기들, 니들이 희망이다'
  • 박지호·윤영석
  • 승인 2011.07.15 18:2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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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구스 페스티벌 = 정의+영성+음악+예술

최근 미국 교계에 두 개의 흥미로운 '페스티벌'이 연이어 열렸다. 파파페스티벌(P.A.P.A. Festival)과 와일드  구스 페스티벌(Wild goose festival). 둘 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비슷하다. 근사한 호텔 대신 텐트 치고 야외에서 먹고 자며 영성과 사회정의와 예술을 버무렸고, 배움과 놀이와 연대가 어우러졌다. 고루하고 이기적인 종교로 전락한 오늘날 개신교는 웅장한 예배당, 경건한 종교 음악, 성장을 위한 종교 행사, 성공과 부를 찬양하는 메시지로 채워져 있다. 종교적 틀로 편 가르며 참된 영성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소외시키는 오늘날 미국 교회가 이런 페스티벌을 부추긴 장본인이다. 굳이 따로 하지 않아도 될 두 개의 페스티벌이 연이어 열린 이유가 있을 터. <미주뉴스앤조이>가 '비슷한 듯 많이 다른' 두 페스티벌을 각각 소개한다.

   
 
  ▲ 와일드 구스 축제의 키워드는 '정의', '영성', '음악', '예술'로 요약된다. ⓒ 박총  
 
성령강림절 직후인 6월 23일부터 3박 4일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샤코리 힐스에서 열린 와일드 구스 축제(Wild Goose Festival)에 1,500명의 '야생 기러기'들이 미국 전역에서 날아들었다. 강한 성령의 임재를 상징하는 표현(켈트 교회)이기도 한 ‘와일드 구스’라는 이름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거위처럼 투박하지만 창의적인 신앙을 상징한다. 축제 기간 동안 참석자들은 영성과 사회정의, 기도와 평화, 믿음과 행동, 구원과 제자도, 예배와 정치, 음악과 예술이 어우러진 축제를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의 키워드는 '정의', '영성', '음악', '예술'로 요약된다. 선뜻 공통분모를 찾기 쉽지 않은 4가지 주제를 축제 기간 동안 어떻게 엮어냈는지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형식'은 영국 기독교권의 대표적 축제인 '그린벨트 페스티벌(Greenbelt Festival)'의 틀을 이용했고, '강사진'은 <소저너스>가 주관했던 펜테코스트(PENTECOST)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주를 이뤘다.

   
 
  ▲ 자신이 저술한 책에 대해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브라이언 맥클라렌 목사. ⓒ 미주뉴스앤조이  
 
이번 축제에는 현재 미국에서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복음주의권 인사들과 기독교 진영의 뮤지션 등 150여 명이 대거 참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영적 조언자이자 <소저너스>의 대표인 짐 월리스, 차세대 복음주의 운동가들에게 자양분을 공급하며 키워낸 공로자인 토니 캠폴로 교수(이스턴대학), 이머징 교회 운동을 이끌어온 브라이언 맥클라렌 목사 등이 참석해 화두를 던졌다. 

여기에 세계적 평화운동가 존 디어 신부부터 최근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평화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는 윌로우크릭교회의 린 하이벨스, '심플웨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복음주의권의 젊은이로부터 주목 받고 있는 쉐인 클레어본 같은 운동가들이 합류해 실천으로 풀어냈다. 크고 작은 풀뿌리 운동 단체들과 운동가들도 참석자들과 뒹굴었다.

   
 
  ▲ 이머징 교회 운동을 이끌어온 브라이언 맥클라렌 목사ⓒ 박총  
 
정의와 영성의 교차점에서 음악과 예술이 만나다

'정의'와 '영성'이 통합된 기독 신앙을 외치며 헤쳐모인 복음주의권 집회는 여러 차례 열려왔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린 2008년·2009년 펜테코스트(PENTECOST) 대회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소저너스>의 짐 월리스가 주축이 되어 ‘투표를 통해 가난을 몰아내자(Vote out Poverty)'는 구호를 외치며 정치 참여를 독려했던 것도 정의와 영성을 통합한 모델이라 볼 수 있다.

와일드 구스는 정의와 영성의 교차점에 '음악'과 '예술'을 추가했다. 사회정의와 영성이라는 심각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음악과 예술로 함께 버무려 축제라는 형식으로 유쾌하게 풀어냈고, 젊은이들의 참여도 이끌어냈다.

모든 강사진들은 자비량으로 행사에 참석했고, 예외없이 텐트에서 먹고 자면서 참석자들과 뒤섞였다. 청중과 강사진 간의 거리감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좁은 캠핑장은 만남과 네트워크의 장으로 충분히 활용됐고, 강사와 참석자들이 함께 대화하는 모습이 캠핑장 곳곳에서 자주 연출됐다.

   
 
  ▲ 브라이언 맥클라렌 목사의 강의 이후 즉석에서 만들어진 대화의 자리. 이 자리에는 개척 교회 목사부터 신학생, 현장 운동가들까지 다양하게 모였다. ⓒ 미주뉴스앤조이  
 
첫째 날 저녁, 대회의 전체 디렉터였던 가렛 히긴스(Gareth Higgins)의 사회로 진행됐던 짐 월리스와 티 본 버넷의 좌담에서 영성에 예술의 만남의 의미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와일드 구스 페스티벌를 통해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 짐 월리스는 창조적 신앙인의 자세를 언급했다.

"이 페스티벌에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 종교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종교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는 쉽다. 그러나 세상은 종교에 관한 우리의 비판이 아닌, 창조적으로 신앙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필요로 한다." (짐 월리스)

짐 월리스는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자들(the wind-changers)"이라고 예술가의 역할을 정의하며 우리 사회와 문화의 대화 방법을 바꾸는 방법으로서 영성과 사회정의와 예술을 함께 언급했다.

   
 
  ▲ 짐 월리스(맨 오른쪽)와 그래미 어워드를 10번이나 수상한 티 본 버넷(맨 왼쪽)이 사회정의와 영성, 예술에 관한 대담을 가졌다. ⓒ 미주뉴스앤조이  
 
티 본 버넷도 어떻게 예술과 영성이 연결될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아메리칸 아이돌>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는 아이들을 데스매치(death match)에 몰아붙이며 희생시킨다. 경쟁으로 인한 어린아이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싸워야 한다. 여기서 예술이란 양심(conscience)을 창조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예술가들은 양심을 창조하는 이들이다. 예술, 종교, 과학은 진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며 이 분야의 사람들은 진리를 외쳐야 한다." (티 본 버넷)

   
 
  ▲ <소저너스>의 짐 월리스 대표. ⓒ 미주뉴스앤조이  
 
짐 월리스는 그동안 “나의 관심은 성경이 일관되게 주목하고 있는 ‘가난한 자’에게 정치권과 교회가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꾸준히 말왔다. 이번 축제 때도 짐 월리스는 창의적인 신앙의 초점은 가난과 불의에 대한 실천에 맞춰져 있었다. 두 번째 강연에서 짐 월리스는 많은 크리스천들이 여전히  기독교 영성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기독교인은 가난과 사회정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신앙 공동체의 안과 밖에서 이러한 생각들이 변화되고 있다. 그래서 신앙 공동체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사회정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희소식이다." (짐 월리스)

짐 월리스는 가난과 불의에 관한 2,000개 이상의 구절이 붉은색으로 표시된 <The Poverty and Justice Bible>(가난과 정의의 성경)을 소개하며 "새로운 세대가 다시 성경을 집어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하기도 했다. 짐 월리스는 올해 초 '예수라면 무엇을 깎을까?(What would Jesus cut?)'라는 질문을 제기하며 빈곤층과 약자에 대한 우선순위를 지켜나가지 못하는 '오바마 예산안'의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짐 월리스는 금식을 시작하며 전국적으로 운동을 전개했고, 종교와 인종을 넘어 약 40,000여 명이 참여하기도 했었다.

"연방 정부의 부채 한도(debt ceiling)와 재정 적자를 거론하며 이것의 원인이 가난한 이들에게로 돌아간다. 1,200억 달러가 아프가니스칸에 사용하는 동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예산은 없다. 이것이 과연 옳은가. 재정 적자는 윤리적 문제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예산 삭감은 여러 가지 선택들 중 채택되지 않은 '선택의 결과'다. 신앙인으로서 이러한 일들을 막기 위해 싸워야 하고, 사회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짐 월리스)
 

   
 
  ▲ 강의 중에 욕하는 것에 대해 신실한 크리스천 청중이 발끈하자 "내가 욕하는 데는 화 내면서, 정말 화를 내야 할 사회 구조적 악엔 침묵하냐"고 반문했다는 유명한 일화의 주인공인 토니 캠폴로 교수. 그는 "예수가 이웃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어뜨리기 원하겠냐"고 질문한 뒤, "예수를 따르는 건 바로 그런 것"이라며 긍정적인 차원에서의 단순한 믿음을 주문했다. ⓒ 미주뉴스앤조이  
 
이전 펜테코스트와 같은 집회가 정치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를 강조했다면, 와일드 구스는 삶의 차원에서 하나님나라의 정의를 실천하자는 쪽으로 범위를 넓혔다. 현장 운동가들의 이야기들도 많았다. 범위는 미국 안팎을 아울렀다.

빌 하이벨스 목사의 아내로 더 유명한 윌로우크릭교회의 린 하이벨스는 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루며 갈등의 현장에서 기독교와 무슬림 평화운동가들이 연대해 비폭력 운동을 전개하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린 하이벨스는 "친이스라엘(Pro - Israel)이냐, 친팔레스타인(Pro - Palestine)이냐가 아닌 '평화 지향적(Pro - Peace)'이어야 한다"며 "예수의 성육신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오늘날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 윌로우크릭교회의 린 하이벨스. ⓒ 미주뉴스앤조이  
 
   
 
  ▲ 나무로 엮어 만든 원형 돔에 모여 앉아 린 하이벨스의 강의를 듣고 있는 참석자들. ⓒ 미주뉴스앤조이  
 
린 하이벨스는 또 "미국 정치권도 유대인들의 로비에 장악되어 제목소리도 못낸다"며 친이스라엘 목소리만 쏟아내는 언론과 정치권을 조심스럽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려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미국 사회에서 용기 있는 발언을 한 셈이다.

예수회 사제이자 인권 운동가인 존 디어 신부는 예수의 비폭력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존 디어 신부는 그의 강연에서 "당신의 적들을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들을 죽이는 것이다"라는 성어거스틴의 말과 십자군, 핵개발을 축복하는 로스 알라모스의 사역자들을 비판했다. 또 모두를 위해 자신의 피와 몸을 나눈 예수의 성찬에서 비폭력의 신학을 발견한다는 말도 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혹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다름 아닌 '비폭력의 가르침'이라고 바라본다. 예수는 비폭력적이지만 수동적이지 않다. 오히려 능동적이고 혁명적이며 대담하다." (존 디어)

   
 
  ▲ 미국의 감옥 시스템이나 사형 제도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감옥을 70번이나 넘게 다녀온 존 디어 신부를 비롯해 평화운동과 사회운동으로 수차례 수감되었던 이들이 나와 미국의 '감옥 시스템을 비판했다. 감옥 안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문제와 수감자들을 비인간화시키는 문제를 지적했다.   ⓒ 미주뉴스앤조이  
 
   
 
  ▲ 프란시스코 사제인 리차드 로어(Richard Rohr) 신부는 최근 출판한 그의 저서 <Falling Upward: A Spirituality for the Two Halves of Life>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인생의 후반기는 상실이 아니라 증진"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로어는 인생을 자아구조의 단계를 거치는 전반기와 그것을 평가하는 후반기로 나눈 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영성에 관하여 이야기하면서 삶의 후반기에 들어선 크리스천들의 성찰을 유도했다. 로어는 "위로 떨어짐", "잃는 것이 얻는 것", "올라가면 내려가는 것이고 내려가면 올라가는 것"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쓰면서 고통을 긍정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인생의 두번째 단계에 대해서 말하기도 했다. ⓒ 미주뉴스앤조이  
 
와일드 구스 축제는 인종적 편중이 두드러졌다. 참가자들부터 강사진과 뮤지션들까지 백인들이 주를 이뤘다. 이 때문에 라코타 수족(Sioux) 출신 복음주의자인 리차드 트위스(Richard Twiss)와 라승찬 교수(Soonchan Rha)와 같은 비백인 강사들의 참여가 부각됐다. 

위코니(wiconi)라는 단체의 대표이기도 한 리차드 트위스는 '구원을 명목으로 인디언을 학살한 서구 미국인의 정치적 선교'를 음악을 통해 성찰했다. "식민주의적 기독교를 벗어나 토착화 영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그는 "카우보이 신학이 아닌 태초의 장소인 흙의 신학을 추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강의하고 있는 리차드 트위스. ⓒ 미주뉴스앤조이  
 
   
 
  ▲ 최근 미국 복음주의 진영에서 주목받고 있는 라승찬 교수. ⓒ 미주뉴스앤조이  
 
   
 
  ▲ 유달리 질문자가 많았던 라승찬 교수의 강의. ⓒ 미주뉴스앤조이  
 
최근 미국 복음주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인 2세 신학자인 라승찬 교수(노스파크신학대학)는 백인 청중을 대상으로 "미국 기독교가 여전히 '서구, 백인 문화의 포로 상태'(Western, white cultural captivity)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라 교수는 "복음주의 교회에서 백인들의 숫자는 작아지고 비백인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 기독교는 점점 다문화적이고 다인종적으로 되어가고 있다"고 미국 기독교의 현실을 조명했다.

"'서구 백인 문화의 포로가 된 미국 기독교'란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보다는 주변 문화처럼 되어가고, 성서의 가치보다는 문화적 가치를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 기독교는 성서보다 서구와 백인의 문화적 가치를 더욱 반영하고 있다. 세계 기독교의 중심이 유럽에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로 전환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 신학이 아직도 서구 백인 문화의 포로가 된 상태라면 신학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라승찬)

   
 
  ▲ 와일드 구스에 참석한 한인 목회자들과 즉석 좌담을 나누고 있는 라승찬 교수. 이 자리에서 서구 백인 중심의 기독교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한국 교회문제와 사회정의에 무관심한 회중을 어떻게 견인해나갈 것인가 하는 이슈들을 놓고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태후 목사, 라승찬 교수, 홍장석 목사, 박총 <복음과상화> 편집장, 김성민 목사, 최용하 목사) ⓒ 미주뉴스앤조이  
 
불타는 떨기나무 아래 서라

영화음악으로 수차례의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한 티 본 버넷부터 작곡가이자 가수인 데렉 웹, 헤비메탈 형식의 찬양팀으로 유명한 쌀터스와 같은 수십 명의 뮤지션들까지 결합해 축제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낮에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세미나가 진행됐고,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야외에서 뮤지션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노벨평화상 추천위원회에 소속된 평화운동가인 데이빗 라못(David Lamotte)이나, <Lay It Down>이라는 앨범으로 그래미상의 후보에 오른 제니퍼 냅(Jennifer Knapp) 등과 같은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고 있는 참석자들. ⓒ 미주뉴스앤조이  
 
   
 
  ▲ 와일드 구스 아트 텐트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 참석자. ⓒ 미주뉴스앤조이  
 
   
 
  ▲ 어린이들을 위해 물썰매 미끄럼틀을 만들기도 했다. ⓒ 미주뉴스앤조이  
 
와일드 구스 한켠에 마련된 '아트 텐트'에서는 다양한 공동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평화', '은총'이라는 주제를 놓고 잡지와 풀을 이용한 공동 콜라주 작업을 했고, 천에다 기도문을 적어서 매달기도 하고, 캔버스에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야외 무대 한복판에 있는 나무를 모세의 불타는 가시떨기 나무처럼 꾸며놓고 기도 제목을 적어넣기도 했다. 불타는 가시떨기 나무는 하나님의 임재와  애굽의 압제를 받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상징한다. 와일드 구스 참석자들은 불타는 가시떨기 나무라는 상징을 통해 오늘 하나님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기도하고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 야외 무대 한복판에 있는 나무를 모세의 불타는 가시떨기 나무처럼 꾸며놓고 기도 제목을 적어넣기도 했다.  
 
짐 월리스는 마지막 날, '자선'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제도적 변화'를 언급하면 불편해하는 오늘날 기독교 영성을 지적했다. 짐 월리스는 교회가 사회정의 이슈를 다루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며 짐 월리스를 계속 조롱해온 유명 논객인 글렌 벡을 언급하기도 했다.

"글렌 벡이 나를 계속 조롱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회복지(social service)는 통제가 가능하고 위협이 없지만, 사회정의(social justice)는 기득권을 피곤하게 만든다. 글렌 벡이 사회정의라는 단어를 무서워하는 이유다. 돔 헬더 까마라 주교도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나를 성인(聖人)이라 부르고, 가난한 이들에게 왜 먹을 것이 없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나를 사회주의자라고 부른다'고 말하지 않았나."

짐 월리스는 불타는 가시떨기 나무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목격하고 자신의 삶을 던졌던 사람들을 열거하며 참석자들을 도전했다. “일생 동안 괴로운 사람은 편안하게 해주고 편안한 사람은 괴롭게 했다”는 도로시 데이서부터 사회적 악에 저항한 윌리엄 윌버포스·모한다스 간디·본 회퍼·마틴 루터 킹,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던졌던 마더 테레사·존 퍼킨스 목사, 진정한 영성 공동체로 미국 사회를 변화시킨 고든 코스비 목사  등의 삶을 예로 들었다.

   
 
  ▲ 현재 미국 사회에서 불고 있는 반이민 정서를 비판하며 백인 청중들에게 미국 교회의 역사적 원죄를 상기시킨 리차드 트위스. 그가 집회 마지막날 폐회예배에서 인디언 전통  음악으로 찬양을 하고 있다. ⓒ 박총  
 
와일드 구스 폐회를 앞두고 인디언 신학자인 리차드 트위스가 던진 말은 의미심장했다. 그는 "우리 선조들은 이민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다"는 농담을 던지며 미국 사회의 왜곡된 이민법을 꼬집었다. 리차드 트위스는 또 "나는 어제도 과거 백인들의 죄악을 용서했고, 오늘도 용서했으며, 내일도 용서할 것"이라며 미국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미국 교회의 역사적 원죄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와일드 구스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했던 가렛 히긴스는 "미래의 리더십은 많은 사람들이 작은 일을 하는 것이지 큰 사람들이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작고 연약한 소수의 무리가 일으키는 하나님나라의 운동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행사의 전체 진행을 맡았던 가렛 히긴스. ⓒ 미주뉴스앤조이  
 
   
 
  ▲ 와일드 구스를 행사를 마치며 함께 기도하고 격려하는 참석자들. ⓒ 박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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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탕노리 2011-08-03 14:17:07
희망을 갖게 하는 기사입니다. 정의를 강조한 펜터코스트와 비교하며 일상에 다가서려는 와일드 구스의 방향에 기대를 갖게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말씀과 문화의 가치를 대립적으로 보는 듯한 인상을 갖게 되는 건 이 축제가 지니는 신학적 한계를 보는듯하여 아쉽습니다. 서구 백인 문화의 포로가 되지 않으려면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그것을 넘어서는 문화적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말해야 우리의 일상 속에 그리스도의 말씀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문화를 포섭하려는 축제의 의도와 메시지 사이에 보이는 일정한 간격은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숙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John1723 2011-07-18 09:38:28
발품으로 만든 귀한 기사글이기에 현장감이 더욱 와 닿습니다. 귀한 기사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정신과 가치를 담은 크고 작은 운동과 페스티벌이 세계 각지 곳곳에서 활발히 이러나길 바래 봅니다.

John1723 2011-07-18 09:34:11
기자님의 발품으로 이루어낸 귀한 기사글 김사합니다. 한국 교계, 작게는 미국한인 교계에서도 이러한 크고작은 운동과 페스티발이 이러나길 소망합니다.

atom 2011-07-17 11:29:04
참 귀한 모임같습니다. 좋은 르포 기사 감사합니다. 한두가지 코멘트...

'미국(서구) 기독교가 성서보다 서구와 백인의 문화적 가치를 더욱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오래된 일로,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 기독교계가 이를 극복해 몸부림쳐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을... 여전히 이 '고질적인' 문제로 고민해야 하는 현실.

'자선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제도적 변화를 언급하면 불편해하는 것'... 앞선 기사에서 이학준 교수가 말한 공적영성이 아무리 강조돼도 부족함이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