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새벽을 여는 사람들
  • 김성회
  • 승인 2011.07.28 00: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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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들] 노숙자를 돕는 평범한 사람들

LA의 다운타운. 새벽마다 어김없이 노숙자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소중한사람들"(대표 김수철 목사)이 있다. LA 지역 인근의 교회들이 순서를 돌아가며 "소중한사람들"의 급식을 돕는다. 평화의교회(김기대 목사)는 일 년에 네 차례 급식에 참여한다. 평화의교회 사람들과 함께 새벽 5시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배식하는 과정을 따라갔다.

캘리포니아 주는 경제 규모로 따지면 전 세계 5위의 대형 국가다. LA는 그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대도시다. 일 년 내내 따뜻한 날씨에, 겨울 한 달만 비가 오는 LA의 날씨는 집 없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날씨다.

한 통계에 따르면 LA 시에만 2만 3,500명에 달하는 노숙자들이 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경제 불황의 여파로 가족 단위의 노숙자들이 전체의 40%나 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누가 그랬던가.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고. 하지만 오늘 아침도 한 끼니를 어떻게 마련하나 근심에 찬 사람들도 많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어도 당장 하루를 살아가게 도와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새벽이 오기도 전에 모인 사람들. 고기 잡은 법은 못 가르쳐도 따뜻한 한 끼 식사에 온기를 담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방으로 모여들었다.

교회에서 일 년에 네 차례씩 노숙자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구용숙 권사의 계란 까는 손이 날래다. 따뜻한 한 끼니를 해먹이려고 구우인 장로, 구 권사 부부는 새벽 5시면 교회에 도착해 커피를 내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두 딸의 엄마인 이은정 집사는 큰 딸 예린이와 함께 샌드위치를 싸고 있다. 작지만 제법 실한 샌드위치에는 치즈와 빵과 계란이 들어간다.

예린이는 언제나처럼 말이 없다. 묵묵히 빵 위에 치즈를 얹고 그 위에 햄을 얹는다.

친구 따라 강남 대신 새벽 봉사에 끌려나온 가날 씨도 일손을 보탰다. 죄다 알 수 없는 한국말로 왁자지껄한 속에서 그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아침에 나누어 주는 샌드위치를 노숙자들이 꼭 아침에 먹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갓 구운 계란을 얹은 샌드위치는 하나씩 비닐 백에 포장에 나누어 드린다. 180개의 봉투를 채워야 아침 준비가 끝난다.

트레이 한 가득 샌드위치를 담고 있는 장혜진 집사. 30개가 한 판이니 6 트레이를 채워야한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 딸도 부모를 따라 새벽같이 교회에 나와 고사리 손으로 부모를 돕는다.

샌드위치 싸는 일에는 계란을 그릴에 부치는 기술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현진 사모가 전담하는 계란. 그는 새벽 같이 교회에 나와 굵은 소금으로 그릴을 닦고 광을 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 번에 30장의 계란을 부쳐 샌드위치를 싼다.

노숙자 급식 준비의 또 다른 기술자, 이 집사. 구 권사가 새벽 5시에 내리기 시작한 200인 분의 커피에 설탕과 크림으로 간을 한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새벽은 으슬으슬하다. 시린 새벽에 간이 맞는 커피만큼 맛있는 것도 없다.

구 장로가 10년 넘게 해온 스프 끓여 솥에 붓는 기술을 김 집사에게 전수하고 있다. 아무리 캘리포니아라지만 새벽은 차다. 따뜻한 계란 샌드위치에 따뜻한 치킨누들스프 한 컵과 커피 한 잔을 대접한다. 몸이 따뜻해지는 노숙자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함께 따뜻해져 온다.

금강산도 식후경. 샌드위치를 싸고 남은 계란에 양파를 볶아 아침을 차린다. 5시부터 시작한 준비는 6시 반이나 돼서 대강 마무리가 됐다. 남은 15분 동안 사람들은 아침을 먹는다. 따로 앉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다. 매운 것을 즐기는 여선교회는 반드시 핫 소스를 준비해와 계란에 얹어 아침 식사를 즐긴다.

차량 운전은 언제나 김기대 목사의 몫이다. 지정된 자리에 차를 주차하고 준비해온 음식을 꺼내 펼쳐 놓는다. 벌써 ”소중한사람들”에서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세팅을 하고 있었다.

힘이 좋은 남자들은 커피와 스프를 나른다. 조영랑 목사와 가날 씨가 200인 분의 커피가 든 커피 통을 나르고 있다.

세계 평화를 위해 이바지하겠다는 큰 꿈을 가진 재경 씨가 샌드위치를 나르고 있다.

민족학교에서 일하며 평소에도 가난한 사람을 돕는 용호 씨. 오늘은 설교까지 맡아 할 일이 많은 가운데에서도 함께 음식 나르는 일을 돕고 있다. 설교는 돌아가면서 준비하는데, 5분에 끝낼 영어 설교를 준비하는 것은 제법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1인 8역의 용호 씨가 소중한사람들이 준비한 찬양 시간에 노래 가사가 적은 판을 노숙자들을 위해 들었다. 가사를 보며 노래를 따라부르려 애쓰는 '성실한' 용호 씨. 제법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

소중한사람들의 한 목사님이 찬양을 열정적으로 인도하고 계신다.

용호 씨는 언제나 즐겁다. 청년부 성경 공부에서 배운 주제를 그대로 옮겼다며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말씀을 전한다. 중간 중간 질문을 섞어가며 용호 씨는 어느샌가 노숙자들에게 섞여 메시지를 나눈다. 그만이 가진 특별한 재능이다.

이른 아침부터 부모를 따라 길을 나선 아이들. 용호 아저씨의 설교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는 건지 길게 늘어선 줄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지 5시에 시작한 긴 하루를 음미하고 있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위해 바나나, 샌드위치, 머핀, 스프, 커피를 준비하며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소중한사람들"이 후원자들을 통해 마련한 빵과 먹거리도 함께 차려놓았다.

언제나 즐거운 또 하나의  인물, 재경 씨. 사람들에게 연신 싱글거리며 ”good morning"을 외친다. 모두의 아침이 정말 좋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있음이 느껴진다.

16년간 스프를 담아오신 배식의 달인 '급식' 구우인 장로께서 장기를 발휘하고 계신다. 길거리에서 신문지 한 장을 덮고 밤을 샌 사람들에게 따뜻한 스프는 그냥 스프 이상이다.

빵을 달라면 빵을 주고, 건포도 빵을 달라면 건포도 빵을 주고, 고객이 원하는대로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재경 씨가 노숙자에게 빵을 건네고 있다.

노란 국물의 치킨누들스프. 치킨도 있고 누들은 많다.

김수철 목사님과 자원봉사자들이 꾸려가는 소중한사람들. 일 년에 네 번 모여 아침 준비도 버거운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매일 아침 사람들을 위해 따뜻함을 준비해놓는 사람들도 있다.

한 시간 가까이 배식을 하니 준비했던 샌드위치 180개와 스프가 다 떨어졌다. 남은 쓰레기를 치우고 바닥은 빗자루로 쓸어 담는다. 어떤 사람에겐 지저분한 길거리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요 숙소이기 때문에.

짐을 싸 교회로 돌아와 준비했던 물건들과 스프를 담았던 솥을 닦아야 하루가 끝난다. 5시부터 시작 된 급식 준비는 9시가 돼서 마무리가 됐다.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의 네 시간이 200명에게는 따뜻한 아침 식사가 됐고 복음이 됐다.

*촬영에 협조해주신 "소중한사람들"(김수철 목사)과 평화의교회(김기대 목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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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okybear 2011-08-05 06:28:55
보기 참 좋습니다.

짜장라면 2011-07-31 11:54:12
"소중한 사람들"은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L.A다운타운에서 급식 사역을 합니다. 평화의 교회 뿐만 아니라 많은교회들이 함께 조인 하여서 돕게 되길 바랍니다. 보통 1달에 한차례 정도씩 돌아가면서 돕는 교회들이 여럿 있는 걸로 아는데 대부분 주말에 몰려 있기 때문에 평일에 돕는 교회의 손길이 필요한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