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옵저버>는 릭 페리와 신사도운동의 연대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출처: <텍사스옵저버>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공화당 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의 최근 행보가 논란이다. 보수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페리 주지사가 최근  신사도운동과 관련된 단체들과 근본주의 성향을 띤 기독교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릭 페리 주지사는 최근 공화당원과 공화당 지지층 1,040명을 대상으로 한 24일 여론 조사에서 29%의 지지율을 보이며 공화당 대권 주자 경선의 선두를 차지한 인기 정치인이다.

릭 페리, 신사도운동 단체들과 손잡다

	▲ 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르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출처: 위키피디아)

릭 페리 주지사는 지난 8월 6일 휴스턴 시 랠리언트 스타디움에서 '응답: 위기 속의 국가를 위한 기도회(The Response: A Call to Prayer for a Nation in Crisis)'를 열었다. 이 자리에 71,500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엔 약 3만여 명이 참여했다.

부흥회 형식으로 약 7시간 동안 진행된 이 기도회는 미국가족협회(AFA: The American Family Association)의 재정적 지원에 의해 이뤄졌다. 미국가족협회는 동성 결혼과 낙태를 반대하고 미국 헌법 제 1조의 '종교의 자유'는 기독교에만 해당된다고 주장해온 기독교 단체다. 남부빈민법률센터(The Southern Poverty Law Center)는 미국가족협회를 '혐오 단체(hate group)'로 분류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사실은 페리 주지사의 기도회 지지자 명단에 한인 교계에 이슈를 몰고 온 '신사도 개혁(NAR: the New Apostolic Reformation)'과 관련된 IHOP(International House of Prayer, 국제기도의집, 이하 아이합)을 이끄는 마이크 비클(Mike Bickle)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도회 리더십팀의 다섯 명(루이스 & 질 카탈도 부부, 랜디 & 켈시 볼렌더 부부, 데이빗 슬리커)은 아이합과 루 앵글(Lou Engle)의 더콜(The Call)에 소속되어 있다.

‘정교분리의 원칙을 어긴다’는 비판 속에 개최된 이 기도회에서 공화당 소속의 페리 주지사는 "하나님의 관심 사안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구원이다. 하나님은 지혜로운 하나님이시고 어떤 정당에도 속해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월 7일자 <가디언>지는 '이 기도회를 통해 우익 기독교 세력과 신사도운동의 단체들과 연대하게 된 페리 주지사가 극보수 기독교인들의 정치적• 재정적 지지를 얻게 되었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8일이 지나 페리 주지사는 공식적으로 공화당의 대권 주자로 출사표를 던졌다.

수면 위로 떠오른 신사도운동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 National Public Radio)과 MSNBC 방송을 비롯한 미국의 언론들이 페리 주지사와 신사도운동 단체들의 연대에 주목했다. 공영라디오방송은 지난 24일 방송에서C. 피터 와그너가 시작한 '신사도 개혁' 또는 '사도적이고 예언적인 운동'을 다뤘다. 공영라디오방송은 오프라 윈프리가 '적그리스도의 선구자'라고 주장한 아이합의 마이크 비클과 동성애자들은 귀신의 영에 지배당했다고 믿는 더콜의 루 앵글에 대해 언급했다.

	▲ 페리 주지사가 주최한 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있는 아이합의 마이크 비클. (출처: 기도회 실황 유툽 비디오 화면 갈무리)

릭 페리 주지사가 연대한 신사도운동을 심층 분석하기 위해 레이첼 타바치닉(Rachel Tabachnick)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타바치닉은 우파 종교인의 정치적 영향력에 관해 약 10년 동안 연구해 왔다. 그는 공영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신사도운동 단체들이 자신들을 와그너와 연관짓지는 않지만 다른 복음주의자들과 구별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말했다. 먼저 그는 신사도운동의 기본적인 이념으로 '지배주의(Dominionism)'를 꼽았다.

"간략히 말해, 지배주의 신앙 체제를 믿는 기독교인은 반드시 사회와 정부의 여러 기관들을 지배해야 한다. 특히 지배주의란 복음주의권에서 논란이 많다. 지배주의 신학은 사단이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를 유혹했을 때 하나님은 세상의 지배권을 잃었다고 진술한다. 그래서 인간들은 반드시 하나님이 세상의 지배권을 다시 획득하도록 도와야 한다. 사회와 정부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이 임무를 성취한다." (레이첼 타바치닉)

신사도운동은 "문화의 일곱 가지 산맥들"이라고 불리는 캠페인을 해왔다. 이 산맥들은 예술과 연예, 사업, 가정, 정부, 언론, 종교, 교육이다. 타바치닉은 신사도운동이 이 일곱 가지 산맥들을 회수하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를 독특하게 하는 몇 가지 요소들은 다른 기독교 단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영적 전쟁' 또는 '영적 도해(spiritual mapping)'다…신사도운동 단체들은 이 산맥들이 악의 지배 아래에 있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 산맥들을 되찾아야 한다…사단의 권위 아래 있는 악의 계급으로 인해 세계로 인해 죄, 부패, 가난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사도라고 불리는 이들은 악을 퇴치하기 위해서 일대일 전도뿐만 아니라 어떤 지역이나 종족에게 가서 축귀 사역을 벌리는 '전략적 수준의 영적 전쟁(strategic level spiritual warfare)'을 가르친다."

이런 맥락에서 타바치닉은 신사도운동이 "종교 정치적" 운동이라고 했다. 이들은 동성애와 낙태를 반대하고 정부가 사회안정망(social safety nets)에 관여하지 않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등, 공화당의 강경보수파 티파티(Tea Party)의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한다.

“페리 주지사도, 민주당이 이세벨이 의해 조종당한다고 믿나?”

릭 페리 주지사와 신사도운동의 관계는 무엇인가. 페리 주지사가 주도한 기도회는 미국가족협회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아이합이 기도회 방식과 순서 준비를 도왔다. 타바치닉은 "이 기도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신사도운동의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기도회에서 논의된 주제는 신사도운동 단체들이 주장하는 낙태와 동성애 반대, 예수의 재림 시기를 앞당긴다고 믿는 유대인들의 기독교 개종이었다.

하지만 타바치닉은 "이것이 릭 페리 주지사의 개인적 견해를 나타낸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8월 3일자 커버스토리로 릭 페리 주지사와 신사도운동을 다룬 <텍사스옵저버>(The Texas Observer)지의 기자 포레스트 와일더 또한 "페리 주지사과 신사도의 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단, 한가지 가능성은 그가, 꼭 예수가 아니더라도, 공화당을 기반으로 대권을 위한 기회주의적인 정치인이라는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와일더는 8월 10일 MSNBC의 레이첼 매도우와의 인터뷰에서 "릭 페리 주지사는 기도회를 준비하는 데 이들(신사도운동 단체들)을 선택했다. 이들과의 연대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문자 그대로 '이 단체들을 전국적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그는 "기도회에서 페리 주지사가 자신의 연설 바로 전, 사도라고 불리는 엘리스 패터슨과 포옹했다. 이 여성은 민주당이 아합의 아내인 이세벨에 의해 조종받는다고 믿는다. 페리 주지사 역시 민주당이 이세벨이 의해 조종당한다고 믿는가"라고 물으며 페리 주지사와 신사도 운동 단체와의 관계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가졌다.

아래는 MSNBC와 와일더의 인터뷰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