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 5년 만에 교회 간판을 떼면서'
'개척 5년 만에 교회 간판을 떼면서'
  • 한재경
  • 승인 2011.09.14 10:53
  •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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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척 교회 목회자가 외침

   
 
  ▲ 하늘뜻교회는 지난 9월 12일 창립 5주년 감사예배를 드렸다.  
 

5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무거운 죄책감으로 압박한다. 실패가 뭐 자랑이라고 세상에 내놓나 생각했다. 목마른 만큼 물이 단 것처럼 아픔 가운데 길러낸 물이 가장 시원하고 달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어둠이 추억으로 기억될 시점에서 오늘을 돌아보는 일은 쓸데없다.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느끼는 간절함과 날카로운 아픔을 소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하는 블랙홀에 빨려 들기 전에 글로 남기고 싶다. 

평신도 한 분만 옆에 남았다. 이것이 지난 5년 1개월 동안 견뎌냈던 목회 성적표다. 목회자는 모든 잘못을 자신 안으로 쓸어 담는다. 여기에서 느끼는 죄책감을 견디기 어렵다. 죄책감은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했고 더 헌신했어야 했다고 다그친다. 반성과 핑계 사이에서 방황한다. 기도의 헌신, 설교의 능력이 부족했다고 질타한다. 하지만 할 말은 한다. 어찌 화살은 나만을 향하는가.

좀 더 천천히 반성해 볼 일이다. 교회는 시대의 조류에 갇혀 있고 목사와 목회는 그 영향을 받는다. 시대의 흐름이 주는 한계를 일갈하되, 개인적인 반성은 철저히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 구별되어야 한다. 이런 구별로 객관성을 확보하고 그 위에 새로운 교회론에 대한 빛을 비춰야한다.

상품 가치 없어 매력 없는 개척 교회

시대의 짐 하나, 개척 교회는 매력이 없다. 왜? 작은 교회가 뭘 갖고 있나? 이건 통념이고 무조건적인 규정이다. 설교?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은 좋은 기독교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모든 가치를 지배한다. 개척 교회여, 너희는 상품 가치가 없다. 구매력, 이것에서 자유로운 교회는 어디인가? 답은 뻔하다.

참다운 교회, 개혁을 외치는 이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상품 가치가 있는 뻔한 교회는 ‘안’에서만 외친다. ‘가진 것’을 잘 분배하고 배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생득적으로 쉽지 않다. 전혀 ‘새로운 무엇’이 필요하다.

초기 기독교는 처음에 유대교의 개혁을 외쳤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교회와 공동체로 창조되었다. 이 딜레마를 깨뜨리는 방법은 하나다. 새로운 ‘마음’을 품은 주체가 역사의 지평에 떠올라야 한다. 무, 없음에서 시작할 주체가 없다는데 딜레마의 핵심이 있다. 기존 역량을 잘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교회 공동체 패러다임을 함께 만들어갈 주체를 ‘개독교’ 시대는 부르고 있다.

   
 
  ▲ 한재경 목사(하늘뜻교회). ⓒ <미주뉴스앤조이>  
 

시대가 요구하는 매력에 맞추고자 치장하고 성형하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시대에 참된 교회의 모습을 ‘창출’하는 주체가 그립다. 교회학교 교육을 예로 들어 보자. 눈에 넣어도 안아픈 우리새끼, 어떻게 신앙교육 잘 시키나? 고민이 많다. 이게 출발점이다. 너와 나의 고민이 우리의 고민이 되고, 그 고민의 바탕에서 교회학교 교육을 고민의 주체가 만들면 된다. 뭐가 어렵나?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 부모  3가정만 모여봐라. 부모 교육 세미나를 해서 자기 아이들을 깊게 이해하면 길이 보인다. 모든 것을 맞춤형으로 하나씩 머리 마주하고 만들면 된다. 좋은 상품만 찾아 다니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만큼 깨어있는 크리스천이 있나? 진정한 교회를 인생의 중심에 두는 이들이 있나? 모르겠다. 하나님께서 존재하시니 있기는 할 것인데 아직 만나지는 못했다. 고민하는 나를 포함해서다. 굶고라도 그 길을 가겠다는 벗이 그립다.

귀신처럼 떠돌아 다니는 성공주의

시대의 짐 둘, 성공신화다. 성공주의가 귀신처럼 떠돌아 다닌다. 아주 가까이에서  살기 돋은 웃음을 짓고 있음을 느낀다. 모든 실패의 원인이 패배자에게 있다고 낙인 찍는다. 그래서 성공의 모양이라도 보이기 위해 세상은 치열하다. 양심과 도덕, 인격과 신앙은 이 앞에서 고개를 떨군다. 문제는 그 망령이 죄책감의 뿌리라는 데 있다. 하나님이 기뻐하는 길을 벗어났기에 느끼는 죄책감은 오히려 건강하다. 죄책감 때문에 올바른 길로 돌아온다. 구약성서도 이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강요된 죄책감은 실패자에게 찍히는 낙인일 뿐이다. 

그래서 교회를 세운다는 명분 뒤에 숨어서 별난 짓을 한다. 성공에 대한 욕망을 감추고 신의 이름으로 그리스도의 몸을 찢는다. 입에 아무리 침을 발라도 양심은 한 짓을 다 안다. 내 목회의 열매에 성공신화는 비웃음을 보낸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세속기업이 아니라 교회이기 때문이다. 성공 신화와의 내적 싸움은 치열하다. 한 생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주의력이 분산된다. 마음이 모아지지 않고 흩어진다. 끊임없이 계산한다. 시대의 십자가다.

세상에 과시할 힘이 아닌 섬길 힘이 없다

시대의 짐 셋, 세상을 섬길 힘이 없다. 세상에 과시할 힘이 아니라 섬길 힘이 없다. 매일 세상을 섬길 사역을 꿈꾼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가슴에서 요동친다. 연약한 자리에서 연약한 이웃을 아프게 바라본다. 교회 건물? 수백 명의 교세? 진작에 마음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세상의 아픔이 신앙의 중심에 들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작은 교회는 서 있기도 버거울 때가 많다. 섬길 힘은 요원하다. 깊은 침묵으로 촛불만 바라볼 때가 더 많다. 먼 훗날 힘이 생겨서 잘 하면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늘 힘이 없는 이 자리에서 서로 섬기는 하나님나라를 생각한다. 어디에서 누구를 통해 어떤 힘으로 열릴 것인가? 시대의 십가가다.

상상은 이렇게 안에서 춤춘다. 폐가를 저렴하게 구입한다. 자원자들이 수리한다. 저소득층의 형편에 맞게 저렴하게 임대한다. 하나님나라 노동에 참여한다. 지원하는 땀이 달고 맛있다. 노동과 의미와 가치가 하나로 통한다. 그 안에 기쁨이 벅차오른다. 자원자들과  영적 깨달음을 나눈다. 거룩한 노동이다. 오랫동안 꿈꿔 온 하나님나라가 실현되는 꿈이다. 이 꿈이 사역이 되고, 이 사역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만들어지며 그 안에서 나눔과 헌신, 환대를 체험한다. 이 체험이 신앙의 바탕이 된다. 이렇게 오늘의 예수님을 체험한다. 

글을 쓰고 나니 홀가분하다. 내가 질 짐은 극히 작지만 개인에겐 존재를 걸 만큼 크다. 시대의 짐은 벗어 버림이 아니요, 더 집요하고 악착같이 짊어질 짐이다. 최소한 무엇을 지고 가야할지는 분명해졌다. 오늘도 예루살렘은 분주하다. 그러나 예수님은 갈릴리로 향하셨다.

한재경 / 하늘뜻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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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2015-06-01 08:31:59
만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족을 상대로 목회합니다. 목사님 글읽고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와와/카/지/노★ w w w . B A 2011-09-28 12: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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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사 2011-09-26 12:57:21
목회는 목회자의 사업이 아님으로 목회자가 목회의 결과를 다 책임질 수 없는 거죠. 그래도 5년간 목회를 하면서 좋은 영향을 끼쳤다면 만족할 것입니다. 물질주의나 성공주의는 곧 결과주의인 거이죠. 과정이 중요하지 않고 결과만 보는 것이 잘못된 가치인 거죠. 한목사의 노력만으로 스스로에게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New York 2011-09-24 23:56:05
목사님 안녕하세요. 목사님의 아픔과 슬픔과 희망과 감사와 안타까움과 비통함과 ...주님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목사님 마지막에 시원하시다는 말씀을 읽고 참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있어요..

reformedkr 2011-09-22 23:38:13
한재경목사입니다. 귀한 답글 감사드립니다. 같이 아파하는 마음이 이토록 힘이 되는 것을 다시 한 번 강하게 느낍니다. 하늘뜻교회는 원래 개척했던 summit에서의 5년여 사역을 정리했고, 지금은 남은 한 분과 같이 팰팍으로 이동해서 사역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글 제목에 오해소지가 있었서 깊이 사과 드립니다. summit 시대를 접으면서 목회사역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서 정말 많은 크리스천들이 참된 하나님 나라를 염원하면서 오늘도 몸부림치고 있음을 '현실'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겐 가장 큰 소득이며 감사입니다. 부디 각자의 처소에서 최선을 다하고, 흘린 땀을 더불어 나누며 함께 덕담을 나눌 때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