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캠폴로는 되고 전광훈은 왜 안 되냐고?
토니 캠폴로는 되고 전광훈은 왜 안 되냐고?
  • 박지호
  • 승인 2011.09.27 19:17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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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과 싸우기 위해 창당한다’는 정치 목사들에게

한국에서 저속한 언사로 물의를 빚은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가 최근 ‘기독자유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서면서 비난 여론을 자초했다. 한국 교계 원로인 이만열 명예교수(숙명여대)까지 나서 “기독당 창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사랑과 공의를 실천해 왔는지도 신뢰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미국 교회에서 존경 받는 토니 캠폴로 교수(이스턴대학교, 사회학)도 정치판에 뛰어들었는데 우린 왜 안 되냐’고 전광훈 목사가 따져 물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독교 정당 창당이 불법도 아니고, 목사가 정치에 뛰어드는 것 자체를 시비 걸 일도 아니니, 해봄직한 상상이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가 캠폴로 교수를 걸고넘어질 수 없는 이유는 캠폴로 교수가 쓴 <예수人 어떻게 살아야 하나?>(도서출판 누가)란 책에 잘 나와 있다.  

   
 
  ▲ 보수 교단 출신 목사지만, 사회정의 문제에 관심을 쏟으며 양극화된 미국 교회의 정치적 패러다임을 흔들어놓은 토니 캠폴로 교수.  
 
캠폴로 교수가 민주당의 빈정거림 감내해야 했던 이유?

토니 캠폴로가 누군가. 보수 복음주의자로 사회정의에 대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외쳐온 그는 수많은 복음주의 운동가들에게 신학적 자양분을 공급해온 인물이다. 침례교회 목사이기도 한 그는 1976년 하원의원에 출마하겠다고 민주당 문을 두드렸을 때를 회고하며, “가시 돋친 말과 빈정거림을 한 시간 넘게 감내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후보 등록을 앞두고 관례적으로 가졌던 면접에서 민주당이 보였던 까칠함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미국 사회에서 ‘침례교 목사’와 ‘민주당’이 얼마나 어색한 조합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미국 침례교회, 특히 남침례교회(Southern Baptist)는 소위 ‘기독교 우파(Christian Right)’라 불리는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집합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반공주의의 보루', '공화당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 따위의 표현으로 성격이 규정되기도 한다. 정치적 이념으로 상대방을 적그리스도 혹은 사탄의 세력으로 덧칠해버렸다. 성경이 2,000번 넘게 언급한 ‘가난’의 문제는 무심한 반면, 성경이 대여섯 번 언급하는 '동성애'라는 이슈만 던지면 자극을 받아 공화당으로 몰표를 던져왔다. 

"내가 목사라서 좋은 정치인이 못 된다는 건가"

캠폴로 교수는 남침례교보다 진보적인 미국침례교(American Baptist) 소속이긴 하지만, 보수적인 침례교 목사가 공화당과 반대의 정치 성향을 가진 민주당을 찾았으니 면접이 친절하게 진행될 리 만무했던 것이다. 캠폴로는 당시 날카롭게 쏘아대는 그 정당 지도자에게 “내가 침례교 목사이이기 때문에 내가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정당 지도자는 캠폴로 교수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대답을 남긴다. 

“캠폴로 씨, 이해를 못하셨군요. 당신이 침례교 목사이기 때문에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당신이 정치 윤리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캠폴로 교수는 당시를 '과연 기독교인들에게 정치 윤리를 기대할 수 있는가' 하는 교회 밖의 사람들의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회고했다. 다시 말해, 정치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윤리적 기준은 미천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그 순간 피부로 느꼈다는 것이다.

   
 
  ▲ 틈만나면 나라를 망치는 주범으로 좌파를 비판했던 전광훈 목사. ⓒ 한국 <뉴스앤조이>  
 
생각 다르다고 악마로 여기는 기독교인이 정치를?

캠폴로 교수는 기독교인들의 “파괴적인 대화”를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정치권에서 기독교인들이 평판이 좋지 않은 얻는 이유가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을 악마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주 다른 기독교인들을 설득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당의 후보자를 지지하도록 만든다. 특정 정당의 후보자를 반대하는 자들은 마치 하나님께 반대하는 자들인 것처럼 매도한다. 자신들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하나님의 도구로 지지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면 반대하는 자들을 사단의 앞잡이로 선언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물리치려 한다." (<예수人 어떻게 살아야 하나?> 중에서)

캠폴로 교수는 또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를 신뢰하지 않은 이유로 정책이나 이슈와 무관하게 특정 정파에 집중한다는 점을 들었다. 공인인 종교적 지도자가 특정 사안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도 없이 기독교 유권자들이 정치적 편견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사탄과 싸우기 위해 정치한다?’

'사탄과 싸우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다‘는 전광훈 목사는 앞서 캠폴로 목사가 염려한 기독교인의 정치적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친북·종북·좌파 척결'을 10대 정책 중 우선으로 꼽으며 창당을 선언했다. 전 목사와 함께 창당 핵심 인물로 거론된 김홍도 목사(금란교회)도 ’파괴적인 대화’를 촉발시키는 장본인이다. 주요 시국마다 ‘빨갱이’, '좌파'로 편 가르기하며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사회와 국가를 위기로 빠뜨리는 존재'로 취급해왔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전광훈 목사는 노골적으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당시 전 목사는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린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가 장로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8월에는 “이혼하면 벌금 1억, 이혼한 뒤 혼자 살면 벌금 3,000만 원을 내는 특별법 제정하고, 자녀를 5명 이상 낳지 않으면 감옥에 보낸다"는 등의 황당한 공약을 내뱉어 세간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정치적인 사안뿐 아니다. 김홍도 목사는 자연재해나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다른 나라를 향해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등의 악담을 했고,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들을 향해 “지옥갔다”며 모욕하기도 했다. 캠폴로 교수는 이런 행위야 말로 정치 활동으로 하나님나라를 실현하겠다고 하다가, '사랑'이라는 최대의 가치를 놓쳐버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 캠폴로 교수가 쓴 <예수人 어떻게 살아야 하나?>.  
 
"영적 실패 없이 정치적 승리자가 되는 것"

기독교라서, 목사이기 때문에 기독당의 출현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지도자가 캠폴로 씨에게 던졌던 질문 그대로다. 사람들은 기독당이 '정치 윤리' 가지고 있는지 염려하는 것이다.

캠폴로는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를 막지 않는다. 오히려 “악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공직 선거에 입후보하라”고 독려한다. 기독인의 정치 참여가 하나님나라의 가치관으로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위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파괴적인 대화”를 일삼는 소위 ‘기독교 정치 싸움꾼’까지 정치에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경고한다. 

"정치 참여를 통해 하나님의 의를 세워갈 때, 신앙이란 이름하에 자신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같은 신자에 무례히 행치 않도록, 노선이 다른 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나님나라의 질서를 세우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이기더라도 지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의 참 제자라는 의미는 영적 실패 없이 정치적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예수人 어떻게 살아야 하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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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okybear 2011-09-29 03:58:17
이런분들은 정당 만드셔서 자기 주장을 확실하게 하실수 있도록 판을 깔아드려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 봅니다. 장로라고 다 같은 장로가 아니듯 목사라고 모두 같은 목사가 아님을 실감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톰 2011-09-29 04:29:18
기독교인의 정치참여...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지금도 참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저는 이 문제를 생각하면, 김진홍 목사가 떠오릅니다. 김진홍 목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정치 참여'가 신앙고백적 차원이 아닌 '정치고백적' 차원,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속)이념 지향적' 참여라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엔 정치문제를 말하더라 하더라도 성직자로서, 신자로서의 '신앙고백'이 깔려 있었기에 나름 설득력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 근거나 연결점이 없거나 희박하다는 게 문제라는 거죠.

정치.사회 구조 속에 들어와 있는 악.죄에 대해 얼마나 민감성이있느냐는 게 기독교인의 정치 윤리의 출발점이 된다고 믿습니다. 뭐 '구조악' 또는 '악의 구조'에 대한 개인적 판단이 있을 수 있겠고, 이에 따라 민주당원도 될 수 있고, 공화당원도 될 수 있겠지요만.

'전광훈'... 이 분의 '정치참여'가 문제가 되는 것은, '죄악'의 구조를 만들어 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극우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이고, 이같은 '세속 정치 고백적' 의식으로 정당을 만들려 하고 있다는 것이죠. 더욱 가당치 않은 것은 그 앞에 '기독교'라는 용어를 붙여서... 마냐게 마냐게 마냐게 전광훈씨의 기독교 정당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극우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자신의 신앙고백과 일치하느냐를 보여주어야 될 것인즉, 그건 없고 일반 정치인들이 하는 정치적 선전 선동만 늘어 놓는다는 것이겠죠뭐.

Man 2011-09-29 12:47:23
솔직히 전광훈 같은 사람이정치 하려는 것은 기독교인을 떠나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제가 궁금한 것은 기독교측에서 이 사람이 정치 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장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설득력이 있고 논리적으로 가부할 수 없을 정도로 분명하게 보이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손봉호 교수나 그 외의 사람들이 이런 저런 말을 하지만 결국 그 주장에 대해 제대로 된 반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죠. 대부분 비슷한 얘기를 하지만 논리적으로 한 방에 제압할 수 있는 어떤 주장도 없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반대를 하는 사람 대부분이 '니 따위가 정치하면 결과는 뻔하다'식의 비아냥이거나 '기독교 자체가 코가 석자인데...' 혹은 기독교가 종교이기 때문에 정치에 직접적으로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뿐인데 이런 주장은 개인의 견해일 뿐이고 아무런 타당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사람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정치를 한다고 나서는 거지요.

혹 그의 의식 상태라든지 극우적 성향을 가지고 반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것은 이유가 될 수 없지요. 정치적 성향은 누구나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의식 상태나 인격적 문제를 따지자면 우리나라에 국회의원 가운데 몇명이나 자격이 있나요?

참 기이한 일입니다. 영화 배우나 코미디언도 국회의원을 하고 오락프로 사회만 보던 아나운서도 국회의원을 하는데 빤쓰 목사기 때문에 하지 못한다는 논리는 당연히 먹혀들어갈 수 없는 법이 아닙니까?

정확한 잣대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만의 주관적 견해를 가지고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버릇이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단 말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정치는 그렇다 치더라도 목사는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영의 문제를 다루는 일인데 이것을 다루는 목사의 자격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개나 소나 목사를 하는 세상인데 왜 아무 말이 없지?

춘설 2011-09-29 15:30:02
요즘 세상 투잡한다고 말릴 이유나 근거가 있는가? 목사 스스로가 목회를 먹고 살기 위한 직업으로 생각하는데서 나온 결과 아닐까? 목사하면서 사람 부리는 재미를 아니까 정치도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겠지. 교인들만 불쌍할 뿐이다. 그런 목사밑에서 뭘 배우겠나? 십일조와 헌신하는데만 훈련된 교인들, 우직하고 순맹하는 교인들, 천국에야 가겠지만 왠지 바보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