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목사가 교인 신망 악용, 죄질 나쁘다"
판사, "목사가 교인 신망 악용, 죄질 나쁘다"
  • 백정훈
  • 승인 2011.12.0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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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가 분열된 교회 어떻게 추스를지 성찰하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 12부가 12월 2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제자교회 재정 3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정삼지 목사와 서윤원 집사, 홍경표 집사에게 각각 징역 4년, 징역 2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정삼지 목사와 서윤원 집사는 법정 구속됐다. (관련 기사 : 제자교회 정삼지 목사, 징역 4년 '법정 구속')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피고인들은 32억 원을 닛시축구선교단을 통한 선교 사역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이) 제출한 자료는 손으로 기재한 영수증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거래 내역이다. 자금 사용 내역에 대한 증거로는 부족하다."

재판부는 32억 원에 대해 당회의 추후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정삼지 목사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제자교회가 피고인의 자금 집행에 반발하는 장로들을 징계했다. (당회에) 남아 있는 장로들에게 단순히 선교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했고, (교회가) 32억 원에 대한 지출을 결의한 내역을 찾아 볼 수 없다. 적법한 추인이라고 볼 수 없다."

재판부는 정삼지 목사의 죄질이 무겁다며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은 1년 예산이 135억 원이고 신도가 6,000명인 교회의 담임목사로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신도들의 신망을 악용했다. 신도들이 예배와 선교 등 교회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것으로 믿고 십시일반으로 낸 32억 원을 횡령했다."

또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정삼지 목사가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횡령 의혹을 제기한 장로들을 징계하고 남아 있는 장로들에게 지출 결의를 받았다. 장부 열람과 등사를 거부하는 등 사후에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다만,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고, 교회 설립 초기에 사재를 털어 기여한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정삼지 목사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피고인은 자신의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해서 오늘날 영향력 있는 교회를 이뤘다. 이런 경우 본인과 교회를 동일시하거나 교회를 본인 소유로 잘못 생각하는 일이 많다. 피고인이 초창기에 자신의 사리사욕을 앞세웠다면 지금처럼 훌륭한 교회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분열된 교회를 추스르고 정상화하기 위해 어떠한 일을 할지 성찰하기 바란다."

재판부는 서윤원 집사와 홍경표 집사에 대해서는 정삼지 목사와 공모하여 교회 자금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윤원 집사는 자신의 직원인 홍경표의 계좌를 제공하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 피고인은 횡령한 금액 상당액을 취득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홍경표 집사의 혐의에 대해서는 "횡령 금액 전부가 피고인의 계좌를 거쳐 간 점을 참작하면 죄가 가볍지 않다. 하지만 정삼지 목사와 서윤원 집사의 지시에 따라 소극적으로 가담했고, 형사처분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했다.

백정훈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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