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불의 실체, '순수한 헌금'인가 '영주권 착수금'인가
2만 불의 실체, '순수한 헌금'인가 '영주권 착수금'인가
  • 박지호
  • 승인 2007.04.18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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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롱아일랜드의 한인 교회, 2만 불 받았다가 각서 받고 돌려줘

▲ 미국에 있는 한인 교회의 가장 큰 비리 중 하나가 바로 '영주권 장사'이다. 웬만한 규모의 교회치고 이 비리에서 자유로운 교회가 과연 몇 곳이나 되겠는가 하는 한탄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당사자들만의 은밀한 거래이기 때문에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목사가 이런 장사를 해도 교인들은 전혀 모를 수도 있다. (박지호)
2006년 8월 어느 날 오후,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한인 교회 담임목사 사무실에서 김 아무개 교인은 김 아무개 담임목사에게 2만 불을 주었다. 그후 몇 개월간 옥신각신한 끝에 올해 4월 15일 김 씨는 교회에서 각서를 쓰고 돈을 돌려받음으로써 해프닝처럼 끝났다.

돈이 오간 사실에 대해서는 목사와 교인 둘 다 이견이 없다. 하지만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이 돈이 ‘영주권 진행 착수금’인가 아니면 ‘순수한 헌금’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의 한인 교회에게 자행되고 있는 가장 큰 비리 중 하나로 꼽히는 ‘영주권’ 거래로 보기에 충분한 정황은 다음과 같이 이뤄졌다.

김 씨가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한인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것은 2005년 4월부터. 김 씨가 교회를 다닌 지 1년 쯤 지난 작년 6월, 이 교회 담임 김 아무개 목사로부터 영주권에 대한 제의를 받았다고 얘기했다. 얼마 뒤엔 구체적으로 의논하기 위해 김 씨의 남편과 함께 목사를 만났다.

김 목사는 남편과 만난 자리에서 성전 건축 등으로 교회가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우회적으로 금전적인 대가를 요구했고, 김 씨는 8월 김 목사에게 착수금으로 2만 불을 건넸다. 하지만 올해 1월 영주권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임목사의 서명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자 김 목사는 김 씨에게 웃돈을 요구했다. 망설이던 김 씨는 시세를 고려해 3만 불을 더 주기로 했다. 그러나 김 목사의 태도에 불안해진 김 씨의 남편이 재차 미국을 방문해 김 목사를 만났다. 그것이 올해 2월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 목사는 이번 일로 교회가 시끄러우니 영주권 문제는 없었던 일로 하자며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김 씨 부부도 동의했다. 하지만 담임목사는 몇몇 교인 앞에서 사과하면 돌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김 씨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과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얼마 후에 담임목사로부터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담임목사, “사기꾼 교회, 못된 목사로 매도하다니”

아래는 그 편지 내용 중 일부다.

“… 영주권 문제를 교회가 협조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말했습니다. 교우들이 하나님의 축복 가운데 눈물로, 감격으로 그리고 희생으로 세운 예수님의 몸된 교회를 사기꾼 교회, 못된 목사로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전도하시던 집사님이 교회를 이렇게까지 매도할 수가 있을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지난 두 달간 벙어리가 되어 참고 또 참은 것은 …”

“… 2006년 8월 11일(목사는 8월 11일에 받았다고 주장함) 사무실에 헌금 2만 불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전부 현금이라 주일까지 맡아 있는 것이 부담이 됐습니다. 집사님이 헌금을 맡긴 후 약 2시간 지나 장 아무개 장로님과 문 아무개 권사님을 불러 헌금을 교회 은행 구좌에 입금을 시켰습니다. …”

“… 4월 8일 부활절 이후부터 우리 교회는 하나님의 목적만 바라보며 나아가야 되겠기에 이날부터는 보관하고 있는 수표를 폐기시키고 금액은 교회가 사용하지 않고 두 곳 선교지에 선교비로 보내기로 결정했음을 알립니다. … 고난 주일입니다. 헤아릴 수 없는 십자가의 사랑이 우리의 상처를 치료하고,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능력으로 나타나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위대한 목적을 가지고 집사님을 선택하시고 이 땅에 부르셨습니다. 할렐루야. 주 안에서 OOO 올림.”

김 목사는 이 편지를 4월 1일 주일 교인들에게도 돌렸다. 영문을 모르는 교인들에게 김 씨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다. 그 교회 한 중직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김 씨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2만 불, 그거 돈인가. 치맛바람 날리면서 한 1년 (신앙생활) 해놓고, 힘들여 지은 교회인데, 이렇게 문제 일으키면 어쩌냐”며 김 씨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영주권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님의 몸된 교회를 사기꾼 교회와 못된 목사로 몰아붙인다면, 목사의 말처럼 그야말로 억울하고 참기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김 씨가 들려준 목사와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누가 진짜 억울한 사람인지 헷갈린다. 아래는 2007년 1월 말경에 담임목사 사무실에서 김 목사와 김 씨가 나눈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 중 일부다.

담임목사, “2만 불을 입금했고, 나머지는 어떻게 할 거야?”

“… 워낙 많은 사람들이 (헌금을) 많이 했기 때문에, 차라리 50만 불이나 100만 불 못할 거면, 5,000불 하나 5만 불 하나 관심 없다는 얘기야. 어떤 식으로 하게 될는지 얘기하면, 내가 생각한 게 있으니까 … 5만 불 중에서 2만 불을 입금했고, 나머지 3만 불을 어떤 식으로 할 건지 그걸 얘기해봐 … 아무개도 그렇고, 다 영주권 받으려는 사람들 아냐? 늦게 왔어도 내 교회를 만드는 게 나을 거 아냐. 그렇게 할 수 있냐는 얘기야 ….”

목사가 중직자들에게는 영주권이라고 말하지 않고, 종교비자를 진행하는 것처럼 해야겠다고 하면서 “영주권 하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당장 취소”라며, 비밀을 지키라고 입막음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 (소문나면) 그럼 나하고 둘이서 무인도로 도망가서 살까? … 내가 왜 말 실수를 했나. 내가 차라리 ‘교회에서 안 됩니다’ 하고 처음부터 딱 결론을 내렸으면 다른 데 알아봐서 더 잘 됐을지도 모르는데 … 영주권 하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그날로 취소야. 2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는 교회에서 영주권을 안 해준다고 결정을 했다고. ….”

목사가 요구한 시점까지 돈을 구하기 힘들겠다며, 김 씨가 말하자, 목사는 나눠서 내라며, 방법까지 상세히 일러줬다.

“… 그러면 한 1만 불 정도로 해보고, 나머지 금액(2만 불)은 김 아무개가 처리하는 사람이니까 3월 날짜로 … 3만 불 다 낸 걸로 (해). 체크 두 장을 (끊어서), 하나는 3월 달로 해. 내가 귀띔을 하면 되니까. 교회 입장에선 3만 불을 2월 달에 다 낸 거야. 교회로 두 체크로 해서 하고 ….”

“왜 이렇게 힘들죠?”…“기도 안 해서 그래”

영주권 이야기가 끝나자 목사는 “신앙생활 잘해본 기념”이라며 선교 헌금도 함께 요구했다. “… 우리가 해외선교를 동참하기로 결정을 했어. 거기 있는 사람들이 교실을 짓고 하는데, 3만 5,000불 내지 4만 불을 모으려고 하거든. 그런데 6월 초까지 필요해. 선교비로 한 6,000불, 신앙생활 잘해 본 기념으로 한번 해볼 수 있갔어? ….”

김 씨가 갑작스런 목사의 요구에 당황스러워하자 김 목사는 성경을 인용하며 신앙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 한번 최선을 다해 봐. 이것도 하나님 앞에 기도해야 돼. 인생 머리에 털 나고, 처음으로 신앙의 신자도 모르는 사람이 목사님한테 부담되는 부탁을 받았는데 … 성경에서는 까마귀가 물어다 준다고 했잖아 ….”

김 씨가 “왜 이렇게 힘들게 (일이) 진행되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목사는 "기도 안 해서 그렇다”며 나무라기까지 했다. 김 목사는 신앙적인 훈계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 예수 믿는 사람들은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직도 두 달이나 남은 것을 안 된다는 가정 속에서 그렇게 골치 아프게 사나 ….”

‘2만 불, 헌금이다’ 사인 받고 돌려줘

담임목사와 일부 중직자들이 억울하다면서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참다못한 김 씨의 남편도 담임목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 서신을 보고 진실이 이렇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다 해도 변절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신앙이라고 믿는다.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밝혀내겠다. 사회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일이 성스러운 교회에서, 그것도 목사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신도들을 꾀는 일을 자행하고 있음을 밝혀내 만천하에 고발하겠다. 미국에서는 우리가 당신(담임목사)보다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약자지만, 양심적으로는 약자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

4월 8일까지 사과하지 않으면 보관하고 있는 수표를 폐기하고 선교비로 보내겠다던 김 목사는 4월 15일에 교회로 와서 돈을 받아가라며 김 씨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김 씨는 권사들과 장로들이 보는 앞에서 각서를 써야 했다.

“2만 불은 헌금으로 받은 것이며, 사랑하는 마음에 돌려준다. 영주권을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니다, 받은 2만 불을 담임목사가 갖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했다. 지칠 대로 지친 김 씨는 이들이 원하는 대로 서명을 해주고 돈을 돌려받았다.

 

* 이번 사건을 놓고 이민 전문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은 결과, 이러한 불법 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한인 교회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영주권 장사의 현주소를 계속해서 추적, 보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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