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세계관으로 본 목회자 납세
기독교 세계관으로 본 목회자 납세
  • 양승훈
  • 승인 2012.03.27 21:5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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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랑의 방법인 세금...목회자 납세 반대는 잘못된 직업관과 물질관이 원인

캐나다는 4월 말까지 소득세(Income Tax)를 납부해야 하지만 한국은 5월말이 종합소득세 납부마감입니다. 소득세 납부 계절이 돌아오면서 요즘 한국에서는 종교인 납세 논쟁이 뜨겁습니다. 특히 지난 3월 19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에게도 원칙적으로 과세가 돼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하고, “올해 세법개정안에 종교인 과세를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그 동안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던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는 종교인, 비종교인을 막론하고 전 국민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 이슈는 겉으로는 종교인들에 대한 납세라고 하지만 가톨릭은 이미 1994년부터 납세에 동참하고 있고, 불교(조계종)도 찬성하는 입장이라 실제로는 개신교 목회자들의 납세가 논쟁의 초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종교인 납세 문제는 개신교 목회자들의 납세가 초점이다. 사진은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이 2월 23일 개최한 '교회 재정과 목회자의 세금 납부' 발표회 (한국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근래의 논쟁을 살펴보면 한기총 같은 극우 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목회자의 납세에 긍정적입니다. 이것은 비단 비기독교인들만이 아니라 기독교인들도 대부분 목회자의 납세를 찬성하고 있으며, 그 논리도 다양합니다. 어차피 목회자들의 80%는 면세점 이하의 소득이기 때문에 실제로 세금을 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지 않는가? 소득을 신고하면 소득에 대한 증명이 이루어져 금융거래도 원활해지고, 4대 보험 가입 때도 소득증명이 용이하며, 소득에 따라 자녀 교육비 등 사회복지 혜택도 받을 수 있지 않는가? 교회가 소득 신고도, 납세도 하지 않기 때문에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은 일자리를 잃어도 법적으로 아무런 혜택이나 보호를 받을 수 없지 않는가? 이번 기회에 목회자들이 정직하게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금도 내지 않는 목회자가 어떻게 성도들에게 정직하게 세금 내라고 설교할 수 있는가? 기독교가 조세회피 등을 주장하는 파렴치한 곳이고, 목회자가 세금 탈루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는가? 등등... 하지만 이런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목회자들이 세금을 내야할까요?

목회자들의 납세는 이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기독교 세계관 관점에서 목회자들도 마땅히 세금을 내야 하는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목회자들의 납세는 성경적인 직업관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과세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목회자는 성직자지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교회와 관련된 일은 거룩하고 교회 밖에서의 일은 세속적이라는 이원론적 직업관의 문제가 있습니다. 종교적인 냄새가 나는 일에는 소명이 필요하지만 세상에서의 근로에는 소명이 필요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신약성경에서 부르심, 즉 소명을 받은 부류는 사도와(롬1:1; 고전1:1) 성도들뿐입니다. 그런데 사도시대는 요한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다고 보면 오늘날 교회 내에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은 성도들뿐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적 입장에서 보면 목회자나 그 외 교회 내에서의 여러 직분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해, 구체적인 사역을 위해 필요할 때 성도들 중에서 세우는 직분일 뿐입니다.

모든 성도들을 성직자라고 한다면 같은 차원에서 목회자도 성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목회자를 세우는 것은 집사나 장로, 주일학교 교사나 성가대원을 세우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목회자는 설교를 하는 등 교회의 지도적 위치에서 다른 직분들보다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한 신학적 훈련이 필요하고, 좀 더 신중히 세워야 하는 것뿐입니다. 목회만이 성직이라고 생각하면서 성도들과 다른 존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중세적 잔재입니다. 교회와 관련된 종교적인 일만이 거룩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만이 성직자라고 한다면 우리는 다시 중세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성도들을 부르셔서 하나님을 섬기는 성직자로,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삼으셨다는 이 가슴 벅찬 사실을 내팽개치고 다시 어둠의 족쇄를 차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목회는 봉사직이고 목회자 소득은 사례이기 때문에 과세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과연 목회만이 봉사이고 공무원으로, 청소부로, 간호사로, 기업체 직원으로 일하는 것은 봉사가 아닐까요? 기독교 세계관적으로 볼 때 모든 정상적인 직업은 “유급 봉사”라고 할 수 있으며, 당연히 목회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목회를 비롯해서 모든 성도들의 직업이 이웃을 섬기는 봉사직이자 성직이고, 성직이어야 한다면 다른 모든 “성직자들”은 세금을 납부하는데 유독 교회에서 일하는 성직자들만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목회자의 급여를 사례(謝禮)라고 부르는 것도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사례라고 한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자원하여 주는 돈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사례와 급여는 어떻게 다를까요? 급여는 일반적으로 고용계약에 의해 일정 기간마다 정해진 보수를 받는 것이지만 사례는 고용계약에 의해 지급되는 돈이 아니라 서비스를 받은 쪽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임의로 얼마를 주는 것입니다. 당연히 안 줄 수도 있고 많이 줄 수도 있겠지요.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보수 체계가 정해져 있는 대부분의 목회자의 사례는 급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여든, 사례든 모든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급여는 세금을 원천징수하는 것이고, 사례는 소득세 신고할 때 세금을 내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둘째, 목회자들의 납세는 피조 세계에 대한 청지기적 소명의 일부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명령하셨습니다(창1:28). 말 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문화 명령의 일부는 정부에 의해 수행되고 있고, 이를 위해 정부는 세금의 형태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물론 악한 정부, 무능한 정부, 부패한 정부도 있지만 그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납세 반대 운동을 해야 할 정도로 악하고 부패한 정부도 있겠지만 한국이나 제가 사는 캐나다 정부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 세상에 완전한 정부는 존재하지 않으며, 악한 정부가 무정부보다는 낫다는 말은 그 만큼 개인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큼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세금을 받아서 국민이 안전하고 평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용합니다. 정부가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비단 눈에 보이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정부나 사회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경찰과 군대를 유지하면서 인간의 타락한 본성을 어거할 뿐 아니라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발현시키고, 각종 사회보장제도나 사회 안전장치를 통해 약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구태여 종교적인 용어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피조 세계를 관리, 유지하는 거룩한 청지기적 소명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피조 세계의 청지기적 소명을 이행하지 않은 일종의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부분의 목회자가 세금 이상의 사회 기부와 공헌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목회자 납세를 반대하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세금 이상의 사회 기부와 공헌을 한다는 말은 매우 주관적인 주장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직종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금 이상의 사회 기부와 공헌을 한다는 것은 세금을 내는 것과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회 기부와 공헌을 많이 한다고 해도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것이 마땅한 것입니다. 군인들이나 경찰들, 교사들이나 공무원들도 자신들은 세금 이상의 사회 기부와 공헌을 한다고 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셋째, 목회자들의 납세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청지기적 소명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많은 민폐를 끼치는 것입니다. 정부가 세금을 받아서 도로와 상하수도를 만들고, 발전소를 건설하면 부자들만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도 더불어 편리함을 누립니다. 정부가 세금을 받아서 군대와 경찰을 유지하고 학교를 세우면 모든 국민들이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당연히 목회자들도 혜택을 받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바울은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말합니다: “너희가 조세를 바치는 것도 이로 말미암음이라 그들이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 바로 이 일에 항상 힘쓰느니라. 모든 자에게 줄 것을 주되 조세를 받을 자에게 조세를 바치고 관세를 받을 자에게 관세를 바치고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하며 존경할 자를 존경하라.“(롬13:6-7).

세금은 이웃 사랑의 중요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남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다른 사람들에게 조세 부담의 짐을 떠넘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세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하여 우리가 부담할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일부 사람들이 이를 회피하면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되고 피해를 입게 됩니다. 따라서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며, 이웃 사랑의 시작입니다.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이웃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목회자들도 동일하게 사회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목회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금을 내지 않고 살아온 것은 이웃 사랑을 하지 않은 것이요, 국가라는 버스를 “무임승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목회자 납세 반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리에 위배됨은 물론 성경적으로도 근거가 없습니다. 이는 이원론적인 직업관, 물질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정상적인 국가에서 세금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임을 고려한다면 납세는 이웃 사랑을 가르치는 성경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금은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치안, 국방, 사법제도를 통해 약자들을 보호하고,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행위입니다. 불우 이웃들을 직접 돕는 것도 이웃 사랑의 표현이지만 세금은 간접적으로 이웃을 돕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금을 내는 것은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입니다.

납세는 현대 국가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적용되는 국민의 기본 의무입니다. 그런데 기독교인들, 그 중에서도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목회자들이 이 원칙을 어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가톨릭과 불교 성직자들이 세금을 낸다고 하지만 그것은 생색일 뿐 그들 중에 과세 대상이 되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느냐고 불평할 필요가 없습니다. 개신교 목회자들 중에도 자진 납세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고 항변할 필요도 없습니다. 목회자들도 소득세를 제외한 다른 간접세는 내고 있지 않느냐고 억울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남이야 어떻든 납세가 하나님의 뜻이라면 순종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마땅한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양승훈 /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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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2012-04-02 11:48:39
양승훈님,

초기 기독교에는 성직자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세금에 관련된 글 내용은 이해와 동감이 가지만 아예 시초부터 성직자 운운하는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하지요.

초기 정통주이자들이 주교 제도를 도입하여 성직자와 평교인의 구분을 짓고 루터는 이것을 더 강화하였지요.

이 문제부터 바로 잡지 않으면 목사들의 행패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와검 2012-03-30 01:21:13
옳으신 말씀...

완전모순 2012-03-28 22:29:39
미국교회 목사들은 모두 세금 보고합니다. 미주에 있은 한인교회 목사들은 모두 다 세금 보고합니다. 수입이 많던 적던 간에 상관치 않고 모두 세금보고합니다. 세금 보고 안하면 TAX 범죄에 해당됩니다. 미국교회 목사들은 부흥회 강사 수고비 받은 것까지 수입에 넣어 정직하게 세금 보고합니다. 미국에 신학공부는 하러 오면서 왜 세금에 관한 것은 안배울려고 하고 세금은 은근 쓸쩍 할려고 하는지...
국가에 세금 보고 안하면 세금범죄이고, 그러면 목사로서의 자질이 없는 것입니다. 한국 목사들은 모두 세금내야만 합니다. 세금 내기 싫으면 무인도에 선교사로 가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