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 같은 죄
구렁이 같은 죄
  • 양승훈
  • 승인 2012.04.27 07: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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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고양이라면 몰라도 뱀을, 그것도 커다란 뱀을 집안에서 애완동물로 키운다는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렵지요. 하지만 꽤 많은 북미주 사람들이 그런 이상한 취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동남아로부터 많은 대형 뱀들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플로리다 남부 에버글레이즈 지역에는 애완동물로 수입되었다가 탈출한 비단구렁이만도 1만-10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그래서 큰 뱀과 관련된 얘기가 심심찮게 뉴스에 보도됩니다. 수년 전 미국 플로리다주 중부에 있는 옥스퍼드시에서 일어났던 비단구렁이(Burmese python) 사건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32세의 찰스(Charles Jason Darnell)는 길이 2.6m의 비단구렁이와 1.8m의 보아뱀을 집 안에서 기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찰스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먹이를 주러 갔다가 비단구렁이가 우리 속에 없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혹시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그는 함께 살던 제이런(Jaren Ashley Hare, 23세)의 두 살 난 딸 샤이우나(Shaiunna Hare)의 방으로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구렁이는 침대 위에서 샤이우나를 칭칭 감고 있었습니다. 기겁을 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풀려고 노력했지만 구렁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찰스가 칼로 마구 찌르자 그제야 구렁이는 피를 흘리며 감았던 아이의 몸을 풀고는 옷장 밑으로 스르르 사라져버렸습니다. 찰스는 곧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불과 7분 후에 출동했으나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안타깝게도 이미 샤이우나는 숨을 거둔 후였습니다! 샤이우나의 몸에는 심하게 감긴 흔적과 더불어 머리 부분에 뱀이 물어뜯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 두 살 여자 아이를 질식사 시킨 비단 구렁이

 
 
근래에 뱀과 관련하여 소름 끼치는 또 다른 얘기를 들었습니다. 캐나다 동부에 보아뱀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뱀이 별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우리를 만들지 않고 그냥 집안 땅 바닥에 기어 다니게 하면서 길렀는데 아는 사이 모르는 사이 뱀은 점점 자라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뱀이 그 집의 열 살 난 딸의 방에 들어가서 침대 옆에서 마치 죽은 듯이 몸을 쭉 펴고 누워 있곤 하더랍니다. 보아뱀이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자 아이는 처음에는 그냥 방 밖으로 내쫓았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도 뱀은 아이의 침대 옆에서 길게 누워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집 아버지는 혹 뱀에게 무슨 이상이 생겼는가 싶어서 수의사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수의사는 질겁을 하면서 당장 뱀을 죽이라고 했답니다. 뱀이 딸 옆에 몸을 펴고 누워있는 것은 자기가 감아서 먹을 수 있는 크기인지를 재고 있는 것이라나요!

무시무시한 얘기지요. 실제로 미국 정부(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 통계에 의하면 위에서 언급한 사건을 포함하여 1980년 이래 적어도 12명이 집에서 기르는 비단구렁이에 의해 죽임을 당했으며, 그 중 5명은 어린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해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구렁이가 점점 자라면서 어느 순간 사람을 칭칭 감아서 질식시킬 수 있는 크기가 되는 것입니다.

구렁이 얘기는 우리로 하여금 죄의 특성을 생각나게 합니다. 죄는 작을 때는 우리의 삶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듯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정도의 탐욕, 거짓말, 음란, 시기, 질투, 교만, 도적질 등등... 그 정도의 죄라면 QT를 하면서도, 교회에 다니면서도, 집사나 장로, 성가대를 하면서도, 심지어 목회를 하면서도 큰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죄는 무생물이 아니라 구렁이처럼 점점 자라는 생물적 특성이 있습니다. 죄가 어느 정도 자라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얼핏 얼핏 드러날 정도가 되면 우리의 영적 생명은 천길 만길 절벽 위에서 눈을 감고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아이들처럼 위험천만한 상태가 됩니다. 죄가 우리를 완전히 파멸시키기 위해 옆에서 길이를 재고 있는 단계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깨닫지 못하면 영적으로 깊이 잠들어 있는 어느 캄캄한 밤중에 죄의 구렁이는 우리를 칭칭 감아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절벽 아래로 추락하게 만들 것입니다.

근래 교계 몇몇 지도자들이 어이없는 일로 실족하는 것을 보면서 구렁이와 같은 죄의 특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는 그들도 죄가 그렇게까지 위험스러운 존재인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겠지요. 죄가 자라면서 우리의 영적 감각을 그렇게까지 무디게 만들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구렁이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품고 있는 죄의 구렁이는 없는지, 내가 몰래 키우고 있는 구렁이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죄는 우리를 사망에 이르게 하니까요.

양승훈 /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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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 im 2012-04-28 02:47:06
에전에 읽은 글이 생각납니다. 집안에 키운 고무나무가 시들하여 알아 보았더니 잎에 먼지가 쌓여 숨쉬지를 못해서랍니다. 먼지를 닦아주니 예전처럼 싱싱하더랍니다. 죄도 이와 같아 우리 마음에 먼지처럼 쌓이면 양심이 죽고 결국은 사망에 이른다는 내용입니다. 본 기사의 내용처럼 우리는 마음에 죄의 먼지를 쌓고(키우고) 있지는 않는 지 늘 깨어 살피고 죄의 먼지를 날마다 씻어야 할 것입니다. 목욕한 자는 발을 늘 씻어야겠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