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좀먹는 기독교 파시즘
미국을 좀먹는 기독교 파시즘
  • 권성권
  • 승인 2012.07.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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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크리스 헤지스의 [지상의 위험한 천국]

   
 
 

▲ American Fascists : The Christian Right and the War On America / Chris Hedges / Free Press

 

크리스 헤지스의 <지상의 위험한 천국> (American Fascists / Chris Hedges) 은 미국을 좀먹는 기독교 파시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책입니다. 남성성을 숭배토록 강요하는 모습이라든지, 하나님을 돈벌이 정도로 생각하는 모습들, 그리고 폭력에 가까운 종말론적인 모습들이 그것입니다.

"텔레비전 복음 전도자들인 베니 힌과 팻 로버트슨은 독재 군주로서 자신들의 '영지'를 통치한다. 그들은 자가용 비행기로 여행하고, 막대한 개인 재산을 가지고 있고, 리무진을 타고 신자들 위에 내리고, 그들을 수행하는 건강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광적 숭배로 가득한 이 조그만 왕국들은 그들이 창조하고 싶어 하는 미국을 소규모로 반영한다(139쪽)."

이른바 제4장에 나오는 '남성성 숭배'에 관한 일부 내용입니다. 미국의 기독교 우파는 여전히 남성의 우월성을 주장한다는 뜻이죠. 지나친 경우엔 그 남성성엔 사랑도 인자함도 없다고 말하죠. 그 때문에 기독교 지도자들은 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군림하는 지도자들로 가득 차고 또 넘쳐난다고 합니다.

"그의 예배 의식들은 신자들과 나누는 자유분방한 잡담 비슷하다. 정장과 드레스 같은 딱딱한 복장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찬송가와 짜여진 안무, 너무 뻔한 의식들은 '네 모습 그대로 오라'는 격식 없는 태도와 전기기타, 그리고 좌석 사이 통로에서의 춤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예배 의식은 파슬리에게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는 록스타의 매력과 예언자의 도덕적 권위를 발산한다(229쪽)."

새로운 기독교 유형의 우파 지도자로 대변되는 '로드 파슬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계추수교회(World Harvest Church) 의장으로 있는 그는 기독교 우파의 대가들 중 한 명이라고 하죠. 그는 부흥강사들처럼 군중을 흥분시키고, 입담도 세서 그런지, 2004년 대통령 선거 동안 오하이오에서 동성 결혼 금지를 지지하는 투표자들을 동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도 했다고 하죠.

그는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을 향해 비난하고, 이슬람교를 '적그리스도교의 종교'라고 단언하고 있죠. 더욱이 미국의 기독교는 적그리스도의 통치를 미리 알리기 위해 전투를 벌이면서 악마들을 쳐부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의 설교는 전쟁과 폭력의 언어를 양념처럼 버무린다고 하죠. 그처럼 노골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기독교의 이름으로 기독교를 죽이려드는, 그런 목사가 어디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사실 '파시즘'이란 말이 기독교 우파에게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뭔가 급진적인 관념 때문에 좌파에게 해당되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파시즘이 '급진적'이라는 말 외에, 권위와 민족이란 말도 뒤따라 붙는다는 걸 안다면, 충분히 기독교 우파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권위'라는 것만 생각해 봐도 그렇습니다. 본래 권위란 위에서 아래로부터 내려오는 말로 이해합니다. 왕으로부터 신하에게, 사장으로부터 직원에게, 그리고 대통령으로부터 백성에게로 말이죠. 교회로 치자면 목사에게서 평신도들에게로 향하는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고방식으로 살아갈 순 없지요?

   
 
 

▲ <지상의 위험한 천국> / 크리스 헤지스 지음 / 정연복 옮김 / 개마고원 펴냄 / 328쪽 / 1만 7000원

 

또 '민족'이란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입증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그것입니다. 일본의 민족주의라든지,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도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의 집단을 똘똘 뭉치고 강화시킬 때 종종 그런 말을 사용하곤 하죠. 기독교 우파에서도 종종 그런 단어를 사용하죠. 물론 정치적인 수사로 활용하고자 할 때 많이 쓰곤 합니다.

아무쪼록 신자유주의와 신우익(New Right) 시대에 '파시즘'이란 유령이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결국은 기독교 자체를 공격하게 하는 일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남을 헐뜯고 비방하는 것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인 까닭이죠. 우리나라에도 그런 목사들이 많습니다. 엉뚱하게 편 가르기를 하고, 또 좌파와 꼴통이란 말을 섞어가면서 말입니다. 그것으로 족하면 좋겠지만, 자기 자신은 독재 군주처럼 행세하는 이들도 참 많죠. 여전히 남성 우월주의에 빠진 채 말이죠.

이 책을 통해, 미국의 기독교 우파는 어떤 일들을 주도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아 두셨으면 합니다. 고집불통 신앙에다, 동성애 혐오증을 내비치며, 반기독교적인 이데올로기를 보여 주는 사례들이 이 책엔 가득합니다. 그 일들이 결국은 자기 얼굴에 똥칠한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봤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권성권 /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주님의교회 담임목사. <100인의 책마을> 공동저자.

* 이 서평은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렸습니다.

▲ 2007년 열린 크리스 헤지스의 강연 영상 (구글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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