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가 목사 때려도 ‘은혜롭게?'
장로가 목사 때려도 ‘은혜롭게?'
  • 전현진
  • 승인 2012.08.02 17:3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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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복잡한 건 덮어버려'…새로운 은혜 사용법

   
 
 

▲ 'Sweep under the carpet'이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를 카펫 밑으로 쓸어 넣는다는 말로, 어떤 문제를 일시적으로 덮는다는 뜻이다. 신약에 190회 정도 등장한다는 '은혜'.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는 곤란한 일을 덮기 좋은 카펫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 (누리집 갈무리)

 
 
한 교회의 분쟁 문제를 취재 하던 중 은혜로운(?) 이야기를 접했다. 2011년 12월 모 교회의 한 장로가 부목사의 뺨을 때리고, 침을 얼굴에 두 번 뱉고,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경찰에 신고까지 한 피해목사는 노회에 청원했고, 노회 서기가 청원서를 접수하면서 이 사건은 알려졌다.

가해자로 알려진 송아무개 장로는 피해목사릐 사과 요구를 “누구 본 사람 있냐”, “증거 있냐”며 거절했고, 노회에는 “몸싸움 정도만 있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송 장로는 얼굴에 침을 뱉고 뺨을 때리는 것을 그저 몸싸움으로 여긴 듯하다.

정말 ‘은혜로운’ 일은 피해목사가 “모욕감과 수치심” 그리고 자신을 피의자로 몰아세우며 “성도들에게 거짓을 유포”한다며 사임한 뒤 선교지로 떠나면서 벌어졌다. 노회가 논의 한 번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은혜롭게’ 처리한 것이다. 노회 관계자는 “피해 당사자도 없는데 굳이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며 융통성을 보여줬다.

송 장로는 왜 부목사를 때린 것일까. 2009년 분쟁을 겪고 있던 모 교회에서 담임목사와 그 측근인 송 장로가 소송비용으로 부목사의 십일조를 사용했고, 수년이 지나 부목사와 담임목사 측이 관계가 틀어지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송 장로는 일만 오천 불을 세 장의 체크로 부목사에게 가져와 ‘돈을 받고, 십일조 사용에 대해 공동의회에서 알리지 말라’고 했다. 부목사는 거절했고, 이후 송 장로는 공동의회에서 십일조를 소송비용으로 사용한 것을 시인했다고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 일이 자신이 계획하고 담임목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며칠이 지나 부목사는 송 장로에게 맞았다.

<미주뉴스앤조이>는 노회의 ‘목사 편들기’에 대해 보도했다. (관련기사 : 노회는 목사들의 ‘사교 클럽?’) 사실 100% 정확한 것은 아니다. 노회는 목사들의 사교 클럽이 아닌, ‘담임목사’들의 사교 클럽이었던 것이다. 부목사를 때리고 침을 뱉은 장로는 담임목사의 측근이었다. 이 담임목사를 감싸온 ‘은혜로운' 성(聖)노회는 차마 ‘부목사’를 위해 장로를 벌할 수 없었던 것일까. 마침 부목사는 선교를 떠났다. 이 일은 ‘은혜롭게’ 잘 마무리 됐다. 이 문제의 발단이 된 모 교회의 갈등은 4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 교회의 분쟁을 의논하기 위해 노회 분립위원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가 찾아갔다. 그곳에 모인 목사들은 “중요한 얘기하려고 모인 자리가 아니다”며 한사코 취재를 거절했다. 교회가 겪고 있는 상황이 ‘중요한 일이 아니다’는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은혜'가 필요한 것일까.

‘Sweep under the carpet’이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를 카펫 밑으로 쓸어 넣는다는 말로, 어떤 문제를 일시적으로 덮는다는 뜻이다. 부목사는 얻어맞고, 성도들은 떠나가고, 교회가 나눠져도, 누구 하나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은혜’로 덮고 넘어간다. 신약에 190회 정도 등장한다는 ‘은혜’.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는 요즘 곤란한 일을 덮기 좋은 카펫 정도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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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매질 2012-08-04 00:17:51
뉴장 박현찰 은퇴 장모는 부목사를 협박, 위협, 눈부라리고 거짓 문서에 싸인 받고, 사랑과 용서에 대한 설교한다고 쫓아내고,그게 그거네,,,

셩도 2012-08-03 22:26:49
든든한 교회 김 상근 존경스럽습니다
서노회 회원님 들은 더대단하네요
조금더 있으면 사회 언론에도 큰 기사가 나오겠네요
뉴욕목사 수준들이 정말로 이정도 뿐인가요~~~~~

엘리야 2012-08-05 03:17:32
기자님 위에있는교회이름은 김상근 목사가 있는 든든한교회 아입니까?
목사때린 송장로는 지금도 대표기도 열심히 하고 아멘 아멘 한다지요.

song lee 2012-08-06 05:38:59
적절한 예문을 가지고 기사 잘쓰신것 같네요.
한국교회에서 책임감도 종교적 도덕성도 모두 은혜라는 단어로 덮는
경우가 만연 되어있음을 늘 안타깝게 생각해 왔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