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선교를 말한다
우리 시대 선교를 말한다
  • 전현진
  • 승인 2012.08.20 10: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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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위클리프 정민영 선교사, "선교적 회심이 필요한 때"

   
 

▲ 위클리프성경번역회의 정민영 선교사가 <미주뉴스앤조이>와 이 시대를 둘러싼 선교 이슈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정 선교사는 "개인과 교회 모두가 선교적 회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단기선교가 한창인 선교의 계절. 선교적 교회가 화두다. 많은 교회가 선교를 이야기하지만, 과연 우리에게 선교는 어떤 의미일까. 1세대 선교사로 선교계를 이끌어온 위클리프성경번역회(Wycliffe Bible Translators) 정민영 선교사와 Living Faith Community Chuch (믿음으로사는교회·LFCC) 노진산 목사가 8월 18일 <미주뉴스앤조이>와 함께 우리 시대 선교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정 선교사는 성경 번역 선교사로 파푸아뉴기니에서 10여 년 동안 사역한 뒤, 위클리프 국제본부에서 디아스포라 선교 동원 사역을 하고 있다. 코스타(KOSTA)·열린말씀컨퍼런스·선교한국 등에서 강사로도 활동 하고 있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선교 전략 전문가다.

노 목사는 리디머교회(Redeemer Presbyterian Church) 파송으로 LFCC(Living Faith Community Church)를 개척해 11년간 다양한 인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시켰다. 또한 LFCC는 또 다시 노진산 목사를 파송해 1세 한어권 교회 믿음으로사는교회를 개척했다.

대담은 LFCC 사무실에 진행됐으며, <미주뉴스앤조이>가 질문을 던지고, 정 선교사와 노 목사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미주뉴스앤조이(뉴조) : '예수 믿고 교회가는 것이 촌스럽고 부끄럽다'고 말하는 시대다. 어떤 목사들은 "목사라고 소개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한다. 이런 시대에 복음과 선교는 무슨 의미인가.

   
 
 

▲ 정 선교사는 "증거를 전하는 행위보다 중요한 것이 증인의 자질"이라며 "예수님의 본을 쫓는 증인의 모습이 이 세상에 복음의 가치와 의미를 설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정민영(정) : 지난달에 열린 '선교한국 2012'의 주제가 '우리가 이 일에 증인이라'였다. '나가서 선포하자'는 구호가 아니다. ‘증인’이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야 하는 주제다. 성경은 우리의 '증인 됨'에 주목한다. '증인'이라는 'being'’으로 부르셨고, 거기서 'doing' 즉 선포하는 행위가 나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증거라는 행위에 너무 초점을 맞춰 왔다. '증인'이 아니면서 '증거' 하고 있는 것이다. 전도만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이런 모습. 성경 어디에도 이런 모습을 지지해주지 않는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증인'이 아닌 사람들이 '증거'라는 행위를 했고, 증거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실망한 사람들이 기독교 전반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는 것이다.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이 시대의 복음과 선교의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증거하는 자의 '증인 됨'이다. 증인의 자질이 복음의 메시지와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결정된 복음의 '퀄리티'가 "이 시대에 선교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해 줄 것이다.

노진산 목사(노) :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다. 목회 영역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교회가 성령의 열매보다, 성령의 은사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예배의 '행위'에 초점을 맞춘 채, '예배자'가 되어야 함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 예배를 보면 연출자가 만들어 놓은 공연을 보는 느낌이다. 예배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예배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교한국 마지막 날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복음의 차별성은 번영이나 성공과 상관이 없다. 가진 게 쥐뿔도 없는 이들이 평화를 누리는 것이 복음의 차별성이다"는 메시지였다. 이런 복음을 가진 '증인'들의 차별성에 대해, 그동안 한국교회와 이민교회가 어떤 태도를 보여 왔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정 : 가치관이 전반적으로 뒤틀려 있는 것 같다. '아메리칸 드림'이 이민 사회 자체를 이끌어온 가치관이었다. 하나님은 마땅히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해주시는 분으로 여겨왔고, 그 기대를 만족한 사람들이 간증을 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하나님을 길들이고, 자기 말을 잘 듣는 하나님을 만든 것이다.

'예수 잘 믿으니까 잘 산다'는 식인데,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선교에도 투영되는 것이다. 많은 선교사들이 한국을 모델로 선교지에서 “예수 믿으면 잘 산다”면서 선교를 한다. 이것은 복음이 아니다. 이것은 복음 자체를 뒤트는 일이다.

노 : 이런 이야기에 이미 노출된 사역자들, 특히 젊은 목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정 : 첫째로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식의 논리는 다른 모든 종교에서도 할 수 있다. 복음의 탁월함은 '비교우위'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일반은총의 영역에서 부유하게 살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 믿었더니 잘 살더라’는 것은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식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분별력이 필요하다.

'역설적 복음의 가치를 이해하지 않는 사람에게 복음은 정말 복음일까'라고 물어야 한다. 반드시 고난 받으라는 말이 아니다. 복음은 모든 상황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에서 추구하는 것으로 비교우위를 통해 복음을 설명하는 것은 복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복음을 모독하는 것이다.

복음을 통한 회심이 아닌, 단순 개종이 목적이라면 감언이설로 꼬셔 천지신명 대신 새벽기도 와서 빌라고 할 수도 있겠다. 교회라는 장소에 와서 천지신명께 비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리더들은 결정해야한다. '내가 목회랑 선교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회심인가 개종인가' 선택해야 한다. 회심이라면 복음의 역설을 보듬어야 한다. 바리새인들은 개종자를 많이 만들었다. 예수님은 '뭐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꾸중하셨다.

전도나 선교나 모두 하나님의 일이다. 하나님의 방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주님의 일을 하겠다고 하는데…'라고 하면 안된다. 성전 정화 사건에서 장사꾼들도 '돈도 벌고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도 돕는다'는 식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빗나간 열심이다. 예수님은 모두 뒤집어 엎으셨다. 이것은 복음의 근본에 대한 문제다. 온정주의로 대할 문제가 아니다.

"전도나 선교나 모두 하나님의 일이다. 하나님의 방식이 아니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노 : 이민교회는 어떤 선교 전략을 세워가야 하겠나.

정 : '선교적 교회론'과 맞물린 질문이다. 사실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라는 말은 어폐가 있는 말이다. '여성적 여자'(Female Woman) 같은 식이다. 교회는 그 자체가 선교적 정체성과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증인이 아닌데, 증거 행위를 하는 것처럼, 교회가 '선교적'이지 않으면서 선교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민교회는 건강한 선교적 교회를 형성할 가능성이 많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그 기회를 놓친 것 같다.

나는 한국 선교운동이 태동하던 70년대 말에 그 영향을 받고 선교사가 됐다. 그때는 선교를 하려면 해외로 가야했다. 선교 앞에 해외가 붙는 것이 너무 당연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민교회는 떠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이미 커다란 도전 속에 살고 있었다. 캠퍼스와 일터 등 문만 열고 나가면 복음이 필요한 많은 민족이 살고 있지 않는가.

한국에 200만 명의 외국인이 있다고 한다. 선교한국 같은 집회에서 '가자'고 외치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다. 타문화권 사람들을 향한 선교의 기회가 바로 문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민교회는 그런 상황 속에 항상 있어 왔다. 해마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 어딘가 꼭 가야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만큼 잘못된 것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은 복음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인가. 오늘날 우리 주변에 있는 선교적 도전 앞에 교회가 나서지도 않으면서, 갑자기 흥분해 멀리 해외 선교를 떠나려고 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안디옥 교회의 선교적 구성을 생각해봐야한다. 다양한 민족이 함께 예배드리는 공동체였다. 최소한 한인끼리 모여 있어도, 선교적 교회라는 체질을 갖춰야 한다. 땅 끝이 우리 곁에 와 있다. 매일의 일상에서 선교적 도전에 반응하고, 그중 몇 사람이 바울과 바나바처럼 해외로 가는 것이 '선교적 교회'의 모습이다.

   
 
 

▲ 노진산 목사는 "많은 이민교회가 단기선교를 떠나고 선교사를 파송하지만, 교회 자체는 선교적이지 않다"며 "선교와 교회의 본질이 너무 이원화돼있다"고 지적했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노 :
너무 중요한 이야기다. 이민 교회는 반대로 게토화되고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것 같다. 이민 교회는 선교와 교회의 본질이 너무 이원화되었다. 단기선교도 많이 가고 선교사도 많이 보내지만, 교회에는 한국인끼리만 모이고, '누구나 환영한다'는 말을 간판에 한국말로만 써놓는다. 그러다 보니 2세들도 한인 교회에서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다.

선교에는 헌신하지만, 교회 자체는 선교적이지 않은 셈이다. 한인교회에 히스패닉 예배부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소만 빌려주고 전혀 관계를 맺지 않는 다면 '선교적 교회'라고 하기 힘들다.

정 : 한번은 선교적 외형이 엄청난 한 교회 이야기를 들었다. 그 교회 한 권사님이 선교에 정말 열심을 내셨다고 한다. 하루는 교회와 개인이 후원하는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교회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 권사님이 오셔서 소리를 지르더라는 것이다.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성가대가 쓸 식판을 썼다며 "저 사람들이 무슨 병이 있는 줄 알고 이 식판을 쓰게 했냐"는 것이다. 선교라는 행위에는 열심을 냈지만, 그 분은 선교적이지 못했던 셈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결국 선교는 성육신적 태도가 중요하다. 발이 다 가야한다. 우리는 종종 손까지는 간다.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에게 음식과 돈을 집어 던져준다. 하지만 발이 안 간다. 한 교회는 당회에서 공식적으로 장애인 출입 금지를 결의하기도 했다. 도와는 주겠지만, 우리 안에 들어오는 것은 싫다는 얘기다.

예수님은 위장전입하지 않으셨다. 실제로 우리 삶 가운데 들어와 사셨다. 많은 선교사들이 선교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함께 살지 않는다. 우리 교회와 공동체가 전반적으로 그 단계까지 못 간 것 같다. 한국교회가 많은 선교사를 보냈지만, '우리 실력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보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선교적이지 않은 교회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너무 많이 선교지로 보내 놓았더니, 깊이 들어가 사역해야 할 사람들이 다가가지 않고 손으로 던져주기만 하는 일이 많다.

현장 선교사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파송한 교회의 퀄리티도 중요하다. 교회가 선교적이어야 파송된 선교사도 선교적인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선교운동이 하나님이 인정하실 만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선교적'이지 않으면서 대책 없이 나간 사람들과 그들을 보낸 교회가 모두 공범인 셈이다.

뉴조 : '선교적 교회'로 체질을 바꾸는 구체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겠나.

정 : 우리의 선교를 뒤집어 보면 길이 보인다. 우리는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면서, 주변 사람에 대한 타문화권 사역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선교적 삶이 일상이 된 뒤에 멀리 복음을 전하러 가는 것이 순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질에서 양이 나와야 한다. 선교적 회심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성도들이 선교적 교회가 돼야 한다. 바울과 바나바처럼 전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자들도 필요하다. 사도행전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바울과 바나바 그리고 그 뒤에 가려진 선교적 교회의 역할 때문이다. 선교라는 것은 선교대회에서 수천만 달러를 들여 한번 '만세'하고 끝내는 일이 아니다.

노 : 선교적 DNA를 갖고 교회를 분립하고 개척하는 것이 선교적 교회로 '업그레이드'하는 구체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교회 분립은 그 자체로 선교적이다. 많은 민족이 함께 모여 예배하고 다시 교회를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지역사회에서 선교적 역할을 하고, 그 가운데 준비된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 정민영 선교사는 "멀리 있는 사람에게 그리스도를 전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면서,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모습이) 과연 선교하는 교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냐"며 반문했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뉴조 :
복음화가 됐다고 말하는 곳에 공평과 정의가 없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진보적 교회는 공평과 정의만 강조하며 복음을 소흘히 하고, 보수적 복음만 이야기하면서 사회 문제에 눈감는 경우도 많다. 이 두 개념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가.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선교와 복음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정 :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했다. 이런 양극단의 갈등은 구약에도 신약에도 등장한다. 이것은 복음의 '충만함'에서 일탈했기 때문에 생긴 형상으로 본다. 사람은 한쪽으로 치우치기가 훨씬 쉽다. 구약 성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것이다. 평균대 위에 서있는 것은 힘들다. 한쪽으로 떨어지는 것이 훨씬 쉬운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견해에 따라 성경의 한 면만 읽고 자신의 견해에 성경을 맞추려는 경향이 더 쉽다.

하나님 말씀 안에서 양쪽을 다 놓치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양쪽에서 돌을 다 맞는다. 한쪽에서는 '충분히 복음적이지 않다'고 여기고, 한쪽에서는 '하나님 공의에 헌신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선명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오히려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경은 두 개념을 모두 포함한 '통전적' 복음을 이야기한다.

선교학자 랄프 윈터(Ralph D. Winter) 박사를 초청해 한국에 모신 적이 있다. 몇몇 젊은 선교 지도자들과 주제를 정하지 않고 며칠 동안 선교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자리였다. 그때 미국 복음주의에 대해 따져 물었다. '왜 미국 복음주의는 공화당이냐', '왜 이렇게 정치적이냐', '한국 복음주의가 미국 따라하다 보니 무조건 새누리당 아니냐'는 식의 질문이었다.

랄프 윈터는 미국의 부흥 단계를 설명하면서 초기에는 부흥과 사회 변혁이 함께 따라 다녔다고 설명했다. 우리 평양 대부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악한 관리들은 '예수쟁이 많은 곳은 안 간다'며 기독교인의 도덕성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에서 사회적 공평과 정의를 복음보다 강조하는 '사회 복음'이 등장했고, 그 반작용으로 지금의 모습 같은 뒤틀린 미국식 복음주의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복음의 통전성이 편협한 복음주의로 변하고, 세상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슬프게도 한국 복음주의는 그것을 배웠다. 랄프 윈터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과하더라. 자기가 볼 때 한국교회는 너무 미국을 따라한다는 것이다.

딸 이야기를 해보겠다. 우리 딸은 상담을 공부했다. 다른 선교사 자녀들을 상담하고 돕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여러모로 지원해줬다. 그러다 딸 아이는 선교사 자녀가 고통 당하는 계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요양원 등을 다니며 사회의 밑바닥 계층,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상담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아이가 선명한 복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런 사람들을 돕는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우리는 멀리 있는 사람에게 그리스도를 전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면서,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과연 선교하는 교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정 선교사는 "왜 고통당하는 사람을 돕는 교회는 예수님이 안 보이고, 입만 열면 십자가를 외치는 교회에는 고통당하는 사람이 안 보이냐"는 물음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그런데 그런 교회가 은근히 없었다고 했다. 딸 아이는 "왜 고통당하는 사람을 돕는 교회는 예수님이 안 보이고, 입만 열면 십자가를 외치는 교회에는 고통당하는 사람이 안 보이냐"고 나한테 묻더라. 이 모습이 우리가 안고 있는 부끄러움이다. 딸 아이는 난민센터에서 자원봉사하는 사람 중 안 믿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며, "세상에 교회가 이렇게 많은데, 이런 현장에 기독교인이 적다"는 사실을 오히려 힘들어 했다. 이것이 우리 수준이다. 이 정도 수준으로 세계를 뒤집겠다며 '까부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구약에서 말하는 선교가 공의의 구현으로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구약은 증거 공동체를 탄탄하게 하라는 말을 선교적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여기서 증거 공동체는 종교 공동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드러나는 공동체를 말한다. 그곳에서 복음의 차별화가 드러나는 것이다. 종교꾼이 나서서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친다고 공의가 드러나고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것이 아니다.

노 : 팀 켈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과부·고아·병자·이방인 등을 돕는 일을 구약에서는 정의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현대 교회는 이런 일을 '구제'로 격하시켰다.

정 : 오늘날의 구제는 도움 받는 사람의 인격을 무시하고 깍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구약의 구제는 돕는 자들을 항상 배려한다. 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선교와 구제의 모습과 다르다. 먹을 것이 필요한 자들을 위해 수확기에 곡물을 흘려 들키지 않고 가져갈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이 구약에서 말하는 정의다. 이런 공의와 사랑이 선교의 강력한 동인이다.

예전 한 신문에서 '왜 100년 전에 한국 민중이 기독교를 보듬었는가. 그리고 왜 100년이 지난 지금 한국 민중이 기독교를 버렸는가'라는 주제로 기사를 실은 것을 봤다. 그동안 토종 외래를 막론하고 민중의 편을 든 종교는 없었는데, 100년 전 그 역할을 기독교가 해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00년 후에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 대답은 이미 나왔다. 물론 사회학적 입장에서 풀어 쓴 것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내용이다. 독재자와 조찬을 하고, 장로 대통령을 세우려고 하고….

하나님의 공의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너무 안 맞는 것이다. 하나님의 복음은 공의를 하수처럼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것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크로아티아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는 '공의가 없는 신은 사랑이 없는 신'이라고 했다. 공의 없는 사랑은 한국식 정의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다. 당하는 편에서 보면 사랑이 전혀 없는 것이다.

뉴조 : 요즘 고민하고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

정 : 선교적 선교단체와 은과 금이 없이 하는 선교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위클리프의 경우 20세기 까지 서구 단체였다. 서구 패러다임이 잘못은 아니지만 서구 패러다임의 한계를 안고 있었다. 서구 선교운동에 우리가 끼어든 모양인 셈이었다. 지금은 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것이 내가 국제 리더십 그룹에 참여하게 된 계기다. 이 그룹에 10명의 위원들이 있는데, 10개국 출신이다. 처음에는 좀 어설펐지만 지금은 아주 많은 시너지가 생긴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방식이기 때문에 두렵기도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선교는 너무 비쌌다. 하나님이 한국교회로 선교하게 하시려고 경제 발전을 주셨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은 돈이 없으면 선교를 못하는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바꾸는 것에 대해 논의되고 있다.

   
 
 

▲ 정 선교사는 "은과 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새로운 선교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며 "새로운 도전 앞이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이제 새로운 실험이 필요하다. 사도행전적 모델을 생각하고 있는데, 은과 금이 없이 하는 선교인 셈이다. 중국 지하교회에서 봇짐싸고 떠나는 선교 같은 전혀 새로운 개념의 선교 방식을 고민하고 기대하고 있다.

나는 스스로 위클리프를 사랑하는 야당이 되려 한다. 전혀 새로운 파트너들이 생겨나고 있고, 선교 대상 국가의 교회들이 이제는 선교 파트너가 되고 있다. 지금은 세계적 선교 운동을 일으키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느낀다. 새로운 선교의 시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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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2012-09-20 17:08:26
오랫동안 선교 단체에 있었군요.. 교회의첫째일은 하나님께 예배 입니다.둘째는 양육 그러니까 예수님를 사랑하게 하는것이고 세째는 그러기에 자발적인 헌신 이 나오는겁니다 그러니까 선교는 자발적헌신이 되어야 진정한 선교사가 되는것 이라고 생각 합니다. 교회가 선교를 안한다고 하나님께서 인정한 유일한 기관인 교회를 교회가 아닌것처럼 말씀하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