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리더인가요?'
'당신은 어떤 리더인가요?'
  • 양승훈
  • 승인 2012.08.26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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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승훈 원장, "격려는 마른 나무를 싹 틔우게 합니다"

언젠가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지역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야구 리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운동을 좋아했던 20대 청년 커티스는 팀 코치로 자원했습니다. 물론 코치라고 해 봐야 돈을 받는 직업은 아니고 자원봉사 수준이었습니다. 커티스 자신도 야구 선수 출신이 아니고 그냥 야구를 좋아하는 정도였습니다. 교회에서 청소년들을 지도하면서 지역 야구팀 하나를 코치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자원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커티스가 코치로 자원했을 때는 이미 일곱 개 팀의 코치가 모두 정해진 후여서 리그 관계자로부터 자리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며칠 후에 리그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새로운 팀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는데 여전히 코치를 맡을 수 있겠느냐고… 제안을 받아들여서 커티스는 그 팀의 코치를 맡았습니다.

문제는 선수들의 기량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팀의 아이들은 야구를 도대체 잘 못했고, 개중에는 야구공을 처음 만져본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지역 아이들 중에 그래도 기량이 좀 나은 애들은 모두 이미 다른 팀의 선수로 선발이 되었고, 커티스는 어디에도 선발되지 못한 아이들로 만들어진 팀을 맡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의 야구 실력은 물어볼 필요도 없이 최하위였지요. 다른 팀의 아이들은 그 팀을 ‘레프트오버‘(Leftover)라고 불렀는데 이는 ‘나머지’ 혹은 ‘찌꺼기’라는 의미였습니다. 커티스 팀의 아이들도 스스로 여덟 번째인 자기들 팀의 이름을 ‘레프트오버’(Leftover)로 정했습니다.

이제 정규 리그를 위한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커티스 코치의 훈련방법은 뭐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자신도 선수가 아니니 가르칠만한 대단한 기술도 없었지요. 하지만 커티스의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지치지 않고 칭찬과 격려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조금만 잘 해도 크게 칭찬하고, 실력이 없는 아이들에게도 늘 열심히 하기만 하면 다음에는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했습니다. 제일 실력이 없는 레프트오버 아이들이었지만 코치의 칭찬과 격려에 신이 나서 연습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연습시간이 돌아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고, 자연히 다른 팀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다른 팀들은 하루에 한 번 씩 모여 연습하였는데 레프트오버는 하루에 두 번씩, 아침, 저녁으로 모여 연습했습니다. 평일 아침에는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그 전에 연습하려면 새벽에 모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늘 아침에 늦잠을 자는 아이들을 깨우는데 진절머리가 난 부모들은 아이들이 운동을 위해 스스로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대견스럽기만 했습니다. 게다가 저녁에 모일 때는 반드시 학교 숙제를 모두 마친 아이들만 연습에 참가하게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숙제를 잘 안 해서 늘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부모들로서는 코치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드디어 연습기간이 지나고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레프트오버는 처음부터 선전하기 시작하는 게 아닙니까. 제일 실력이 없는 아이들로만 구성된 팀이었지만 원체 연습을 많이 해서 기량이 놀랍게 향상된 것이었습니다. 리그에서는 각 팀들끼리 두 차례씩 경기를 하는데 레프트오버는 지고 있다가도 역전하는 예가 많았습니다.

한 번은 이전에 진 적이 있어서 팀 전체가 주눅이 잔뜩 든 팀과 경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9회 말 공격을 하는데 이미 투아웃 상태였고, 타자는 그 팀에서 가장 실력이 없는 아이 차례였습니다. 이 아이는 한 번도 안타를 친 적이 없는, 아니 타석에서 헛스윙조차 못 했던 아이였습니다. 연습 때는 스윙을 하곤 했지만 실전에서는 당황만 할 뿐 방망이를 휘두른 적이 없었습니다. 점수는 뒤지고 있었고 이미 볼카운트는 2 스트라이크. 두 명의 주자가 진루해 있었지만 승리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였습니다. 입이 타 들어가던 코치는 보다 못해 작전타임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얘, 너의 스윙은 너무나도 좋아. 다만 지금까지는 공이 네 방망이에 맞지 않았던 것뿐이야. 그래서 제대로 휘둘러 방망이를 공에 맞추기만 하면 된다. 다음에 공이 오면 힘껏 휘둘러라. 잘 할 수 있을 거야!”

이미 이 때 쯤에는 외야에 나가있던 상대 수비수들이 타자의 실력을 알고 모두 내야로 몰려들어 전진 수비 대형으로 섰습니다. 드디어 투수는 공을 던졌고, 선수는 코치의 지시대로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습니다. 놀랍게도 코치의 예언대로 공은 방망이에 맞았고, 공은 수비수가 한 명도 없는 외야 미드필드로 날아갔습니다. 홈런도, 대단한 장타도 아니었지만 외야에 아무도 없으니 나가있던 두 명의 선수들이 모두 홈으로 들어왔습니다. 막상 타자는 스스로 너무 놀랍고 좋아서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고 있을 뿐 달릴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1루로 달리라고 소리치는 코치의 쉰 목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뛰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타자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지만 결과는 역전승이었습니다. 한 번도 방망이를 휘둘러보지도 못했던 아이가 결정적인 순간에 코치의 칭찬과 격려 때문에 예상을 뒤엎고 적시타를 날린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레프트오버는 총 14번의 리그 경기에서 단 한 차례만 졌을 뿐 놀랍게도 나머지 13게임에서 모두 이겼고, 리그 사상 전무후무한 성적으로 우승했습니다.

바로 그 팀의 코치를 맡았던 커티스가 이제 60대가 되어 ACTS의 리더십 교수로서 이번 가을학기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의 ‘기독교 리더십의 기초’Christian Leadership Foundation)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난 30여 년 간 리더십을 가르치고 있는 커티스 콩고(Curtis Congo) 교수는 칭찬과 격려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강의 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칭찬과 격려로 이어집니다. 칭찬은 이미 성취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격려는 있는 그대로나 때로는 미래의 가능성을 바라보면서 용기를 북돋우는 것입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리더십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나다나엘이 자기에게 나아오는 것을 보고 참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 마음에 간사한 것이 없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갈릴리 호수에서 물고기나 잡고 살던 시몬을 보고 오감하게도 ‘반석’이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다른 예수님의 제자들도 대부분 별 볼 일 없던 갈릴리 시골의 촌뜨기들이었지만 칭찬과 격려로 인해 스승의 가르침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그래서 세계 역사의 물꼬를 바꾼 귀한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혹자의 말처럼 격려는 마른 나무를 싹 틔우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비록 타락으로 인해 훼손되기는 했지만 모든 인간에게는 하나님의 형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양승훈 /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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