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삶, 기본으로 돌아가자
제자의 삶, 기본으로 돌아가자
  • 전현진
  • 승인 2012.11.09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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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오바마 재선을 바라보는 기독교인의 자세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그의 승리에 기독교인들은 두 가지 극명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려와 기대, 미국 교계에 떠오른 두 감정의 근본에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한 기독교인이 있다. (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 미 대선 사상 손꼽히는 접전이었다는 평가만큼, 2008년 대선에 비해 총 득표율 등 여러 면에서 압도적인 승리는 아니었다. '미국인들이 보수 집권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일부 정치 평론가들의 해석과 함께 오바마의 재선 요인과 그의 정책에 대한 분석이 이틀 사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 모습을 바라보는 기독교인들의 마음은 편치 않아 보인다.

생명과 결혼의 가치를 성경의 전체의 핵심으로 환원하며 오바마 반대에 앞장 선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모르몬은 이단이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예수를 믿지 않는다'던 주장을 모두 엎어두고 '롬니가 성경적 가치를 구현해 줄 후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모르몬에 투표해도 되는 이유'를 열거하기도 했다.

일부 교계 인사들은 '오바마는 이슬람교인이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교계 분위기 가운데, 2기 오바마 행정부를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오바마 재선을 바라보는 가장 큰 반응은 우려이다. 워싱턴 주가 동성결혼과 마리화나를 합법화한다는 소식과 이 같은 결정이 봇물 터지듯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걱정이 지배적인 반응이다. 종교 전문 인터넷 신문 <페테오스> 복음주의 섹션 편집장 티모시 달림플은 '미국을 위해 울어야한다'고 했다. 같은 신문에는 '우리가 알던 미국은 끝났다'는 칼럼까지 올라왔다.

또 다른 반응은 분노다. 대선 전 댈러스 다운타운의 초대형 교회 목사인 로버트 제프리스는 오바마를 향해 "그가 선택한 길은 미래에 적그리스도의 지배를 포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를 향한 날선 분노를 설교 시간에 분출한 셈이다. 이 목사는 과거 미트 롬니 주지사를 두고 '그는 기독교인이 아니다'며 "모르몬은 이단이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런 반응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수 복음주의자들이 믿고 따르는 것이 성경이냐, 극보수 성향의 폭스TV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복음주의라 일컬어 지는 인사들이 보수 정당의 정치 구호 전면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생명과 전통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정치 논리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의 반응과 극명하게 다른 모습도 보인다. 그것은 '기대'이다. 진보 복음주의자들은 빈곤과 소외를 아우르는 복지 정책과 평화를 위한 군축 움직임 역시 '도덕적이고 성경적인 이슈'라며 오바마 재선을 환영했다.

선거는 완벽할 수 없다며 낙태와 동성애 이슈만을 정치 구호로 외치는 현상을 비판해 온 <소저너스> 대표 짐 월리스는 "도덕적 경제를 세우고 무너진 가족 건강을 세우는 일"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동시에 짐 월리스는 "이번 선거로 구원이 오는 것도 아니고, 지옥에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며 "하나님이 우리편이라고 외치지만 않고 주기도문이 가르치는 삶의 방식을 살아가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보수 복음주의자들은 이에 반대한다. 동성결혼과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재집건을 두고 '기독교적 가치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는 도덕적 경제와 건전한 복지를 모두 덮을 만큼 거대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 복음주의권이 패배한 것이다.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우려를 세상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메세지를 제쳐둔 것은 세상이 악하기 때문일까,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들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일까. <크리스채니티투데이>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보수 복음주의권은 어느 선거 때보다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선에선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리차드 스턴스 대표는 "잠재적 실제에 반응하는 것보다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는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했다. 서로 사랑하라는 그 가르침으로 돌아가 우리가 예수의 제자임을 알게 하라는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혹시 낙태와 동성애를 염려하는 기독교인들의 말을 세상은 귀담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교계를 둘러싼 반응이 극명하게 나누어졌지만, 분명한 것은 복음주의자들의 발언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또 그 원인은 세상의 타락이 아니라,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내지 못한 체 길가에 내버려졌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과 한인 교계 인사들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질 것을 우려한다. 교회를 향한 비판을 '적그리스도'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미주뉴스앤조이> 기자로 취재 중 만나는 생명 경시와 타락, 적그리스도적인 모습은 오히려 교회 안에서 보게 되는 것은 왜 일까.

오바마의 당선이 정치·사회는 물론 우리네 종교적 가치관을 흔들까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저 기본으로 돌아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구체저인 삶을 밟아가다 보면, 정치 속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믿음을 갖자. 그전에 세상의 빛과 소금을 자처하는 신앙인들의 목소리가 '그들만 고집'으로 비춰진 이번 대선을 보면 반성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전현진 기자 / jin23@www.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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