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회의 건축과 재정
한인교회의 건축과 재정
  • 조만연 장로
  • 승인 2012.11.22 15: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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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교회 건축을 말한다' 발표문, "교회 본연의 길을 가자"

이 글은 조만연 실행위원이 LA기윤실 주최 건강한 교회 포럼 '교회 건축을 말한다'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LA기윤실과 조만연 장로의 허락을 받고 <미주뉴스앤조이>에 올립니다. - 편집자 주

L.A. 한인타운을 지나는 윌셔 길에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양식의 미국교회들이 지금은 상업용 건물로 전락되거나 한갓 관광꺼리로 변해있다. 그런가 하면 감탄과 찬사의 대상이 되었던 오렌지카운티 소재 수정교회가 파산하였다. 한때의 위용은 간 데 없고 이런 몰골이 된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예수님은 자신의 피 값으로 세우신 교회라도 올바르게 관리하지 못하면 아낌없이 버리신다는 암묵적 교훈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한인교회의 실상은 어떠한가? 몇몇 교회는 이미 노출되어 한인사회에 큰 파장을 주었지만, 그 외에도 많은 교회가 건축과 관련된 재정문제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호소할 데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미주 한인교계는 1980년대 이후, 교민들의 경제적 성장과 한국의 영향으로 점차 세속주의의 전형인 배금사상과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들며 많은 교인 수, 큰 교회당을 가져야 좋은 교회, 성공한 목회로 인정받는 풍조가 생겼다. 교회가 부흥하고 교인이 늘어나면 더 넓은 예배처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며 더 큰 교회건물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교회건물을 힘에 부치거나 무리하게 확장해서 재정적 파탄이 나고 교인들 간에 분쟁을 생기는데 있다. 억지로 하는 것은 비록 목적이 좋다고 해도 결코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건축)

교회는 ‘주의 집’ 으로 구약에서는 성전으로 일컬었다. 이스라엘의 첫 성전은 성막으로 출발하였다. 백성들이 하나님과 함께 거주하면서 경배하는 장소를 뜻하였으며 필요한 곳마다 설치하였다. 그러다가 언약궤를 모신「솔로몬의 성전」을 지으면서 성전의 상징이 되었다. 처음에는 다윗이 건축하려했으나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 규모와 재료는 역대하 3장에 쓰여 진 것 같이 어마어마했다. 결국 이스라엘의 멸망과 함께 파괴되고 약탈되었다. 두 번째 성전은 바벨론의 포로 귀환 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재건한 「스룹바벨의 성전」이었으며. 세 번째 성전은 「헤롯의 성전」이었다. 이런 성전들도 모두 훼파되고 지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신약에서의 교회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으로 ‘하나님께 예배드리기 위해 성도들이 모이는 공동체’로서 더 이상 물리적인 건물을 가르키지 않는다. 예수님은 부르심을 받은 성도들의 모임이 곧 교회이고 자신이 교회의 머리라고 말씀하셨다.

그러함에도 많은 교회는 아직도 교회건물을 성전이라 부르면서 마치 하나님이 그곳에만 임재하시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호랑이 앞에 앉은 여우’로 군림하려는 속셈이 깔려있는 것이 아닐까? 교회는 소중하고 정결하게 보존되어야 하지만 강대상에서 신발을 벗게 한다든지 구약의 지성소처럼 신령한 장소로 우상화 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한인교회 건축 문제

교회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크고 아름다워야 할 성서적 의미가 없음에도 많은 목사들은 이에 목을 매고 있다. 그 문제들이 무엇인지 세 가지 정도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교회건축을 맹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데 있다. 교회재정은 돈 문제, 즉 세상의 일이므로 경제적 논리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이다. 교회의 방법은 세상의 방법과 다르다고 말하고 있는데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교회의 수입과 지출이 믿음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무슨 걱정이 있으며 이로 인한 불화가 왜 그토록 일어났겠는가? 건축헌금의 강공책은 교인들에게 심리적 부담과 맹신적인 헌금을 낳게 만든다. 맹목적인 신앙은 일견 훌륭한 믿음 같으나 많은 경우 훗날 드러나듯이 자고(自高) 또는 기복신앙에 근거하고 있다. 기복신앙은 한국교회가 하루 빨리 추방해야할 샤머니즘과 같은 무속신앙의 아류일 뿐이다.

둘째, 목사는 수퍼맨이 아니다. 담임목사가 교회의 영적, 행정적 최고 책임자로 존경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거나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다. 바꿔 말하면 재정 같은 문제는 목사나 일부 중직자들이 주도할 것이 아니라 교인 가운데 그 분야 종사하는 전문인이나 교회의 의결기관(제직회, 교인총회)에 맡겨 충분한 토의 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예산책정은 수입 내에서 강구되어야 되며 회계원칙에 따라 처리하도록 한다. 예산항목을 구색 갖추기로 작성치 말아야 하며 항목전용은 반드시 사전 의결을 거쳐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재정은 정말 ‘있으나마나’한 예산이며 교회분규와 불신의 단초가 된다.

셋째, 교회건물과 부동산은 반드시 교회명의(법인명의)로 등록해야 한다. 편의를 앞세워 목사 또는 교인 명의로 등록하여 뒷날 사유재산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교회 부동산의 개인 명의는 세법상 세금을 공제받지 못해 쓸데없이 큰돈을 지출하게 만든다. 목사는 교회재정에 개입치 말고 교인들의 헌금도 알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교인 개개인의 헌금내역을 일일이 체크하고 모든 경용의 지출까지 결제하고 있으니 교회 어카운트가 아니라 목사의 개인구좌나 마찬가지 꼴이 되어버렸다. 교회재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목사는 바르고 건강한 목회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교회재정은 선명성이 생명이며 깨끗하고 밝지 못한 재정이야말로 모든 교회에서 시급히 고쳐야 할 병폐이다.

한 세대 후에 대형 한인교회 가운데 과연 몇몇이나 지금과 같은 규모의 교회당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인교회들은 좀 부흥했다 싶으면 무리하게 교회당을 짓거나 사들이고 있다. 그것은 결국 인간의 허욕이나 과시를 충족시키기 위한 바벨탑에 지나지 않는다. 교회당 건축으로 쩔쩔 매거나 허덕이는 교회를 보면 그런 결정을 내린 중직자(당회원)들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하루 빨리 자신의 책임을 절감하고 사표를 내놓고 현직에서 물러나야 할 텐데 그대로 뭉개고 있으니 후안무치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교회의 바르지 못한 재정운영은 또 다른 폐단을 낳게 한다. 꼭 필요한 지출을 못하게도 만들지만 교회의 부족한 재정문제를 함량미달의 직분자들을 배출시켜 해결하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교회의 재정은 인체의 피와 같아서 원활히 흐르지 않거니 맑지 못하면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교회를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행세라는 교회는 이미 죽은 것이다.

건축으로 문제가 생긴 한인교회의 실례

현재 상당수의 교회들이 건물의 신축이나 부동산 매입 등의 후유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L.A.에 소재한 몇몇 교회의 실태를 살펴보자.

1. 이미 신문지상에 보도된 것처럼 나성열린문교회는 5천만불의 예산으로 무리하게 교회를 건축했다가 결국 융자기관에 빼앗긴 경우이다. 무리한 교회건축을 위해 교인들의 헌금이 잘못 쓰여진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2. A교회는 대토로 받은 큰 부지와 4백만불의 현찰을 가지고도 너무 큰 규모의 교회를 지으려다가 많은 교인들이 떠났다. 아직 남은 900만불의 융자도 이자만 지불하고 있으며 한때 교역자와 직원의 사례비도 못준 재정악화를 경험하였다. 현재 부속시설을 임대 내지 사용토록 하여 수입을 거두고 있으나 제대로 교회관리를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3. B교회는 기존건물 옆에 신축건물을 지으면서 800만불의 빚을 지었으며 이 문제로 최근 목사와 당회원이 신임투표까지 받는 사태를 유발하였다. 결국 회계장로 혼자서 속죄양이 되어 출교조치를 당했는데 이것이 어떻게 혼자만의 책임이 되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4. C교회는 파킹장 구입에 따른 선명성이 문제가 되어 분규가 시작 되었다가 마침내 담임목사가 나가면서 두 교회로 갈라진 사례이다. 이 교회는 남은 교인들끼리도 갈라져서 여전히 싸우고 있어 교회인지 정당인지 혼란스럽다.

5. D교회는 인근에 부동산을 구입하였으나 불요불급한 건물과 땅인데도 년간 1백만불에 달하는 이자 등의 지출을 계속하고 있다. 이 엄청남 교회 돈을 허비케 만든 담임목사는 한국으로 청빙되어갔지만 그 책임은 면하지 못할 것이다.

6. E교회는 교회건물로 인해 8-900백만불의 융자채무를 갖게 되었고 한 때 부흥하는 교회의 대명사 같았던 교회가 지금은 100여명의 교인으로 교세가 대폭 위축되어있다.

7. F교회는 다른 교회와 합병을 한 후, 소유권 싸움이 한창인데 불법자금이 유입됐다는 설까지 돌고 있는 형편이다.

8. G교회는 교인이 적다는 핑계로 교회를 몇 백만 불에 팔아버린 후 멀리 빅토빌에 80만 불을 주고 교회를 옮겼다. 교인이 한 사람도 함께 갈 수도 없었거니와 그 돈이 누구에게 갈지는 불을 본 듯하다.

9. H교회는 교회건물을 팔아 예금한 뒤, 다른 교회에 전세로 있으면서 그 돈을 퇴직 금 명목으로 목사에게 지불하였다. 교회에서 구입한 목사사택도 목사 명의로 되어있으니 어떻게 될지는 자명한 일이다.

교회의 재정처리

교회는 이 세상에서 자신을 위해 투자하지 않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설립된 후 수년, 아니 십여 년이 지나고도 헌금이 기껏 인건비나 건물유지비로 쓰여 진다면 교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어느 교회가 참교회인가 건강한 교회인가는 목사님의 설교나 그 교회의 크기와 교인수가 아니라 교회의 재정구조와 회계처리 방식을 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한인교회의 재정상의 모순과 부조리는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사실 건축문제는 해당교회에 국한된 일이라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교회에서 관행적으로 저질러지는 위법과 비리이다. 그러한 경우는 너무도 많아 언급을 하기조차 부끄럽다.

한인교회는 재정문제로 외부로부터 지탄을 받을 뿐 아니라 교인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하고 있다. 교회가 예전의 모습이 아니고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회에서 세상과 구별되는 경계선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세속화의 뿌리가 심화되어있다. 교회는 거룩해야 한다. 교회의 변화는 교회에서 비교회적인 독소를 몰아내는 일로 시작된다. 변화가 없으면 정체되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교회가 본연의 정도(正道)를 걷지 않으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

마치는 말

교회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문제들을 겸허히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끊임없는 반성과 회개가 기독교 정신이다. 그럼에도 교회의 가장 큰 잘못은 세상이 모두 아는 사실을 교회 혼자만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 모두가 구조조정이다, 비상대책이다 하며 끊임없이 자기혁신에 힘을 쏟고 있는데 유독 교회만이 유아독존, 마이동풍의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교회가 자만의 늪에 빠져있다는 증거이다. 교회가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향해 변하라고 외칠 수 있단 말인가! 교회가 스스로 자성하고 변하지 않는다면 무당이나 점쟁이가 하는 일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그렇게 하다가 교인들의 복이나 빌어주고 무사안녕을 바라는 성황당 신세가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미주 한인교회는 하루 빨리 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조만연 나성북부교회 장로, LA기윤실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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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yday 2012-11-28 15:11:50
한인교회건축 문제에 대한 고발을 '교회건축컨설팅사역비즈니스'와 상관이 없으신 분이 하셔서 그런지 중립적인 시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글들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 기성 언론의 정치,사회를 비판하는 어법과 교회를 비판하는 어법을 혼돈해서 사용한다는 인상이 강해요. 교회는 엄멀히 따지자면 공적인 기관은 아니거든요. 정부와 같은 공적기관에게 '감내라 배내라'조의 비판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사적기관에 더 가깝고 오히려 이래라 저래라 하는 비판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요지가 있는 것이지요.

오랜만에 2012-11-28 01:49:06
나성열린문 교회는 이름을 공개하고 다른 교회들은 왜 이니셜인가?
앉아서 쓴 소설 같은 냄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