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참혹한 현실,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취재수첩] 참혹한 현실,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 전현진
  • 승인 2012.12.17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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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훅초등학교 총기 참사, 그리고 '생명'의 무게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작은 마을은 성탄 준비로 한창이었다.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파는 광고가 보였고, 집집마다 성탄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아이들은 어떤 선물을 받게 될지 기대했을 것이다. 어떤 아이는 교회에서 열리는 성탄 행사 공연으로 설렜을 것이다. 성탄 저녁 먹게 될 맛있는 저녁 식사와 오랜만에 만날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친척들을 기다렸을 것이다. 갑작스런 총성에 이 꿈들이 깨지기 전까진 말이다.

12월 14일, 오전 9시 30분께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6~7세의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6명, 그리고 범인 애덤 랜자(20)의 어머니 낸시 랜자(52)가 숨졌다. 범인 애덤 랜자는 그의 어머니가 소유하고 있던 총기로 자택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뒤 학교로 가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남겨진 총알 수백 발을 발견해 더 큰 피해가 있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범인은 자폐증 증상이 있던 '외톨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남은 아이들 역시 친구와 선생님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짐을 평생 안고 살아 갈 것이다. 사건 직후 아이들은 "친구들이 복도에 누워 '자고 있다'"고 말했다. 삶의 의미를 알기 전에 죽음을 느낀 아이들. 함께 놀던 아이의 부재가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많은 이들은 안타까워했다.

미국 각지에서 슬픔을 나누기 위해 찾아왔다. 마을 곳곳에 이 작은 마을을 위해 기도를 부탁하는 종이가 붙여 있다. '사랑이 이 일을 이겨낼 수 있게 할 것'이라는 말도 울렸다. 믿음·소망·사랑이 이 어둔 터널을 지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선물과 편지를 담겼다. 편지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그랬다. 꿈꾸며 뛰노는 어린 아이들과 교사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은 것이다. 못다 피운 아이들과 교사들의 꿈과 삶에 뉴타운을 찾은 이들은 가늠하기 힘든 '생명'의 무게를 느꼈다.

현장을 찾아 취재하던 중 많은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한국은 물론 세계 속에 현존하고 있는 삶과 죽음의 그림이었다.

등록금 문제로 고민하며 자살하는 청년들, 자살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반도체 공장에서 앓은 백혈병으로 죽어간 노동자들, 삶의 기회도 얻지 못하고 '선택'이라는 이름에 죽어간 '뱃속의 아이들', 가난과 굶주림에 죽어가는 북한과 세계 각지의 어린 아이들, 전쟁의 공포와 끝나지 않는 분쟁으로 무력하게 죽어가는 팔레스타인과 아프리카의 사람들. 그동안 잊고 지냈던, 피부에 와 닿지 않던 '죽음'의 그림자를 피하기만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가늠할 수 없는 생명의 무게는 도처에 널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교회들은 놀라울 만큼 차분하다. 온 세상을 창조하고 생명의 주인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영혼 구원'과 '생명존중'을 외치는 많은 교회들이 기도 한번하고 모든 손을 놓아 버린다. 상상할 수 없는 슬픔의 무게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저울에는 생명의 무게가 서로 다른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하나님이 온전히 선하시고 이 땅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이라면, 어떻게 이런 비극이 일어났는지'를 묻고 있다. 현장을 찾은 한 신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은 하나님이 원치 않으시는 일이다"고 말했다. 하나님이 원치 않는 참혹한 현실에서 우린 살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한 성직자는 참혹한 사건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묻는 질문 앞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고통과 슬픔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자녀들은 어디에 있느냐"고. 이유도 모른 채 총탄에 쓰러진 천사들과, 세계 곳곳에서 쓰러져 가는 사람들이 가졌던, 그 생명의 무게 앞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묻고 계신다. 당신은 가늠할 수 없는 생명의 무게를 함께 지고 갈 수 있느냐고.

전현진 기자 / jin23@news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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