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1. 귀한 헌금을 적정한 곳에 투명하게 쓰자
호루라기1. 귀한 헌금을 적정한 곳에 투명하게 쓰자
  • 유용석
  • 승인 2007.04.19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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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로스앤젤레스 기독교윤리실천운동(LA기윤실)은 4년이 넘게 기윤실 소식지를 통해서 '호루라기'라는 이름으로 칼럼을 실어오고 있다. 우리의 생각과 이상과 하고 있는 운동을 알리고, 때론 주위의 잘못된 현실을 보면서 침묵할 수가 없어서 호루라기를 불어온 것이다.

구약시대의 선지자들은 패역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서 하나님을 대신해서 경고의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들은 백성들이 자기들의 말을 듣고 회개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호루라기를 분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하나님이 선지자들에게 그렇게 하라니까 순종했을 뿐이다.

LA기윤실이 지금 호루라기를 불고 있는 것도 이 선지자들의 입장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보다 윤리적이어서 호루라기를 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의무요,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의 기독교윤리학자 손봉호 교수는 이런 우리의 태도를 ‘선지자적 비관주의’라고 표현한다.

지금 미국에는 약 200만 명의 한인 동포들이 흩어져 살고 있다. 우리의 이민 역사는 금년이 104년이고, 작년에는 미국 의회에서 소수민족으로는 처음으로 ‘미주 한인의 날’을 제정 받는 영예도 누렸다. 그리고 우리 한인 사회의 경제가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숫자와 겉으로 본 우리의 허상에 불과하다. 기실 우리는 많은 어두운 부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곪아 터질 때마다 세상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래서 미국 안에서 우리 한인들의 신뢰도는 바닥권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나라에 와서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도 미국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국법과 사회 질서와 공중도덕을 잘 지키지 않으며, 정직하지 못하고, 약한 타민족을 깔보며, 모였다 하면 갈라지고, 지나치게 모국 지향적이어서 우리를 이기주의적 폐쇄된 집단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는 약 4,000개의 한인 교회가 있고 약 70-80%의 한인이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장태환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65%가 개신교이고, 14%는 천주교 신자라고 한다) 그러므로 미국의 한인 사회는 교회 중심의 크리스천 커뮤니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한인 사회가 오늘날 미국 속에서 타민족들에게 비하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 여기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크리스천들이 하나님 말씀대로 바르게 살지 못하고 교회가 또한 어두운 세상 가운데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발표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 교회가 성장을 멈춘 원인은, 교인과 교회의 부도덕성(39.8%), 이웃 사랑 실천의 부족(22.1%), 교회 내분(20.4%) 순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한국 교회가 다시 부흥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회개(46.9%)하여야 하고 교회가 사회적 책임과 구제사역을 강화 (13.8%)하여야 한다. 해외선교를 잘 해야 한다는 의견은 불과 1%에 그쳤다.

위의 통계는 모국 교회의 닮은꼴인 우리 미주 한인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한인 교회 신도들은 1년에 약 $2,000을 헌금한다. 그런데 미국 교인들 중 비교적 헌금을 많이 한다는 침례교인의 1년 헌금 액수는 $760이며, 그들이 시민으로서 사회에 기부하는 금액은 약 $800 정도이므로, 이 두 금액을 합친 $1,560은 한국 교인의 헌금에 못 미친다. 그런데 한인들은 교회 헌금 외에 미국 사회에 대한 기부금은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한인들은 돈을 벌어서 교회에만 바친다.

그렇다면 이 귀중한 헌금을 교회는 어떻게 쓰고 있을까? 몇 년 전 우리가 행한 건강교회포럼의 논문에 나타난 바에 의하면, 이 헌금의 대부분은 교회 건축, 관리비와 인건비로 사용하고 있으며, 여유가 있으면 해외선교비로 사용하고, 구제와 사회봉사비는 1%에도 못 미쳤다. 근년에는 미주 한인 교회 중에 1년 예산 1,000만 불을 넘는 교회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 귀중한 헌금을 교회는 과연 투명하게 적절한 곳에 사용하고 있는지 조금은 의심스럽기도 하다.

지금 LA 시내의 한 큰 교회는 재정 문제로 분규 중에 있고, 다른 한 교회는 수년간 교회 예산의 큰 부분을 장학금과 구제와 사회봉사비로 내놓고 있어서 매우 대조적이다. 이 교회는 금년에는 헌금 수입의 10%를 가까운 이웃과 사회봉사비로 사용하겠다고 해서 우리는 놀라고 있다.

그렇다. 멀리 해외에 나가서 선교하는 것과 먼저 가까운 이웃부터 전도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회에 봉사하는 것 중 하나님은 어느 쪽을 더 귀히 여기실까? 남이 잘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아량을 가지고 뒤따라서 해야 한다.

LA기윤실은 잘못하고 있는 교인과 교회를 지금까지처럼 호루라기로 경종도 울리겠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바르게 살고 교회가 건강하게 서가는 아름다운 모습도 호루라기를 불어 널리 알리도록 하겠다. 칭찬하면 고래도 춤춘다고 하지 않는가! LA기윤실은 지금부터 이 신나는 호루라기를 불기 시작한다.

유용석 장로 / LA기윤실 실무책임
* 이 글은 LA기윤실 소식지에 실린 것으로, LA기윤실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 LA기윤실 홈페이지 www.cemk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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