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평화 잃은 복음의 땅
팔레스타인, 평화 잃은 복음의 땅
  • 전현진
  • 승인 2013.05.04 21: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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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당신들이 모르는 이스라엘…'나의 고향은 감옥입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창간 6주년을 맞아 3월 중순부터 약 3주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한국과 미주 한인 교계가 갖고 있던 '이스라엘'의 모습과 그 실제 모습을 점검해봤다. 매년 4만 명 이상의 한인들이 찾는다는 이스라엘을 조명하기 위해 현지인들과, 오랜 시간 사역해온 현지 사역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다양한 자료들을 검토했다. 복음이 시작된 땅 이스라엘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효과적인 선교 사역을 위해 준비한 이번 '당신들이 모르는 이스라엘' 시리즈는 4회 분량으로 연재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이곳은 감옥입니다." 자신의 고향을 '감옥'이라 부르는 이들이 있다. 분리 장벽과 철망에 갇힌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는 한 청년의 얘기다. 이 청년이 사는 곳은 아기 예수가 태어난 작은 마을 베들레헴. 예수 탄생 기념교회를 찾아 말구유 터에 무릎 꿇고 기도하려는 이들이 하루에도 수천 명이 드나드는 곳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벗어나고 싶은 감옥일 뿐이다.

   
   
   
  ▲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10분이면 운전해 예루살렘에 닿을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태어나 한 번도 팔레스타인 지역을 떠날 수 없다고 한다. 검문소를 통과해 팔레스타인 지역을 벗어나려면 이스라엘 당국에서 발행한 허가증이 필요하다. 허가증이 있어도 검문소 통과는 쉽지 않다.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검문소를 지킨다. 예루살렘으로 출퇴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출근하기 위해 새벽부터 검문소 앞에서 잠을 자며 줄지어 기다려야한다.

복음이 태어난 땅 팔레스타인. 성서의 무대였지만 그 말씀이 희미한 곳. 예수의 발 길이 닿았던 그 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분노를 삭히지 않는다. 억압하는 자와 억압 받는 자로, 신에게 받은 땅을 되찾아 지키려는 자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삶은 이어가려는 자들은 오늘도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다. 성서의 땅은 평화를 잃은 지 오래다.

알 악사 사원과 통곡의 벽

유대인들의 성지 통곡의 벽, 그 벽 너머로 황금 사원과 알 악사(al-Aksa) 사원이 있다. 예루살렘 성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황금 사원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려 했던 모리아 산으로 알려졌으며 다양한 성서의 사건의 배경이 된 장소이다. 알 악사 사원은 모슬렘들이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가 승천한 곳으로 여기는 장소다. 이 두 사원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슬렘들이 메카와 메디나 다음으로 성스럽게 여기는 이슬람의 성지다.
   
  ▲ 한 모슬렘 여성이 황금 사원을 찾은 유대인들에게 소리 지르고 있다. 사진 왼편 검은 돔이 알 악사 사원.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이 두 사원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만 출입이 가능한 통곡의 벽 출입구와 이슬람 교인들만 드나들 수 있는 예루살렘 성 모슬렘 구역 출입구가 있다. 모든 출입구는 이스라엘 군과 경찰이 관리하고 있다. 통곡의 벽과 알 악사 사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깊은 갈등이 매일 같이 드러나는 곳이다. 경건과 갈등이 표출되는 이 두 성지에선 매일 같이 평화를 위한 기도와 서로를 향한 날선 저주가 이어진다.

황금 사원은 유대인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기 때문에 많은 종교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정통 유대인들이 통곡의 벽 출입구로 황금 사원에 들어설 때마다 모슬렘들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하며 성난 목소리로 외친다. 이스라엘 군인과 경찰들이 유대인들을 호위한다. 이곳으로 향하는 출입구에는 이스라엘 무장 군인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이런 광경은 예루살렘 성 안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올드 시티(Old City)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모슬렘 구역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간 길을 기념한 '비아 돌로로사'(고난의 길)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매일 같이 밀려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십자가와 성모상을 팔고 있는 모슬렘들. 예루살렘 성 안에서 거주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이스라엘이 건국하기 전부터 예루살렘에 살아왔다고 말한다.

비아 돌로로사를 따라 기념품을 팔고 있는 한 팔레스타인 노인은 "나의 할머니의 할머니도 이곳(예루살렘 올드시티)에 살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예루살렘에서 쫓아내기 위해 높은 세금을 물리고 있다고 했지만 집을 떠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인구의 대부분은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로 나눠진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 살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점거한 뒤에도 계속해서 예루살렘에 살아오는 이들은 대부분이 올드 시티 모슬렘 구역과 올리브 산 위로 자리한 동예루살렘에 살고 있다.

감람산 너머 분쟁의 땅

예루살렘 성 동쪽에 자리 잡은 올리브산은 성경에서 예수가 기도하던 감란산을 말한다. 예루살렘 성이 한 눈에 들어오는 언덕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 완만한 동산 너머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 올리브산에서 바라본 동예루살렘.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예루살렘 동편의 이 작은 구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동예루살렘은 1949년 요르단이 점령지였지만 1967년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동예루살렘은 예루살렘 지역에서도 특히 낙후된 곳이다. 이곳의 아이들은 꿈이 없다. "당신의 아이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올리브산 만국교회에서 일하는 한 팔레스타인 직원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꿈을 꿀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던 곳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해왔다. 정착촌 건설은 자연스럽게 군대와 경찰의 주둔, 그리고 분리 장벽의 건설로 이어진다.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수도로 예정된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팔레스타인은 유엔 옵서버 국가(non-member observer state) 지위를 얻었다. 국제사회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그리고 동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통치를 인정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유엔의 결정에 대해 반발하며 동예루살렘 지역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과 달리 두 종교가 희망을 품고 종말을 기다리게 하는 광경이 한 눈에 보이는 곳이다. 바로 예루살렘 성의 황금문이다. 이 문 앞으로 아랍인들의 무덤이 있고, 압살롬의 골짜기 넘어로 기독교인들의 무덤과 유대인들의 무덤이 차례로 장관을 이룬다. 메시아의 등장이 이 황금문에서 시작된다는 믿음과 마지막 날에 가장 먼저 천국에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이 배여 있는 이곳. 천국을 향한 소망에 가득 차야 할 이곳은 어느새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갈등의 공간이 됐다.
   
  ▲ 황금문 앞으로 아랍인 무덤이 있고, 그 밑으로 기독교인 무덤, 올리브산 위로 유대인 무덤이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시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1차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차별과 핍박을 받던 유대인들이 '유대 국가 건설'을 외친 시온주의 운동의 영향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몰려오기 시작하면서다. 유대인 정착 초기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큰 갈등 없이 지내왔지만, 해가 지날수록 유대인 인구가 늘어갔다. 영국과 터키 등 여러 국가의 통치를 겪으면서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던 아랍인들과 국제사회에 유대국가 건설을 요구했던 이스라엘 사이에 갈등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스라엘 건국은 유대인 정착 초기부터 시온주의에 동조한 선진국들과 국제 정치 논리에 의해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스라엘 언론인 톰 세게이브는 자신의 저서(<One Palestiane, Complete>)에서 20세기 초부터 이스라엘 건국을 앞장서 지지한 이들이, 크리스천 시온주의자(Christian Zionist)들이라고 지적한다. 이 크리스천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을 가나안이라고 부르며, 성경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산과 계곡을 자신들의 국가보다 상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토 변화. (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영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아랍인과 유대인 구역을 강제로 분리해 이스라엘 건국을 지원한다. 당시 텔아비브(Tel-aviv)를 중심으로 건국된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 국가들과 전쟁을 이어가면서 영토를 확장한다.

단순한 사건의 나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오랜 갈등 역시 이곳에 배여 있다. 유대인들의 나라 없이 지내온 오랜 설움의 시간들과 이름 없이 오랜 시간 팔레스타인이라 불리며 그 땅에 살아온 사람들. 그 갈등은 화해와 용서를 찾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그렇게 오늘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끝없이 이어진 갈등을 물려받으며 국제 정치의 비정함 속에서 지내왔다.

이스라엘을 성지라 부르지만, 이 땅이 평화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한국 교회는 눈 감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지 사역자들은 이런 현상이 이스라엘에 대한 일방적인 편들기, 또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악감정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 때문에 일어난다고 평가했다. 현실에 근거해 기도하고 도와야할 시점에 근거 없는 오해와 편견이 난무하기 때문이라는 얘기이다.
   
  ▲ 팔레스타인 인근에 세워진 이스라엘 정착촌.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팔레스타인은 블레셋?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바라보는 편견 중에 대표적인 것이 팔레스타인을 성경의 '블레셋 족속'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성서의 역사만큼 길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지금의 사해 건너편 요르단 국경 지역에 있는 느보산에서 바라본 땅이 지금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해당한다. 이후 다윗왕이 통일 이스라엘을 건국하고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이 갈라졌다. 남유다의 수도는 지금의 예루살렘 성이고, 북이스라엘의 수도는 지금의 팔레스타인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나불러스(Nablus)다.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은 성서에 등장하는 블레셋 사람을 뜻하는 '필리시테인'(philistine)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지금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현재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고 있는 아랍인들을 가리킨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해도 이름이 주는 인상은 강력하다. 성서 속 가나안 7족속 중 하나인 블레셋은 이미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춘 민족이다. 하지만 고대 히브리 민족과 싸워온 블레셋 족속은 지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를 이해하는 틀로 작용되곤 한다. 결국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기독교계가 이스라엘에 암묵적 지지를 보내는 것은 팔레스타인이 이슬람교라는 이유 이외에 현실에 없는 블레셋의 그림자로 팔레스타인을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악감정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대한 잘못된 편견 역시 존재한다. '예수를 죽인 민족', '세계를 지배하는 어둠의 정부' 같은 감정적이고 근거 없는 평가들이 이스라엘을 겨냥한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잘못된 시간으로 바라보며 '피스 메이커'(Peace Maker)가 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바로 예수가 태어난 이 땅에서 기독교인들이 전할 수 있는 평화의 메시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들어가는 길목 곳곳은 이스라엘 군이 통제하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평화의 복음, 그 위력이 필요하다

   
  ▲ 평화 운동가들이 분리 장벽에 그린 벽화.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팔레스타인은 모슬렘이 절대 다수인 것은 사실이지만, 성서의 땅이라는 역사적 배경 탓에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다른 이슬람 국가에 비해 적다. 조상 대대로 가톨릭이나 그리스 정교회 소속 크리스천인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떤 이들은 전체 이스라엘 인구 중에서 예수를 메시아로 여기는 '메시아닉 쥬'보다, 전체 팔레스타인 인구 중에서 기독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클 것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겐 예수는 어떤 존재일까. 정통 종교인들 중 다수는 여전히 예수에 대한 날선 이해를 굽히지 않는다. 하지만 세속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수에 대한 정통 유대인의 이해를 벗어나 '복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듣을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결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을 겪고 있는 두 곳의 사람들에게 복음이 새로운 화해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 선교사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해결하는데 기독교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구호만 외치는 공격적인 선교가 이스라엘에서 계속된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기독교에 다시 한 번 등 돌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예수를 영접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복음에 헌신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찾아 화해를 제안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복음의 땅에 오히려 그 메시지와 평화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메시지와 평화를 되찾으려는 이들의 노력 역시 쉬지 않고 있다.

전현진 기자 / jin23@www.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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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2013-05-07 09:36:10
좋은 기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