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스의 뜰에 복음을 심다
보아스의 뜰에 복음을 심다
  • 전현진
  • 승인 2013.05.08 13: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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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들레헴 강태윤 선교사…'예수님의 마음, 선교의 시작'

   
 
 

▲ 베들레헴에서 20여 년 동안 사역하고 있는 강태윤 선교사.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아기 예수가 태어난 이스라엘의 작은 마을 베들레헴. 예루살렘 남쪽 팔레스타인 구역에 자리 잡은 이곳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실탄을 소지한 채 검문하고 있는 체크 포인트를 지나야 들어갈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순례객들이 예수 탄생 기념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이 작은 도시를 찾는다. 태어난 이곳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다른 지역에 비해 기독교에 관대한 편으로 알려졌다. 조상 대대로 가톨릭·정교회 소속으로 신앙을 이어온 이들이 베들레헴에 많이 살고 있다.

베들레헴 체크 포인트를 지나 큰길을 따라 15분 정도 차로 달려 '쉐퍼드 필드'(Shepherd's Field)에 닿으면 '한국-팔레스타인 우정의 길'을 만난다.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낯선 태극기를 따라 가다 보면 넓은 뜰 앞으로 건물 한 채가 지어지고 있다. 베들레헴에 세워지는 한국 문화 센터다.

이 문화 센터를 세우고 있는 이는 베들레헴에서 거주하며 20여 년 동안 사역을 해온 강태윤 선교사(GMS)다. 강 선교사는 베들레헴의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위한 교육 사역을 해오다, 팔레스타인 선교의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선교 센터가 필요함을 느끼고 이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한국 문화 센터 앞은 '룻기'의 무대가 되었던 보아스의 뜰이라고 전해진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피어났던 그 땅에서 강 선교사는 아름다운 복음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미주뉴스앤조이>는 베들레헴 현지에서 강 선교사와 만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선교를 둘러싼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강 선교사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일문일답이다.

- 매년 4만여 명의 한인들이 이스라엘을 찾는다고 한다. 이스라엘에서 오랫동안 사역하면서 '성지 순례객'들에게 받은 인상은 어떤가.

많은 한인들이 이스라엘을 찾는다. 성지 순례 여행객들이 대부분인데, 보통 정해진 관광 코스를 따라 버스로 이동하고 돌아간다. 나름 의미가 있지만, 좀 더 깊이 이스라엘을 들여다보고 떠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예루살렘이나 몇몇 관광지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현대 이스라엘에 대한 바른 이해가 성경적 세계관을 세우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부분만 보고 이스라엘을 떠나기 때문에, 그 한 부분을 전체로 아는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곳이다. 그만큼 성급하고 감정적인 판단은 미루고, 전체적으로 보고 이야기해야 된다. 이스라엘을 찾는 분들이 한인들이 좀 더 열린 시각으로 이스라엘의 곳곳을 들여다봤으면 한다. 성서의 배경이 된 유적을 직접 보는 것과 동시에, 현대 이스라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도 보고 갔으면 좋겠다.
   
 
  ▲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 한국 문화 센터가 건설 중이다. 사진은 문화 센터 창문을 통해 본 한국-팔레스타인 우정의길.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 팔레스타인 지역에 거주하면서 사역하고 있는 사역자들이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아무래도 힘든 일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물론 힘든 시간들도 있다. 모두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특히 자녀 교육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될 때 마음이 심란했다. 아들 둘이 있는데 모두 팔레스타인에서 학교를 다녔다. 첫째는 학업을 마치고 미국에서 공부 중이고, 둘째는 중학생이다.

이스라엘은 선교사들이 생활하며 사역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유대교가 여전히 그들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전통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선교사들에게 관대하지 않다. 비자 발급이 어렵고, 비자를 다시 연장하는 것도 어렵다. 학생 신분으로 이스라엘을 찾는 사역자들이 많지만 학업이 끝나면 비자를 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감상적 접근 아닌, 성육신의 마음으로 이스라엘에 접근해야"


- 이스라엘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을까.

이스라엘, 특히 예루살렘을 대하는 한국 기독교인의 태도는 극단적인 경향을 보인다. 보통 한국 교회가 이스라엘하면 떠올리는 단어들은 '성지', '이스라엘 회복', '성전', '다윗의 왕국', '마지막 세대'와 같은 것들이다. 이런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은 유대인들에 대한 정서적 공감을 나타내게 된다. 이와 반대로 '예수를 죽인 유대인'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위의 주장들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에 대한 한국 교회가 갖고 있는 현재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땅(이스라엘)을 성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보다는, '성서의 땅', '성경의 역사가 담겨 있는 땅', '복음이 시작됐지만, 복음이 없는 땅'이라고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관점의 이동이 우선될 때, 이스라엘은 무조건적인 지지와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복음이 필요한 선교지가 되어 감정적인 구호를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의 마음을 품는 것이 기본이다. 예수님은 구호만 외치지 않으시고 성육신하셔서 온 인류의 삶에 직접 다가오신 것과 같다.

팔레스타인에 갖는 편견들이 있다. 그 편견들은 대부분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나온 것들이다. 가깝게 지내는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은 "유대인의 하나님은 있고, 팔레스타인의 하나님은 없느냐"며 세계와 한국 교회의 무관심에 섭섭함을 드러내곤 한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이들 역시 복음이 필요한 사람들이고, 예수님의 사랑과 긍휼이 필요한 피조물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바울이 자신의 동족을 위해 애끓는 마음을 품었던 것처럼, 유대인들 역시 복음으로 변화되고, 예수를 통해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정말 선교가 어렵다고 하는 정통유대인들이 이스라엘 인구에 15%가 되지만, 일반적인 85%의 이스라엘 사람들을 생각하면 선교의 기회가 적은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예수의 마음을 품고 이 성서의 땅과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선교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 베들레헴에 세우는 문화 센터,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선교는 장기간 지속해야 되는 사역이다. 매년 한국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숫자에 비해 이스라엘 선교에 큰 발전이 없었다. 한두 번 큰 행사를 여는 식의 이벤트를 선교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이벤트는 선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다 장기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세우며 접근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팔레스타인은 선교의 기회가 많은 땅이다. 일단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인 청년들이 다가오기 쉽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모든 것이 낙후되어 있는 곳이다. 교육 시설도 뒤떨어졌다. 이런 곳에 영어가 자유로운 한국인이 와 영어를 가르쳐주며 좋은 관계를 세워 가면 그것이 나중에 선교의 기회가 된다. 특히 베들레헴은 이슬람권 중에서 기독교에 개방적인 곳이다. 이민 자녀들이 예수를 전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모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선교 사역을 전개할 '기지'가 없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선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선교의 마음을 품고 이스라엘을 찾는 한인들이 있어도 당장 머물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성경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어도 가르치는 곳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을 연결하는 선교 기지를 세우기 위해 한국 문화 센터를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시골 마을에 가도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을 들을 수 있다. 한국 문화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에 한국에 대해 알리면서 진실한 관계를 만들고 복음의 증인이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 세워지고 있는 5층 규모의 한국 문화 센터.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세워질 문화 센터에는 태권도장·유치원·한의원·소극장·게스트 하우스·예배실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국의 목회자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좀 더 알기 위해 이곳에 머물며 성경 강해를 나누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대해 더 깊이 배우고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성서의 땅에 처음으로 땅을 구입하고 한국 교회의 이름으로 첫 선교 기지가 세우는 것이다.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선교사들의 쉼터가 되고 말씀을 깊이 있게 배우려는 목회자들이 이곳에 와 예수의 마음을 더 깊이 품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성도들도 복음이 시작된 이곳에서 예수를 더 깊이 묵상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기도하고 있다.

많은 미주 한인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 땅에 정착했다. 그 때 품었던 희망이나 비전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마지막 시대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선교에 비전을 갖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대서양을 건너보면 어떨까.

올해 안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많은 기도와 후원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에 대한 허상이 아닌, 진정 선교가 필요한 이 땅과 이곳의 사람들을 알고 기도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으면 한다. 한국 교회가 예수님이 태어나신 베들레헴에 효과적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선교를 위한 문화 센터 건립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전현진 기자 / jin23@www.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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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2013-05-09 19:43:55
이스라엘 선교사 신분을 신문에 노출하다니 대단하네요...
뉴조가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선교사가 아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