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가 하나님의 심판?
토네이도가 하나님의 심판?
  • 전현진
  • 승인 2013.05.28 22: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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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이퍼 목사, 사건 직후 트윗 논란…신학 교수 "재앙에 담긴 하나님 뜻 우리가 알 수 없어"

5월 20일 토네이도가 미국 오클라호마주 무어시를 강타했다. 순간 최대 시속 320km/h를 기록한 이번 토네이도에 미국국립기상청은 6개 토네이도 등급 중 최고인 EF5를 부여했다. 기상학자들이 파괴력을 측정한 결과,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8~600배에 달했다.

집들과 초등학교, 마을 전체가 처참하게 부서졌다. 자동차들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땅으로 처박혔다. 순식간에 마을은 쓰레기 더미가 되었고, 폐허가 된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낸 부모들은 아이 이름을 부르짖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번 토네이도로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240여 명이 부상했다.

갑작스레 닥친 재연재해로 사람들이 당혹감과 슬픔이 한창일 때, 트위터 메시지 하나가 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개혁주의 신학자이자 작가인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가 토네이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성경 구절 2개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갑자기 광야에서 강풍이 불어와서, 그 집 네 모퉁이를 내리쳤고, 집이 무너졌습니다. 그 때에 젊은 사람들이 그 속에 깔려서, 모두 죽었습니다. 저 혼자만 겨우 살아남아서, 주인어른께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이때에 욥은 일어나 슬퍼하며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민 다음에, 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려 경배하면서(욥 1:19~20, 새번역)."

트윗엔 해석이나 설명이 없었지만 광야(사막)가 오클라호마를 뜻하며 강풍(큰 바람)이 토네이도를 뜻한다고 미국 현지 교계는 보았다. 이번 재앙이 하나님의 심판 내지 시험으로 내비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파이퍼 목사는 과거 미국복음주의 루터교 총회 기간에 작은 규모의 토네이도가 발생했을 때 "동성애에 대한 하나님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경고"라는 트윗을 한 적도 있다. 

   
 
 

▲ 존 파이퍼 목사의 트위터. 토네이도 사건 당일 5월 20일 오후 11시쯤 욥 1:19~20을 올렸다가 곧 삭제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기뻐하도록 하나님이 만물을 다스리신다는 사실을 열정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의역했음; Spreading a passion for the supremacy of God in all things for the joy of all peoples through Jesus Christ)'이 트위터의 목적임을 자기 소개에 적고 있다. (인터넷 존 파이퍼 트위터 갈무리)

 
 
파이퍼 목사처럼 자연재해를 하나님의 경고로 보는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의 유명 부흥사 팻 로버트슨 목사는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을 "악마의 저주"라고 언급했고, 2001년 9·11 사건 때는 "무신론자, 낙태주의자, 동성연애자들을 벌하는 하나님의 채찍"이라고 했다.

이번엔 우리나라의 경우이다.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11년에 일어난 일본 대지진·쓰나미(지진 해일) 사태를 두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는 일본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홍도 목사(금란교회)는 2005년 2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을 덮친 쓰나미를 "크리스마스 즈음에 놀러 간 이교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이듬해 뉴올리언스 카트리나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을 두고서는 "동성연애, 호모섹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설교했다.

파이퍼는 논란이 거세지자 해당 트윗을 삭제했고 5월 22일 약 5:11를 인용해 "난 욥이 잃어버린 날것 그대로의 현실이 우리 모두를 자비로우시고 긍휼하신 하나님께로 이르게 하시도록 오클라호마를 위해 기도하고 소망한다"라며 다시 트윗을 올렸다.

파이퍼 목사가 세운 'desiringGod'의 콘텐츠 책임자인 토니 라인케(Tony Reinke)는 5월 21일과 22일 홈페이지에 해명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 삭제된 트윗들'(Those Deleted Tweets)과 '공공의 비극에 관한 하나님의 주권과 개인의 연민 문제'(God’s Sovereignty and Personal Compassion in Public Tragedy)라는 글에서 토네이도가 오클라호마에 임한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의도가 아니었고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desiringGod 바로 가기 : Those Deleted Tweets / God’s Sovereignty and Personal Compassion in Public Tragedy). 존 파이퍼 목사의 이번 트윗은 그를 향한 그동안의 신뢰 속에서 '오해 많았던 해프닝'으로 마무리 될 것 같다. 같은 날 올라간 릭 워렌 목사의 트윗 "깊은 고통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논리, 충고, 격려, 심지어 성경 구절까지도 필요치 않다"와 "아픔을 당한 이들에게 신학적 해석과 위로는 적절하지 않다"라는 식의 SNS 반응은 여전히 유효하다.

남은 문제는, 반복해서 그것도 대중 앞에서 "자연재해는 하나님의 천벌"이라 역설하는 몇몇 대형 교회 목사들의 행태이다. 그들에겐 반성도 문제의식도 없다. 수많은 성도들은 그들의 왜곡된 성서 해석을 비판 없이 학습한다. 어디 자연재해뿐이랴. 재앙을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하는 목사가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힌 곳에 문제가 일어나도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쉽게 얘기할까. 성공과 건강은 하나님의 축복이고 실패와 병듦은 신의 저주라는 저들의 '복음'에 비신자가 고개를 끄덕여 줄까.

김근주 교수(전 웨신대 구약학)는 "다른 지역과 나라에 재앙이 일어났을 때 기독교인으로서의 최선의 행동은 함께 울어 주고 슬퍼해 주는 것이다. 재앙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감히 우리가 물을 수도 알 수도 없다. 오히려 하나님의 심판이라면 나에게 일어나야 할 것이다. 내가 가장 큰 죄인이니까. 만에 하나 하나님의 심판이라 해도 나에게 일어날 일이 저들에게 일어났으니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는 게 도리일 것"이라고 했다.

권연경 교수(숭실대 신약학) 역시 "대재앙이 일어났을 땐 하나님의 주권 앞에서 겸손히 상황을 받아들이는 수밖엔 없을 것이다. 재앙을 당하지 않는 이들은 우월해서 그런 것처럼 생각하고, 어려움을 당한 이들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처럼 여기는 것은 정말 피해야 할 일이다. 아픔당한 이들을 위로하고 돕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의 과제이다"라고 밝혔다.
   
 
 

▲ desiringGod에 게시된 존 파이퍼 트윗에 관련한 글. (인터넷 desiringGod 화면 갈무리)

 
 
정한철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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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 Im 2013-06-02 03:08:48
"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