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협, "사랑의교회여, 새롭게 출발하라"
한목협, "사랑의교회여, 새롭게 출발하라"
  • 김은실
  • 승인 2013.06.1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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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본질은 건축으로 드러난 교회 정신 훼손"…회개와 새 출발 강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전병금 대표회장)가 사랑의교회 문제에 입을 열었다. 한목협은 6월 17일 '사랑의교회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 사랑의교회여, 새롭게 출발하라!'라는 글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이 세상에 드러나고 사랑의교회가 갈등 국면에 들어선 지 5개월여 만이다. 반년 가까이 고심해서 나온 글에는 공식 견해를 늦게 발표한 이유와 사랑의교회를 향한 충고가 담겨 있다.

한목협이 사랑의교회 사건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교계의 관심사였다. 한목협은 스스로 말한 대로 탄생부터 사랑의교회를 세운 고 옥한흠 목사와 깊은 관계가 있으며, 옥 목사와 사랑의교회와 긴밀하게 연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윤리실천운동·성서한국 등 개신교 단체가 오정현 목사의 문제에 발 빠르게 대처한 것과 달리 한목협의 대응은 더뎠다. 한목협 안에서 운영위원회와 총무단, 한목협에 가입한 각 교단과 인사들의 견해차가 컸던 탓이다. 한목협은 각종 모임에서 사랑의교회 문제를 다루었지만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일부 회원들은 한목협이 사랑의교회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한목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다른 회원들은 한목협이 개교회 문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좀처럼 생각을 하나로 정리하지 못하면서 한목협의 침묵은 길어졌고, 결국 논문 표절을 두둔한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에 전병금 대표회장이 운영위원회의 생각을 정리해 이번 글을 발표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목협이 담임목사 편은 아니라는 설명이 글 곳곳에 나타난다.

한목협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새 예배당 건축으로 드러난 사랑의교회 정신의 훼손"이라고 봤다. 그리고 사랑의교회가 다시 새 출발하기 위해서는 오정현 목사가 회개해야 하며 교회는 당회를 중심으로 옥한흠 목사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사랑의교회를 위해 기도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이다.

사랑의교회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사랑의교회여, 새롭게 출발하라!

일치, 갱신, 섬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는 1998년 한국교회의 건강한 15개 교단에 속한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한국교회의 일치(Unity)와 갱신(Renewal), 그리고 온전한 섬김(Diakonia)을 추구해 왔습니다. 열린 보수와 열린 진보의 만남으로 시작된 한목협은 지난 16년 동안 어려운 한국교회 상황 속에서도 위의 세 가지 목표(URD)를 실현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랑의교회가 오정현 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목협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체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심지어 모 원로 학자는 한목협을 '논문 표절 두둔 세력'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한목협은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깊은 우려와 동시에 유감을 표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한목협에 속한 모든 목회자들 또한 한국교회 개혁의 희망으로 여겨졌던 사랑의교회가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참담한 상황을 그 어느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지켜보면서 사랑의교회가 스스로 사태를 담대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기도하고 기다려 왔기 때문입니다.

사랑의교회와 한목협

한목협이 굳이 이번 사태에 대하여 입을 열게 된 것은, 사랑의교회는 한목협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국 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위해 긴밀한 정신적 유대 관계를 형성해 왔기 때문입니다. 사랑의교회를 개척하고 제자 훈련으로 평신도를 깨워 건강한 교회의 모델로 성장시킨 고(故) 옥한흠 목사는 한목협의 태동에 결정적 역할을 하셨고, 한목협 초대회장과 명예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한국교회를 향한 그분의 열정은 한목협을 통하여 개인과 개교회의 제자화 차원을 넘어 목회자 갱신 운동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본 한목협이 지난해에 실시한 종교 의식 조사에서는 고 옥한흠 목사가 한국교회의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랬던 사랑의교회가 후임 담임목사의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지면서 극심한 분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고, 한목협이 담임목사의 비호 세력인양 의심을 받게 된 현실 앞에서 우리 목회자들은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겸허하게 초심으로 돌아가 문제를 지혜롭고 슬기롭게 해결하고, 새롭게 출발할 것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사랑의교회, 너마저!'라는 탄식 소리가 들리는 현실 앞에 비통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사랑의교회는 대표적인 대형 교회들 가운데 하나였지만, 여느 대형 교회와는 다른 위상과 역할을 보여 왔습니다. 제자 훈련을 통해 평신도들의 영적 성숙을 도모하고, 건강한 교회론으로 한국교회의 갱신을 일평생 추구했던 옥한흠 목사의 목회 철학과 정신이 깃든 교회로 한국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왔습니다. 사랑의교회는 대형 교회의 롤 모델로 사랑과 존경을 받았고, 한국교회 개혁 운동의 요람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 사랑의교회가 이제는 교계와 사회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교회의 본질 회복을 기대합니다

우리는 사랑의교회 사태의 본질이 담임목사의 논문 표절 사건에 국한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예배당 건축 논란과 맞물려 사랑의교회가 본래의 정신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표출된 것으로 이해합니다. 이런 점에서 사랑의교회는 옥한흠 목사가 평생 눈물과 땀과 기도로 일구어 온 건강한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옥한흠 목사가 존경받는 목사로 부각된 데는 그가 사랑의교회를 강남의 주목받는 대형 교회로 성장시켰다든지,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교회당을 건축했다든지, 혹은 박사 학위를 소지한 예리한 지성을 갖춘 지도자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한국교회가 건강한 복음적 교회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뜨거운 열정, 소명을 위해 세속적인 가치를 분토처럼 여기는 맑은 영성, 그리고 개교회주의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 헌신한 그의 거룩한 비전이 그를 오늘의 옥한흠 목사가 되도록 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지도자와 함께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을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 목회자들 역시 그를 예레미야 선지자와 같이 이 시대 한국교회를 위해 하나님께서 보내신 고뇌하는 선지자로 여기며 그의 영성과 정신을 본받으려고 애써 왔습니다. 옥한흠 목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지 채 3년이 지나기도 전에 사랑의교회가 세간의 구설수에 오르고, '한목협' 역시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된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부르심의 길을 확인해야 함을 절감합니다.

사랑의교회 사태 해결 방향을 두고 우리 '한목협'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치와 갱신, 섬김을 목적으로 하는 우리 한목협으로서는 사랑의교회가 갈등과 분열의 현실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기를 기대합니다. 특별히 우리는 오정현 목사가 기도하며 자숙하는 기간 동안 자신의 과오를 회개하고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인 만남을 회복하여 한국교회를 위한 신실한 일꾼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사랑의교회는 당회의 책임 아래 전 성도들이 진정으로 하나 되어, 코람 데오(Coram Deo) 정신에 입각하여 올바르고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고자 사력을 다한 옥한흠 목사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다시금 한국교회에 희망을 안겨 줄 수 있는 교회로 회복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야기된 한국교회의 갱신의 과제가 비단 사랑의교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확인합니다. 우리는 사랑의교회 사태로 드러난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모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방관하며 막지 못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 같은 현실에서 한목협은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미스바에 모여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며 회개한 것처럼, 한국교회 전체가 하나되어 누구의 잘못과 책임을 추궁하는 자세를 뛰어 넘어서 하나님 앞에서 응답하는 책임적인 존재로 돌아가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의 도덕적, 윤리적 타락을 막지 못한 잘못을 회개하여 새로운 영적 각성을 도모하는 운동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사랑의교회를 위한 뜨거운 기도를 쉬지 않을 것이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2013년 6월 17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명예회장 손인웅 목사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

김은실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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